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신재섭의 동시는 새롭습니다. 상상력의 폭과 깊이가 남다릅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그러면서도 동시가 마땅히 지녀야 할 요소인 동심과 시심을 두루 충족하고 있어 아이는 물론 어른까지 동심의 세계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이번 동시집의 경우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의 감성에 맞춰 창작된 까닭에 발랄함, 진지함, 쓸쓸함 등 그 또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채로운 심리적 변화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우린 4층 창문에서
구름을 봐
구름 점을 치며
어금니에 낀
속상한 마음을
야금야금 나눠 먹거든
구름 한 점 없는 날엔
슈퍼맨 자세를 잡아
주먹 쥔 팔이
그럴싸하게
표정도
그럴싸하게
- 「4학년의 자세」 전문
이 동시는 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제목에서 보듯이 이 작품은 ‘구름’을 끌어와 4학년 아이의 심리를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잘 알다시피 구름은 유동적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시각각 변화하는 구름의 속성이 그 또래 아이들의 감정 변화와 참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와 더불어 이 작품은 “어금니에 낀/속상한 마음”에서처럼, 보통 수준을 넘어서는 시적 표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발상과 표현뿐만 아니라, 시적 대상에 대한 탐색과 애정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바람이 세다
나무는 바람이 불면 흔들린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꿋꿋한 건
나무의 키와 뿌리의 길이가 같아서다
나무는 어둠 속에서도
바람이 불면 흔들리며 자란다
내 마음에도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
뿌리가 있을까
마음을 길이로 잴 수 있을까
이런 마음이 나를 자라게 하는 걸까
- 「나무와 나」 전문
앞과 마찬가지로 이 동시도 초등학교 중학년 아이의 심리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 화자는 ‘나무’와 ‘나’의 비교를 통해 자기 내면을 응시합니다. 구체적인 상황이 제시되어 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내 마음에도 나를 단단히 잡아주는/뿌리가 있을까”에서처럼 현재 화자의 마음 상태는 온전하지 않습니다. 이는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는 시기의 아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으로, “이런 마음이 나를 자라게 하는 걸까”에서처럼 아이들은 그와 같은 심리적 갈등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확장해 나아갑니다. 이 동시는 그러한 아이들의 내면 심리와 성장 과정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린 독자뿐만 아니라 어른 독자들도 크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듭니다.
◎ 시인의 말
까치가 드나들며 감나무에 주홍빛 등불을 켜 놓았다. 잎 떨군 감나무가 홍시로 환해졌다. 이럴 땐 감나무에게 참으로 근사하다, 말해 주기. 가을이 저물고 내 발등도 어둑해지는 겨울이 왔으니, 봄날에 툭 떨어지던 도톰한 감꽃을 떠올려야지. 몹시 추운 날엔 홍시 등불을 데려와 마음부터 녹여야지.
더딘 걸음이지만 오늘도 시의 시민으로 살아간다. 잘 보이지 않는 것, 낮고 여린 것에게 향한 내 마음이, 녹슬지 않도록, 더 다정다감하게 어린이 곁에 동시 곁에 머물고 싶다.
2025년 2월
신재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