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
배정희 수필은 자연과 생명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미물의 생명에서 인간의 생명까지 그 존재 가치를 고구하여 의미를 부여한다. 선순환적 안목으로 생명은 작고 여리지만 경이로운 것임을 알게 된다. 자연에 대한 경외감은 서정적 감수성을 통해 숨탄것들에 대한 존엄성으로 확장한다.
달팽이의 생명에서 작고 연약한 존재들이 자신의 삶을 이어가기 위해 오물거리는 움직임(〈탈출〉)을 보고 찬탄한다. 람사르 총회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존재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생물들이 습지를 통해 살아감(〈람사르 총회와의 인연〉)을 알게 된다. 에티오피아를 여행하면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사람들의 모습(〈길 위에서〉)을 보고, 낙동강 발원지에서 도도하게 흐르는 강물(〈낙동강 천삼백 리〉)을 보면서 강한 생명력을 체감한다. 강화 매화마름 군락지에서 매화마름의 아름다움(〈매화마름에 반하다〉)에 빠져들기도 하고, 동생의 주검을 보면서 혈육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운 마음(〈40년 만의 귀향〉)을 표출하기도 한다.
수필이 가져야 할 매력을 두루 갖춘 그의 수필은 자연의 고귀함과 생명의 신비로움을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근원적인 삶의 문제에 간단없는 지혜를 보여준다. 자연과 인간은 결국 하나임을 확인하면서 생명에 대한 윤리적 감수성과 철학적 사유를 드러낸다. 배정희 수필의 진경을 넘나들면서 가슴이 메마른 사람들의 감성에 촉촉한 수액이 되기를 빌어본다.
—김복근(평론가·문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