“새벽에 전화해도 됩니다”
깊은 밤, 떠오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야기는 나로부터 당신, 그리고 마주하는 모든 것으로 파생됩니다.
시인은 ‘전화’라는, 주로 말을 주고받는 수단을 매개로 전하지 못한 진심을 이야기한다.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 것에 대해 생각해본다. 누군가를 생각하며 수화기를 드는 일은 그 대상이 마음에 한동안 머물러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부끄러워서, 용기가 없어서, 사랑하는 마음이 차고 넘쳐서…. 시인은 이 모든 마음에 후회를 남기지 않으려 애쓴다. 쉽게 꺼내지 못한 채 묵혀 두었던 진심을 마주하기 위해 용기를 내기로 한다.
‘사랑’이라는 마음에서 비롯된 전화 한 통이 누군가에게는 가벼운 안부일 수도, 또 다른 이에게는 오랜 시간 고민 끝에 내린 용기일 수도, 때론 다급함을 알리는 신호일 수도 있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펼쳐보는 일이라고, 시인은 말한다.
그깟 전화 한 통에 사람이 살아
그깟 전화 한 통이 사람을 살려
(「SOS」 중에서)
가볍게만 여기던 누군가와의 전화 한 통이 절대 가벼울 수 없는 건 그 안에 큰 사랑이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시집을 통해 많은 이가 사랑을 느끼고 그 사랑을 아끼는 이에게 건넬 수 있기를. 시집을 덮으며 각자의 마음 한켠에 ‘새벽에 전화해도 괜찮을 사람’을 마련해두기를.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사랑하고, 또 사랑받는 존재가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