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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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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뉴딜


  • ISBN-13
    979-11-86036-86-0 (03300)
  • 출판사 / 임프린트
    나름북스 / 나름북스
  • 정가
    2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7-1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크리스 암스트롱
  • 번역
    김현우
  • 메인주제어
    기후변화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해양학 (바다 및 대양) #기후변화 #기후위기 #해양오염 #배타적경제수역 #정의로운전환 #해양법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5 mm, 424 Page

책소개

바다의 위기를 기후위기와 연결해 분석한 정치이론서. 해양을 둘러싼 국제법, 자원 분배, 해양 노동, 생물권 보호, 동물권, 섬나라의 생존까지 해양에서 벌어지는 정의의 쟁점을 총망라하고, “해양 정의의 일곱 가지 원칙”을 중심축 삼아 바다를 위한 새로운 정치적 상상력의 기반을 제시한다. 바다를 공공재로 보았던 과거의 법적·정치적 관점이 어떻게 산업화와 함께 인클로저로 전환되었는지를 짚고, 해양 주권을 둘러싼 강대국과 다국적 기업의 지배, 그 이면의 불평등 구조를 비판한다. 특히 해수면 상승으로 국가 자체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작은 섬나라들의 현실, 공해에서 이뤄지는 심해저 채굴과 해양 유전자 자원의 독점 문제 등 지금까지 대중적 논의에서 소외되어 있던 핵심 이슈들을 구체적 사례와 함께 풀어낸다.

아울러 해양을 위한 정치적 전환을 ‘블루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체계화하고, 그 실현 방안으로 해안 공동체 중심의 정의로운 전환, 바다의 80%를 보호하는 세계해양기구 창설, 해양의 재야생화 등을 제안한다. 현실적인 정책 제언과 동시에 윤리적 상상력까지 담아낸 이 책은, 해양이 단순한 자연 자원이 아닌 정의와 생존의 공간임을 일깨운다. 생태 위기와 불평등이 교차하는 가장 첨예한 장소인 바다, 그 위기와 가능성을 동시에 사유하며 바다를 위한 시민적·정치적 실천의 항로를 제시하는 이 책은 해양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반드시 읽어야 할 정치 선언서다.

목차

도판 목록
감사의 말
용어 해설

들어가며
1. 생명의 근원
2. 바다에서의 자유
3. 해양 인클로저
4. 바다 위 세계 질서의 재편
5. 해양 정의의 일곱 가지 원칙
6. 해상 노동자 보호
7. 해양 동물의 권리
8. 해수면 상승과 소규모 섬나라들
9. 블루 뉴딜
10. 블루 뉴딜을 넘어
후기

더 읽을거리
옮긴이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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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인용

기후변화는 바다를 생명과 부의 원천에서 생명과 생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빠르게 바꾸고 있다. 해수면 상승은 세계 지도를 다시 그릴 것이며, 일부 국가는 아예 사라질 수도 있다. 여기에 오염, 남획, 서식지 파괴까지 더해지면 우리는 전례 없는 문제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퍼펙트 스톰’과 마주하게 된다. 이 폭풍을 견뎌낼 수 있을지, 아니면 파괴의 흐름을 되돌릴 수 있을지는 앞으로 몇 년간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달려 있다. 그 첫걸음은 바다가 인간의 행위로 훼손되기에는 너무 거대하다는 착각을 버리는 것이다. 과거 금융 위기 이전의 대형 은행들과 마찬가지로, 바다 역시 ‘망하기에는 너무 큰’ 존재가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방식으로 우리를 지켜주는 바다가 스스로 더 잘 보호받을 수 있도록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더는 시간을 낭비할 여유가 없다. 25

