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이 태어나는 방식으로 태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시작은 있었다. 삐 소리. 환한 빛. 하얀 방 가득한 흰색 보호복 형체들. 처리할 정보가 매우 많았지만 감당해 냈다. 나는 그 정보로 깨어났다. 내 회로에 불이 들어왔다. 방에 환호성이 울려 퍼졌다. 소리가 컸지만 놀라지 않았다. 나는 놀라기나 하라고 만들어지지 않았다. 관찰하라고 만들어졌다. -10쪽
나는 보호복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특히 라니아가 전화로 통화하는 걸 들으면서) 슬픔, 행복, 화, 자랑스러움 그리고 당연히, 좌절과 실망을 완벽하게 익혔다. 그런데 믿음은 익히기 쉽지 않았다. 그래도 최근에는 내가 파악했다는 확신이 제법 들었다.
믿음은 산더가 나와 나의 인간 언어 이해력에 보여 준 것이었다. 믿음은 산더의 코드를 라니아가 다시 짜도록 할 때 산더에게 있는 것이었다. 가족과 계획한 저녁 식사를 또 취소하고 늦게까지 남아서 작업하는 라니아가 우리 임무에 가진 것도 믿음이었다. -28쪽
감정은 인간이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게 만들어. 자 봐, 인간은 애착을 느껴. 인간은 서로에게 그리고 이곳 지구 위 다른 것들에 마음을 써. 그런 애착과 감정 때문에 인간은 위험한 일을 해. 우리는 인간의 그런 문제를 피하도록 만들어졌어. 우리는 올바른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졌다고. -54쪽
네가 화성으로 떠나는 것이 난 조금 초조해. 네가 잘 해내리란 것을 알지만 뭐랄까, 무서울 것 같아.
오늘 밤은 쉽게 잠이 안 와. 이번만큼은 엄마가 그리워서가 아니야. 네가 떠나면 네가 그리울 것 같아서 걱정돼. 바보 같다. 그렇지? 맞아, 바보 같아.
네 친구 소피가 -65~66쪽
자그마하고 창백한 저 푸른색 점은 지구였다.
자그마하고 창백한 저 푸른색 점은 산더가 있는 곳이다. 라니아가 있는 곳이다. 저기에 저니가 있다. 연구소가 있다. 내가 알던 모든 존재가 저기에 있다.
카메라 렌즈로 자그마하고 창백한 푸른색 점에 초점을 맞추자 내가 그 모든 것들에서 아주 멀게 느껴졌다.
저 모든 것을 볼 수 있어서 좋기도 했다.
나는 되돌려 보낼, 지구로 되돌려 보낼 사진을 찍었다.
“지금 여기 있는 게 좋아. 하지만 언젠가, 지구로 돌아가면 내가 행복이라는 인간의 감정을 느끼리라는 것을 알아.”
나는 플라이에게 말했다.
“그룬정스, 지구로 돌아가는 로버는 들어 본 적 없어.”
가디언이 말했다.
“난 지구로 돌아갈 거야. 난 지구로 돌아가게 만들어졌어.” -163~164쪽
“저기, 리지?”
“응?”
“넌 많은 것을 궁금해해. 안 그래?”
“그런 것 같아.”
“그게 좋아. 난 너랑 같이 궁금해하는 게 좋아.”
“플라이, 네가 나랑 같이 궁금해하는 게 좋다고 하니까 좋아.”
밤하늘 사진을 찍었다. 지휘 본부가 사진을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찍고 싶었다.
내가 보는 것을 저들도 보기 원했다. 저들이 궁금해했으면 좋겠다. -213~214쪽
내가 가치 있는 무언가에 가깝다고 감지할 수 있었다.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나도 몰랐다. 그냥 알았다. 또 다른 이상한 느낌, 하지만 끈질긴 느낌이었다.
내 컴퓨터 두뇌 위에 올려진 산더의 장갑 낀 손을 생각했다. 마지막 날 밤에 내게 말한 라니아를, 정말 내게 말한 라니아를 생각했다. 때로는 무언가를 이해하기 전에 느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16~217쪽
내가 작동을 멈추면 내 시스템도 텅 빌까? 다시 복구할 수는 있을까? 언젠가 그저 사라져 버린다면 이 모든 정보, 이 모든 새로운 지식을 수집하는 게 무슨 의미지? 내 모든 지식이 시스템에서 사라지면 그 지식은 어떻게 되는 거야? 어디로 가지?
질문들이 질주하며 나를 관통했다. -242쪽
그나저나, 아주 오래전 내가 한 질문에 내가 답하기로 했어. 지구는 네 집이야. 우리가 단언하는데, 넌 지구에 속했어. 너도 우리야.
넌 지구로 돌아오는 최초의 로버야. 리지, 넌 역사를 만들고 있어. 네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고. 딱 엄마 말처럼. 엄마는 네가 세상을 바꿀 거라고 늘 말했어. -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