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김시민의 동시에는 아이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이는 그가 일선 교육 현장에서 직접 경험한 내용을 주로 시의 주요 소재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나 같으면 지금 숙제하겠다/나 같으면 지금 일기 쓰겠다/나 같으면 지금 영어단어 외우겠다//엄마가 지금 나 같으면/당연히/게임하겠죠!”(「나 같으면 지금」)에서처럼, 그의 동시에 등장하는 화자의 목소리는 모두 생생하게 살아있습니다. 억지로 아이들의 목소리를 흉내 내지 않습니다.
- 엄마,
영어 학원에서 보충 수업 오래요.
한글날인데 왜
영어공부를 해요?
- 세종대왕은
한글을 창제하셨지만
학문도 깊이 사랑했단다
열심히 하고 와!
- 「한글날」 전문
그것은 이 동시의 화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영어 학원에서 보충 수업하러 오라는 말에 골이 나 있습니다. 다른 날도 아니고 더욱이 법정 공휴일인 한글날에 영어 보충 수업이라니. 화자는 그 어이없는 상황을 엄마에게 토로해 보지만, 엄마는 “세종대왕은/한글을 창제하셨지만/학문도 깊이 사랑했단다”라며 화자의 말을 단박에 무시해 버립니다. 더 이상의 진술은 나타나 있지 않지만, 화자의 심정이 어떠했을지 쉽게 상상이 가고도 남습니다.
참 생각이 많은 얼굴이다
뽀로통한 복어처럼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가끔은 쓸쓸해 보인다
뜨거운 짬뽕도,
차가운 냉면에도
불만이 많다
엄마에게는 말을 거는 법이 없지만
친구에게는 조잘조잘,
나에게는 유난히 목소리를 높이고
공부해야지,
다짐하는 듯하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뾰족한 돌멩이가 된 것 같다
- 「사춘기 우리 누나」 전문
이 동시는 제목 그대로 화자가 사춘기에 접어든 누나를 노래한 작품입니다. “생각이 많은 얼굴” “뾰로통한 복어처럼 얼굴이 부풀어 오르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뾰족한 돌멩이” 등 사춘기에 흔히 볼 수 있는 아이의 모습과 표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이는 사춘기 아이의 심리를 묘사한 또 다른 작품 “- 너 몇 살인데 그 짓을 하니?/- 6학년인데요.//- 너 몇 학년인데 아직도 그 모양이니?/- 여섯 살요.”(「사춘기의 시작」)에서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사춘기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그만큼 시인이 아이들의 삶과 마음을 잘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 시인의 말
나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아이들의 일상을 동시 속에 담고 싶었습니다. 힘든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밖에 없는 아이의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꾸밈없이 말하고 싶었습니다. 부모와 아이는 서로에 대한 사랑의 끈으로 든든히 함께하고 있지만, 서로에 대한 기대로 갈등의 끈도 단단함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가족의 사랑과 위안만으로도 사는 일이 녹록지 않는 세상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갑자기 비가 오면 서로의 우산이 되어 주어야 하고 어려운 길이 발길을 막으면 서로의 손을 맞잡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따스한 미소가 초점으로 서로에게 빛나야 할 것입니다.
여기에 담은 동시가 독자 여러분들에게 따스함과 다정함으로 함께하길 기대합니다.
눈부시게 맑은 햇살이 내리는 울산에서
김시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