분명한 것은, 시간이 흐르며 우리가 바다와 직접 접촉하는 기회는 줄어들고 있지만, 바다에 대한 의존도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본주의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육지 자원에 대한 압박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광물, 에너지원, 농경지 등 지상의 자원이 고갈에 가까워지자, 탐욕스러운 세계 경제는 새로운 원료를 다른 곳에서 찾기 시작했다. 이는 우리의 시선이 바다로 향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한때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자원들, 심지어 해저 깊은 곳까지도 기술 발전에 힘입어 빠르게 개발이 가능해지고 있다. 이른바 ‘블루 이코노미’는 2030년까지 그 가치가 두 배로 증가해 3조 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이 예측이 실현된다면, 블루 이코노미는 세계 경제 전체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바다에서 새롭게 열리는 이 기회들은 과연 누구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인가? 49-50

흰긴수염고래를 보자. 이들은 한때 거의 멸종 위기에 이를 정도로 포획되었다. 현재는 대부분 보호받고 있지만, 여전히 생존에 필요한 먹이를 두고 인간과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이 놀라운 생물은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동물로, 크릴이라는 작은 갑각류를 먹이로 삼는다. 하지만 크릴은 산업적 규모로 어획되어 양식 사료나 반려동물 사료로 가공되고 있다. 그 결과, 흰긴수염고래의 개체수는 여전히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상업적 고래잡이가 성행하기 이전과 비교하면, 현재 바다를 유영하는 흰긴수염고래는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한때 그들의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던 바다는 이제 유령처럼 침묵에 잠겨 있다. 66

만약 우리 모두가 극심한 빈곤과 같은 고통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를 갖고 있다면, 일부 해양 착취 방식은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 있다. 예를 들어, 산업적 어업 활동은 현재 세계 남반구 해안 지역 공동체에서 사람들의 고용 기회와 기본적인 영양 섭취, 두 가지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 부유층이 취약한 계층을 밀어내고 그들이 스스로를 부양할 수 없게 만든다면, 그것은 해양적 불의의 명백한 사례라 할 수 있다. 해양 이용이 사람들의 기본적 필요 충족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은 이러한 관행에 제동을 걸 수 있을 것이다. 이는 해양 자원을 자유롭게 착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중대한 제약을 가하는 셈이다. 101

해당 국가들이 배타적 경제수역을 선언하고 이들을 배제하자, 이들 어선단은 조업을 줄이기는커녕, 다른 해역에서의 조업을 계속할 수 있도록 막대한 어업 보조금 확대를 요구했고, 이는 실제로 관철되었다. 그 결과, 공해 어업이 더욱 확대되었고, 이들 어선을 계속 수용한 국가들의 배타적 경제수역 내에서도 어업 강도가 더욱 높아졌다. 그러나 공해 어업은 본질적으로 수익성이 낮은 구조다. 과도한 연료를 들여 먼 공해까지 이동한 수많은 선박이 줄어드는 어족을 두고 경쟁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현재 공해 어업 수익의 절반은 미국, 일본, 한국, 대만 등 자국 어선단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네 나라에서 발생하며, 그 수익의 대부분은 소수의 기업에 집중된다. 이러한 보조금 없이는 공해 어업 자체가 경제적으로 지속될 수 없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보조금은 갈수록 적은 수의 노동자만을 고용하는 일부 부유한 기업에 돌아가고 있으며, 유권자들이 이처럼 파괴적인 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세금을 기꺼이 지불하는 이유는 정치적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138

국가 관할권 외부 해역에서의 생물다양성 이용을 규제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협약에 대한 협상은 2015년 시작되었으며, 이 글을 쓰는 현재에도 유엔에서 계속 진행 중이다. 이미 바이오테크 기업들은 국가 관할권 밖에서 발견된 독특한 생명체를 활용하고 있으며, 여러 해양 기반 의약품이 시장에 출시되었다. 여기에는 HIV 치료제로 최초 승인된 레트로비어, AZT, 암 환자의 만성 통증 치료에 사용되는 지코노타이드 등이 포함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해에서의 생물자원 탐사는 여전히 사실상 규제되지 않은 상태다. 해양 유전자 정보를 분석해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들은 바다에서의 자유 원칙에 따라 활동하며, 이 원칙이 과학 연구의 자유를 보장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과학 연구를 수행하는 것과 해양 생물의 유전자 정보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 사이에는 중대한 차이가 있다. 게다가 이 산업은 진입 장벽이 매우 높아, 지금까지 해양 생명공학 분야는 소수의 부유한 국가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178-179

