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사회성이란 단순히 타인의 기준에 맞춰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느린 학습자가 스스로 주체가 되어 관계를 만들어가는 방법은 없을까요? 그들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충분히 멋질 수는 없을까요? 다른 사람에게 맞춰야 한다는 부담감 없이도 사회성을 성장시킬 수는 없을까요?
느린 학습자들은 또래와의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습니다. 친구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고, 어떤 말을 언제 해야 하는지 몰라 대화에서 소외되기도 합니다. 놀이에 참여하고 싶지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망설이다가, 결국 혼자 남겨지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을 볼 때마다 ‘느린 학습자들에게 사회성이란 무엇이어야 할까?’라는 고민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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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린 학습자들은 일상생활에서 스스로 무언가를 해내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본적인 자기 관리부터 학습, 친구 관계까지 여러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하며, 자연스럽게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게 됩니다. 예를 들어, 또래 아이들이 스스로 옷을 입고 가방을 챙길 수 있는 시기에도, 느린 학습자들은 이를 어려워하고 부모의 도움 없이는 준비를 끝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서 부모는 아이가 불편을 겪지 않도록 대신 챙겨주게 되고, 아이는 점점 스스로 해결하기보다는 부모에게 의존하는 습관을 가지게 됩니다. 스스로 해보는 경험이 줄어드는 것이죠.
이러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지속되면, 느린 학습자들은 자신이 해야 할 일과 할 수 있는 일조차도 부모의 도움이 없으면 어렵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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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이해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자신을 잘 아는 아이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적절히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는 공감 능력도 높아집니다. 또한, 자신이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알면 또래와의 공통점을 찾기 쉬워지고, 자연스럽게 친구 관계를 맺는 데 도움이 됩니다. 반대로, 자신에 대한 이해가 부족 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못하거나, 타인의 감정을 읽는 데 어려움을 겪어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소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자기 이해는 아이가 자신감을 가지고 타인과 건강한 관계를 맺도록 돕는 사회성 발달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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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통해 무엇인가를 기르고 사회성을 증진하기 위해서는 그저 경험하는 것으로 그치면 안 됩니다. 실패를 되돌아보고, 개선하여 다시 시도하는 과정을 거듭해 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간단하게 FTR 과정이라고 정리해 보았습니다. FTR 과정은 실패/Fail → 생각하기/Think → 다시 시도하기/Retry의 과정을 말합니다. 실패를 통해 배우고 피드백을 받아 개선하며 다시 도전하는 성장의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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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기가 일상이 된 오늘날, 아이들의 사회성 발달에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온라인 게임, SNS, 영상 콘텐츠 등을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통하는 기회가 많아졌지만, 동시에 현실 세계에서의 대면 소통 능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 가운데 몇몇 느린 학습자들에게 디지털 세상은 친구도 사귀고, 힘들고 외로움 마음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피난처가 되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현실 세계에서의 사회적 기술을 키우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만들기도 합니다.
- 123쪽
소셜 네트워크 시대에 부모들은 종종 이런 걱정을 합니다.
“우리 아이가 친구들의 대화를 따라가지 못해서 소외되는 건 아닐까요?”
“빠르게 변하는 온라인 대화 속에서 아이가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친구들이 답답해하지 않을까요?”
느린 학습자는 또래보다 언어 처리 속도가 느리고, 맥락 이해에 더 많은 필요합니다. 그래서 단체 채팅방이나 SNS에서 친구들이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을 때 반응이 늦어지고, 이로 인해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른 시각에서 보면, 느린 학습자에게 소셜 네트워크 환경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온라인 환경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즉각적인 반응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 126쪽
부모님과 교사들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이 면에 숨겨진 감정과 어려움을 이해하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의 행동 이면에는 아이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어떤 욕구나 바람이 담겨 있습니다. 아이들은 일부러 문제를 일으키려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의 욕구나 감정, 바람을 상황에 적절하게 표현하고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도록, 부모님과 교사는 아이의 작은 변화와 노력을 따뜻하게 바라보고 응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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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은 단 몇 개월이나 1년 정도의 단기간에 완성되는 능력이 아닙니다. 이는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성장하는 과정이며, 아이가 다양한 경험을 통해 하나씩 배워가는 여정입니다. 그러기에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꾸준한 관심과 따뜻한 격려로 함께 걸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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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면서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이 스스로 사회성이 부족하다고 하면서도 나름대로 사회성 좋게 잘 살아가는 것을 보니 ‘사회성이 완성되지 않아도 잘 살 수 있구나’ 하고 말이지요. 사회성은 누구나 완성된 상태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느린 학습자들도 사회성에 조금 부족해도 미리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 같아요.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조금씩 배워 가면 될 테니까요. 경험 속에서 스스로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한 마디로 사회성이란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 247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