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홍현숙 시인의 동시는 남다르고 재미가 있습니다. 마치 딴 세상에 와 있는 것처럼 신기하고 환상적인 세계가 펼쳐집니다. 첫 장부터 “조보흐브으브느브 나바라바 씨비야뱌”(「도깨비나라의 유형문화재」)와 같은 도깨비나라의 말과 “시가렛 롤 버터 쿠키/쉥미쉘 마들렝을 층층이 차례대로 올려 벽을 채”(「과자로 만든 집」운 고소한 집이 등장합니다.
거인이 입은 원피스엔
난쟁이들이 숨어 산다
늦잠 자고 일어나 기지개 켜는 빨간 커튼의 창문
프라이팬 감자를 노랗게 굴리다
분홍 구름 보려 활짝 열어젖힌 앞치마 두른 할아버지의 창문
제라늄 화분을 햇빛 쪽으로 옮기려는 할머니의 쪽 창문
뚜벅뚜벅 거인이 걸을 때마다
원피스에 그려진 창문들이 덜컹거리고
난쟁이들은
쿨렁쿨렁 풀 썰매로 내려온다
야호!
- 「거인의 창문」 전문
그런가 하면 이 동시처럼 “원피스”를 입은 “거인”과 그 원피스에 숨어 사는 “난쟁이”들이 눈길을 끕니다. “뚜벅뚜벅 거인이 걸을 때마다” 난쟁이들이 “원피스에 그려진 창문들”을 열고 “쿨렁쿨렁 풀 썰매로 내려”오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발상이나 표현이 기존의 동시와는 사뭇 다른 홍현숙 동시의 특유한 맛과 색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온종일 심심한
돌들이
물을 건너보기로 했다
바람이 알려준 대로
엉덩이는 가볍게
어깨는 달싹달싹
두 팔을 들었다 놓았다
돌 하나가 걷는다
또 하나가 따라간다
- 「징검돌」 전문
또한, 이번 동시집에는 다육식물인 ‘크라슐라’ 연작시를 비롯해 ‘고구마’, ‘살구꽃’, ‘달리아’, ‘크롭재킷‘, ’바둑판‘, ’노랑의자‘, ’콜라병’ 등의 식물과 사물을 소재로 창작된 작품이 많습니다. 이들은 시인의 섬세한 시적 감수성과 만나 새로운 생명체로 태어납니다. 「징검돌」은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온종일 심심한/돌들이/물을 건너보기로 했다”는 발상도 흥미롭지만, 이후에 전개되는 “엉덩이는 가볍게/어깨는 들썩들썩” “돌 하나가 걷는다/또 하나가 따라간다”와 같은 생동감 넘치는 표현과 상상력도 보통의 솜씨가 아닙니다.
◎ 시인의 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면 얼마나 슬플까?
혼자 놀아본 적 있어?
운동장 계단에 앉아 흥얼흥얼 거리다가
책가방 메고 걸을 때마다
손바닥만 한 작은 노트에 옮겨 적은 가사말 따라
노래를 불렀던 적 있어
전혀 외롭다거나 혼자란 생각이 들지 않았어
그렇게 부르는 노래처럼
혼자 놀기에 시 쓰기는 딱이야
시 쓰기는 결국 혼자 부르는 노래라고 생각해
노래를 부를 때마다 무한한 에너지가 샘 솟아나지
2025년 4월
홍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