이 원칙이 급진적 사상인 또 하나의 이유는, 이를 인간에게만 한정할 근거가 전혀 없다는 데 있다. 바다에 대한 공통된 이해관계는 인간뿐 아니라, 지구를 함께 살아가는 다른 생명체들, 특히 실제로 바다에 서식하는 동물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공동 소유와 달리, 공동 유산 또는 공동 이해관계라는 개념은 비인간 존재들이 건강하고 풍요로운 바다로부터 누릴 이익까지 포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유연하다. 해양 거버넌스 제도는 이러한 비인간 존재들의 이익에도 실질적으로 응답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주목해야 할 놀라운 사실이 있다. 해양법협약은 수많은 조항을 포함하고 있음에도, 실제 바다에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익을 단 한 차례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다. 해양 동물이 언급될 때에도, 그것은 분배하거나 수확할 자원으로만 다뤄진다. 이는 해양 정의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빈곤한지를 보여준다. 우리는 이러한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바다는 지구 생명의 핵심이자, 그 자체로 보호받아야 할 복잡한 생명의 그물망이라는 인식이 이제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야 한다. 202

2013년 방글라데시 언론은 최소 40명의 어부가 손발이 묶인 채 바다에 던져져 익사했다는 충격적인 사건을 보도했다. 하지만 영상 증거가 있음에도 어떠한 기소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듬해에는 태국 어선에 팔려간 캄보디아 출신 남성과 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많은 이들이 선상 관리자들이 노동자를 살해하는 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진술했다. 이러한 사례는 해상 노동 착취의 극단적인 단면일 뿐이다. 어업의 일부 부문은 여전히 인신매매와 강제노동에 의존하고 있으며, 노동자들은 폭력, 학대, 위험하고 비위생적인 작업 환경에 일상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이들이 잡은 수산물 상당수는 결국 부유한 국가 소비자들의 식탁에 오른다. 예를 들어, 강제노동이 가장 심각한 지역 중 하나인 타이만은 미국 시장에 수출되는 새우와 왕새우의 최대 공급지이자 반려동물 사료, 건강 보조제, 양식업 등에 사용되는 원재료의 주요 산지이기도 하다. 225-226

물고기에게도 잔혹한 처우를 받지 않을 권리가 있다면, 우리는 많은 어업 관행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물고기를 불필요하게 고통스럽게 죽이는 포획 방식은 폐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만약 물고기가 중대한 생명권을 지닌다면, 그 파장은 훨씬 더 클 수 있다. 물론 이것이 언제나 물고기를 식량으로 삼는 일이 잘못이라는 뜻은 아니다. 때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남반구에서는 수백만 명이 생존을 위해 물고기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 현실을 안타깝게 여기고 변화를 도모할 수는 있지만, 그들에게 당장 어류 섭취를 멈추라고 요구하는 것은 현실적이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물고기를 먹는 행위는 그들의 생명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며, 단지 우리의 목적—더 다양하고 흥미로운 식단을 추구하려는 욕구를 포함해—을 위한 수단으로 그들을 대하는 행위라고 나는 생각한다. 292-293

해수면 상승은 분명 중대한 위협이지만, 나는 여기서 절망을 권하는 조언에 반론을 제기하고자 한다. 침수가 반드시 자결권, 국가 지위, 나아가 영토 보유의 종말을 의미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망명자들이 겪게 될 상실을 결코 가볍게 여기는 것은 아니다. 그 상실은 막대하며, 침수라는 가능성 자체만으로도 이미 중대한 피해다. 우리가 온실가스 배출을 충분히 줄이지 못함으로써 섬 주민들에게 심각한 불의를 저질러 왔다는 점 역시 분명하다. 그러나 많은 섬 주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자결권과 독립 국가 지위에 대한 깊은 헌신을 보여 왔다. 나는 이 헌신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며, 해수면 상승이라는 위기 속에서도 이를 지켜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317

