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특징
‘빨리빨리’를 외치는 거대한 가속의 세상에서 ‘느림의 미학’을 깨우다
《모모》와 《끝없는 이야기》, 《마법의 설탕 두 조각》 등 긴 세월 동안 세계인의 사랑을 꾸준하게 받아 온 미하엘 엔데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올해로 딱 30년이 되었어요. 독일 Thienemann-Esslinger Verlag GmbH에서 새롭게 출간한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을 라임에서 초등 1~2학년 대상의 동화책으로 선보입니다. ‘트란퀼라’라는 거북이가 주인공이에요. 거북이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이솝 우화 〈토끼와 거북이〉가 딱 생각나지요? 발 빠르기로 소문난 토끼가 느릿느릿 기어가는 거북이를 보고는 한껏 비웃으며 자신감에 넘쳐 경주를 제안하는 이야기!
“야! 너처럼 느리면 대체 무슨 재미로 사니? 나랑 경주나 한판 할래?”
음, 결말은 우리가 다 아는 것처럼 예상을 뒤엎고 거북이가 승리를 합니다. 자만심을 경계하고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이야기지요.
그렇다면 미하엘 엔데는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에서 이 느림의 대명사인 ‘거북이’를 주인공으로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까요?
이 책에 나오는 거북이 트란퀼라도 이솝 우화의 거북이만큼이나 우직하고 성실하고 느긋해요. 트란퀼라는 지금 동물 나라의 왕 사자의 결혼식에 참석하러 가는 중인데요. 결혼식까지는 딱 이 주일이 남았고, 거리가 하도 멀어 다른 동물들은 출발할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지요.
미하엘 엔데는 매사에 신중하고 차분하고 느긋한 거북이를 앞세워, 무조건 ‘빨리빨리’를 외치며 조급증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노란색 경고등을 켜 보입니다. 잠깐 멈춰 서서 주변을 둘러보고 숨을 크게 한번 내쉴 수 있는 여유를 갖게 하지요. 그렇게 해도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얼마든지 목표에 무사히 도달할 수 있다는 보석 같은 진리를 깨우치게 한답니다.
아, 참! 결혼식 초대장은 받았냐고요? 음, 그것도 확실하지 않아요. 과연 트란퀼라는 사자의 궁전에 무사히 닿을 수 있을까요? 우리, 다 같이 살금살금 뒤를 쫓아가 보아요.
동물 나라의 왕 사자가 모든 동물을 결혼식에 초대했다고?
트란퀼라는 우연히 비둘기한테서 동물 나라의 왕인 사자 레오 28세의 결혼식에 모든 동물이 초대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어요. 따로 초대장을 받지는 않았지만 ‘모든 동물’이라는 말에 자신도 당연히 해당된다고 여기고는 밤새도록 고민에 빠집니다.
그러다 길을 떠나기로 결심하지요. 레오 28세의 결혼식 날에 맞추어 도착하기 위해 한 걸음씩 한 걸음씩……, 트란퀼라는 밤이나 낮이나 쉬지 않고 묵묵히 길을 간답니다.
사자의 궁전으로 가는 길에 거미와 달팽이, 까마귀, 도마뱀 등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데요. 그들은 하나같이 트란퀼라의 느린 속도를 무시하고 비웃으며 차라리 포기하라고 조언해요. 심지어 길을 잘못 들어서 지금껏 왔던 길을 되돌아가기도 하지요. 하지만 트란퀼라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어요. 이미 출발할 때 단단히 결심을 했으니까요.
미하엘 엔데가 그려낸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 속의 거북이 트란퀼라와 함께 여행을 하다 보면 참으로 다양한 모습을 만날 수 있어요. 느림과 인내, 끈기, 노력, 느긋함……. 거기다 목적한 곳에 반드시 이르고 말겠다는 ‘다짐’과 ‘자신감’까지 장착하고 있답니다. 한마디로 단단하기까지 한 거북이예요.
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 대표 이현아 선생님은 이 책을 읽고 아이들에게 이런 바람을 전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타인의 속도에 조급해하지 않고, 정해진 기준에 얽매이기보다 자기만의 리듬과 방향을 존중하며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이 아이들 곁에서 오래도록 다정하고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것입니다.
어떤 일을 앞두고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거나 자신감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느림보 거북이의 단단한 결심》이 오래도록 곁에 있어 주는 길동무가 되어 줄 거예요. 속도보다는 ‘방향’의 중요성을, 결과보다는 ‘과정’의 가치를 전하며, 우리가 살아가는 데 참으로 소중히 여겨야 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나직이 일러 주거든요.
무엇이든 빠르고 명쾌하기를 바라는 세상에서 등 떠밀리며 조급해하지 말고, 걸음씩 한 걸음씩 천천히 앞으로 걸어가 보아요.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슴속으로 살금살금 스며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