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에도시대의 대중문화를 만나다
오랜 전국시대가 끝나고 법과 질서에 근거한 평화를 접하게 된다. 문자를 배우고, 언어를 구사하는 서민교육의 확산을 배경으로 민중의 지적 리터러시는 16세기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졌다.
예를 들어 17세기에 시작된 출판 문화는 오락용 읽을거리부터 실용서, 지도나 명소를 소개하는 관광 가이드북 같은 책, 그림책과 우키요에 같은 출판물을 세상에 널리 퍼지게 하여 서민들에게 교양의 일부가 되어 갔다. 현대의 일본 만화와 여행의 인기는 에도의 대중문화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불어 도시의 극장에서는 악을 물리치는 영웅이 주인공이 되는 역사 드라마가 인형극으로 각색되어 조루리 극장에서 상영되고, 또 유녀의 세계를 그리는 가부키가 서민들의 박수갈채를 받고 있었다. 극장은 그야말로 대중문화의 발신지가 된 셈이다.
이러한 대중문화의 일각에 요괴나 유령을 그리는 괴담물이 문예, 연극, 그림책으로 제작되어 괴담의 유행을 불러왔다. 오늘날 일본의 공포 영화의 원점 또한 에도 괴담에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에도시대는 '괴담의 세기'가 되었다.
당대의 감성을 되살린 괴담집
무엇보다 당시 서민들에게 세상은 즐거운 일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법과 질서의 시대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가혹한 인내를 강요하던 시대이기도 했다. 유교 사상에 기초한 도쿠가와 막부의 강권적인 지배 아래 서민들은 가혹한 복종과 억압을 견뎌내야만 했다. 이런 가혹한 막부의 권력 아래 신분이 낮은 자, 특히 약자였던 여성이 유령이 되어 에도 괴담의 주역이 되어 간다. 이 책의 괴담 속에 여성 유령의 이야기가 눈에 띄는 이유도 그 당시 에도 민중의 소리 없는 목소리를 대변한 것이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괴담은 그저 무섭기만 한 것이 아니라 그 시대 사람들의 마음을 옮겨 놓은 그림이기도 했다. 이 책을 통해 400년 전 일본 민중의 생활 속에서의 감정과 시대상을 접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필자는 고전 괴담을 소개하면서 가능한 한 당시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사무라이는 사무라이다운 말투로, 여성은 여성의 말투를 살려 번역을 했기 때문에 지금의 일본어와 다른 고전적인 정취와 표현을 즐길 수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옛 일본의 감성과 괴담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