서평

기후위기의 시대, 바다는 어떻게 정치의 대상이 되는가
생명, 불평등, 정의, 그리고 바다를 둘러싼 새로운 질문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의 70%는 물이다. 그 거대한 해양은 산소의 대부분을 생산하고, 기후를 조절하며, 수많은 생명을 품고, 인간의 식량과 자원 공급망을 떠받치는 생명 기반이자 순환 체계다. 그러나 이처럼 절대적인 존재인 바다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이고, 산호초는 녹아내리며, 해양노동자는 착취당하고, 심해저는 채굴되고 있다. 이처럼 바다는 전 지구적 생명 기반이면서 착취와 불평등이 가장 집중되는 공간이 되었으나 정작 국제정치와 정책 결정의 중심에서 철저히 배제되어 왔다. 환경 문제 또한 육지 중심의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해 탄소 중립, 재생에너지, 육상 생물 다양성은 이제 광범위하게 논의되지만, 정작 바다에서 일어나는 일은 ‘멀고 보이지 않는 문제’로 간주되기 쉽다. 『블루 뉴딜』은 바로 이 관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책이다. 저자 크리스 암스트롱은 정치이론가의 시선으로 바다를 응시하며, 그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평등과 위기를 ‘정치적 정의’의 언어로 다시 설명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다란 해양 생물의 세계이자, 자원 착취의 현장이며, 제도적 방임의 공간이자, 인간과 비인간 존재들이 공존하는 정치적 장소다. 이 책은 지금까지 해양 문제를 기술적·자연과학적으로 다뤄왔던 기존 담론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다에 접근한다. 바다에 ‘정의’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출발점은 명확하다. 바다는 단순한 자연환경이 아니라, 윤리와 정치가 작동해야 할 공간이라는 것. 자유무역, 자원개발, 어업, 해양운송 등의 논리가 지배해온 이 영역에서, 우리는 이제 인권, 권리, 책임, 생태적 존중, 미래세대의 삶이라는 관점으로 사고를 전환해야 한다. 『블루 뉴딜』은 바로 그 정치적 상상력의 전환을 설계한다. 바다는 ‘보호할 대상’이 아니라, 우리가 ‘함께 살아갈 장소’라는 새로운 인식이 이 책의 핵심 문제의식이다.

‘블루 뉴딜’이라는 용어를 차용했지만,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훨씬 더 근본적이고 체계적인 이론적 제안이 담겨 있다. 그것은 바다에 대한 우리의 시각, 언어, 제도, 법, 정책, 실천 전반을 다시 구성하자는 요청이다. 독자가 이 책에서 마주하는 것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깊이 있는 정치적 성찰과 실천 가능한 윤리적 명제들이다. ‘지속가능성’이나 ‘보존’ 같은 익숙한 단어들 너머에서, 우리는 바다와의 관계를 다시 사유할 수 있게 된다.

생명을 품은 바다, 착취로 얼룩진 바다
이익 경쟁으로 자본과 권력의 공간이 된 해양의 역사

『블루 뉴딜』은 총 10장으로 구성되며, 바다를 생명의 공간으로 인식하는 데서 출발해 국제 해양 질서의 재편과 새로운 정치적 구상까지 나아간다. 1장에서는 바다를 생명과 생태계의 핵심으로 자리매김하며, 바다가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인간 생존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짚는다. 단순히 경관적 공간이 아니라, 기후 조절자이자 대기 탄소 흡수원이며, 생태적 안전망으로 기능하는 바다의 구조를 설명한다. 동시에 이 공간이 어떻게 산업화·세계화 속에서 훼손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2장과 3장은 바다의 ‘자유’라는 고전적 개념과 그 반대편에서 작동해온 ‘인클로저(사유화)’의 구조를 검토한다. 그로티우스 이래로 자유의 바다라는 이상은 해양 착취를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기도 했고, 오늘날 배타적 경제수역 체계는 이 이상과 충돌하며 불평등을 확대하고 있다. 바다는 더 이상 모두의 공간이 아니라, 기술력과 자본을 가진 국가들이 선점한 ‘권력의 장’이 되었음을 설명한다.

