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평
최명란 시인은 한국 동시단에서 자신만의 시 세계를 확고하게 구축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시인 가운데 하나입니다. 그의 시는 “언 땅을 뚫고 올라온/단단한 싹!”(「출발선」)처럼 특별하고, “가위도 못 이기는 주먹 발톱”(「발톱 그리고 가위」)처럼 강단이 있습니다. 이 동시집에 수록 작품 가운데 무려 절반이 4행 이하의 짧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여느 작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감동이 큽니다.
엄마가 두 시간째 엎드려 기도를 해요
동생이 서툰 말로 물어요
형아 예수님 핸드폰 없어?
- 「기도 대신 전화」 전문
내려앉지 마라
내려앉지 마라
팔을 쭉 펴고 있다
나는 뿔난 나무다
- 「폭설 반대」 전문
이들은 그와 같은 최명란 동시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기도 대신 전화」는 3행으로 이루어진 소품입니다. 이 작품에서 ‘동생’은 엄마가 “두 시간째 엎드려 기도를” 하자 화자에게 서툰 말로 “형아 예수님 핸드폰 없어?”라고 묻습니다. 이러한 동생의 말은 유아기 아이들에게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것으로 동화적 사고를 그 바탕에 두고 있습니다. 이는 「폭설 반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나는 뿔난 나무다”에서 보듯이, 이 동시는 나무를 화자로 등장시켜 눈 내리는 겨울날의 풍경을 재미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눈 내리는 하늘을 향해 시위하듯 가지를 뻗은 나무들의 이미지가 선명하게 눈 앞에 펼쳐집니다. 이처럼 최명란의 동시는 짧은 형식으로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를 잘 그려내고 있습니다.
학교 운동장 한쪽에
커다란 나무가 있어요
장마철이 되면
그 나무에 이끼가 살아요
내 마음에 보라가 살아요
- 「내 마음처럼」 전문
특히 이 동시집에서 인상적인 것은 ‘보라’와 관련한 연작시입니다. 모두 10편이 실려 있는데, 이 작품은 그 대표적인 예로 ‘보라’를 좋아하는 화자의 마음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마음이지요.”라는 시인의 말처럼, 이들 동시를 읽다 보면 금세 화자의 마음에 동화되어 버릴 만큼 풋풋하면서도 사랑스러운 분위기가 전해집니다. 화려한 기교나 뛰어난 시적 장치 없이도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묘한 매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 시인의 말
어릴 때 달팽이랑 참 많이 놀았어요. 쪼그려 앉아 달팽이가 기어가는 속도를 지켜보며 두 뿔을 건드려보기도 했어요. 손끝이 살짝 닿기만 해도 뿔을 어찌나 재빨리 감춰버리는지요. 그럴 때마다 달팽이가 나를 좋아해서 수줍어하는구나 생각했어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일은 참으로 소중하고 귀한 마음이지요. 저마다 그런 마음을 때때로 품고 있지요. 보라는 내 마음 속 남자아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 이름이에요. 남자아이의 마음에 보라가 살거든요. 동시를 읽어보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2025년 1월
최명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