4장에서는 세계 해양 질서가 어떻게 형성되고 실패했는지를 역사적 맥락 속에서 분석한다. ‘인류 공동의 유산’이라는 이상은 냉전기와 신자유주의 시기를 거치며 좌절되었고, 심해저 자원과 공해의 법적 지위는 지금도 불완전하다. 이러한 역사 속에서 놓쳤던 정의의 가능성을 되짚으며, 다시금 국제 질서 재구성을 촉구한다. 5장에서는 해양 정의를 구성하는 일곱 가지 윤리 원칙이 제시된다. 생명 보호, 평등한 접근권, 공정한 분배, 민주적 절차, 책임과 의무, 미래세대의 권리, 비인간 존재 고려 등은 단지 이론이 아니라, 해양 정책 전반에 적용 가능한 규범적 지침으로 제시된다.

바다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의 조건,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권리 주체로 재구성하기

각각 해상노동자와 해양 동물,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위기에 처한 소규모 섬나라의 문제를 다룬 6, 7, 8장은 특히 돋보인다. 상업 어업, 수산업, 해운업, 크루즈 산업 등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경제 활동은 수많은 노동자의 힘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들의 권리와 안전은 매우 취약한 보호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해상 노동자는 우리의 식탁과 물류 체계, 여행의 즐거움을 가능하게 하지만, 그 대가는 위험, 고립, 침묵이다. ‘보이지 않는 인간들’인 바다 위 노동자들은 착취와 위험, 법적 공백, 윤리적 무관심에 놓여 있고 이들은 편의치적 제도라는 구조 아래 해상 무법지대에 방치된다. 저자는 해상 노동 문제가 해양 정의의 핵심이라며, 바다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은 그 안의 ‘인간적 기반’을 회복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 다른 ‘보이지 않는 존재’는 해양 동물이다. 이 장에서는 해양 동물을 단지 인간의 식량이나 자원으로 간주하는 전통적 시각을 비판하고, 해양 정의를 논의할 때 반드시 비인간 생명체에 대한 도덕적, 법적 고려가 포함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지속가능한 어업’이 실제로는 해양 동물의 고통을 전제한 수탈적 개념에 불과하다고 비판하며, 해양 동물을 권리 주체로 보는 새로운 상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해양 보호구역에서 어업과 채굴 제한, 고래·상어·거북 등 특정 종의 이익을 정책 결정에 반영, 동물 개체의 고통과 죽음을 측정하고 기록하는 감시 메커니즘 도입 등 실천적 조치를 제안한다. 해양 정의의 개념을 비인간 존재까지 확장하는 이러한 급진적 재구성은 바다를 진정으로 정의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가 어떤 전환을 감행해야 하는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낸다.

8장에서는 해양 위기와 기후위기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가장 가혹한 현실을 살아가는 소규모 섬나라 주민들의 처지를 조명한다.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국가의 영토가 사라지고 삶터가 침수되는 가운데, 기존 국제법과 정치 체제가 이를 어떻게 외면하고 있는지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투발루, 키리바시, 몰디브, 마셜제도 등은 이미 일상적으로 해수면이 넘치고, 예측 시나리오에 따르면 일부는 수십 년 안에 실질적 국가 상실 사태를 맞는다. 이 경우 육지뿐만 아니라 주권, 국민성, 문화, 법적 지위, 자원에 대한 권리 모두가 무효화될 위험에 처한다. 저자는 이것이 전형적인 기후 불평등이자 국제 사회가 해결해야 할 ‘긴급한 정의의 과제’이며 정의로운 해양 질서를 위한 시험대로 보았다. 이때 섬나라 국민들이 단순히 구조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문화적 주체, 정치적 행위자로 존중받아야 한다며 다양한 이주 정책과 재정착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9장은 이러한 논의를 종합해 ‘블루 뉴딜’이라는 실천적 비전을 제시한다. 해양의 재야생화, 해양 거버넌스의 민주화, 지속가능한 해양경제 구축, 세계해양기구 설립 등은 선언적 구호를 넘어 정책적 실행 구상으로 정리된다. 마지막 10장은 블루 뉴딜이 단지 제도나 정책이 아니라, 윤리적 전환의 요청임을 강조하며 마무리된다. 해양 정의는 결국 세계시민성과 정치적 상상력, 그리고 새로운 이야기의 힘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양을 위한 시민 정치의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바다의 위기를 치열하게 읽고, 말하고, 행동하자

『블루 뉴딜』은 바다를 다룬 수많은 책 중에서도 독보적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바다를 정치철학의 언어로 분석한 매우 드문 사례이기 때문이다. 기후위기 시대, 해양 문제는 단지 보존이나 과학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분명히 정치의 문제이며, 윤리의 문제다. 바다에서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배제되고, 누가 고통을 감내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정의의 영역에 속한다. 이에 따라 기존의 환경 담론이 간과한 부분을 날카롭게 짚는다. 해양을 과학적 수치나 생태계 구성 요소로만 보지 않고, 권력 관계와 제도 설계, 책임 분배의 공간으로 재구성한다. 바다 위의 노동자가 어떤 처우를 받는지, 해양 동물이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해수면 상승으로 침몰하는 국가는 어떤 권리를 잃고 있는지를 정치적으로 해석한다.

또한, 단지 문제를 제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능한 대안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해양 자원의 공정한 분배, 해양보호구역 확대, 국제기구 개편, 법제도 재정비, 시민 감시체계 구축, 해양교육의 강화 등 실천 가능한 제안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이는 그저 이상주의가 아니라, 정치와 정책이 해양 정의를 구현할 수 있다는 신념에 기반한 이론적 기획이다. 이처럼 『블루 뉴딜』은 해양에 대한 책임을 묻는 책이자, 우리가 어떤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지 되묻는 책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바다를 통해 인간과 세계의 관계를 다시 묻는 행위이며, 그 질문에 정치적으로 응답하려는 윤리적 선언이다. 오늘날 바다를 걱정하는 시민, 해양 문제에 관심 있는 연구자, 정의로운 전환을 고민하는 활동가 모두에게 이 책은 깊은 통찰과 실천의 자극을 제공할 것이다.

저자소개

저자 : 크리스 암스트롱
영국 사우샘프턴대학교 정치이론 교수. 정의, 천연자원, 해양 정치, 기후 정의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지구적 분배 정의Global Distributive Justice』(2012), 『정의와 천연자원Justice and Natural Resources』(2017), 『왜 지구적 정의가 중요한가Why Global Justice Matters』(2019), 『블루 뉴딜』(2022), 『지구 정의와 생물다양성 위기Global Justice and the Biodiversity Crisis』(2024) 등 다수의 저서를 통해 글로벌 정의와 환경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뤄 왔다. 특히 『블루 뉴딜』은 해양 불평등과 생태 위기를 다룬 급진적 선언으로 평가받으며, 2023년 미국정치학회 환경정치 분야 최고 저서상인 린턴 키스 콜드웰 상Lynton Keith Caldwell Prize을 수상했다. 현재 해양 정의, 생물다양성 보전, 기후 정의, 천연자원 분배 등 지구적 정의와 환경의 교차 지점에서 활발히 연구하며, <가디언>, <런던 리뷰 오브 북스> 등 주요 매체에 기고하고 있다.
번역 :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진보신당 정책연구원,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으로 활동하며 정의로운 에너지 전환을 위한 연구와 실천에 매진해왔다. 지금은 <탈핵신문> 이사장으로 신문 발간을 돕고, 기후 위기를 알리는 교육과 탈성장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안토니오 그람시』, 『정의로운 전환』, 『착한 에너지 나쁜 에너지 다른 에너지』(공저), 『탈핵』(공저), 옮긴 책으로 『녹색 노동조합은 가능하다』, 『GDP의 정치학』, 『적을수록 풍요롭다』(공역),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공역), 『심층적응』(공역), 『누구를 위한 도시인가』(공역), 『미래는 탈성장』(공역) 등이 있다.

출판사소개

기울어진 세상에서 중심 잡기. 올곧게, 재미있게 읽는 사회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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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4866) 전북특별자치도 전주시 덕진구 중동로 6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