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다른 사람이 옆에 존재하니, 그러니 외롭지 않다는 건 순진하고 여린 발상입니다. 다른 사람이 곁에 있으니까, 그리고 그 사람이 나와 다르니까, 그러니까 우리는 외로운 거죠. 인간은 모두 같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본원적으로 외로운 존재입니다. 그럼 모두가 다르다는, 이 피할 수 없는 조건은 극복할 수 없는 것일까요? 앞뒤 주변을 둘러봐도 모두 나와는 다른 사람 속에서 살아가고 있으니 우리는 죽을 때까지 외로움에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요?
_「Part1. 소비사회, 외로움을 이야기하다」 중에서
우리 모두는 인생의 어느 시점에 무언가의 팬이 됩니다. 어렸을 때는 만화나 애니메이션이나 동화의 주인공에 몰입되어 팬이 되고, 가수나 배우나 예능인과 같은 유명인의 팬이 되기도 하죠. 어떤 사람은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만드는 특정 기업의 팬이 되기도 합니다. 모두가 알지 못하는 사람이나 물건이 팬의 대상이 될 수도 있죠. 동네 편의점에서 일하는 직원의 팬, 작은 동네서점의 팬, 구독자 수 100명인 유튜버의 팬도 될 수 있습니다.
팬이 된다는 건, 대상에 대한 몰입으로 외로움을 잊게 만들고, 상호응원을 통해 외로움으로 겪게 되는 상처를 위로받고 격려받으며, 사회적 정체성을 한 겹 더하여 사회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느끼게 해주고, 같은 대상의 집단과의 소속감을 부여하여 외로움을 극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팬덤의 전성시대라고 불리는 지금, 아마 우리는 어느 시점에서든 팬이 되는 경험을 통해 외로움을 이겨내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_「Part 2. 팬이 되어 외로움을 바라보다」 중에서
〈어린왕자〉가 여행을 떠나 만나게 된 별의 주인들은 모두 외로운 사람입니다.
그들은 외로움을 잊기 위해, 또는 외로움을 회피하기 위해 각자 자신만의 방식을 활용하고 있죠.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은 전략일 겁니다.
① 왕의 전략 : 나와 어울릴만한 부류의 사람은 드물어. 상관없잖아, 혼자라도.
② 허영쟁이의 전략 : 나를 좋아하고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걸로 충분해.
③ 술꾼의 전략 : 일상의 외로움을 잊는 잠시만의 현실 도피적 행위로 넘겨보자고.
④ 장사꾼의 전략 : 인생의 목표가 확실하다면 그것에 몰입해서 매진해보자고.
⑤ 가로등지기의 전략 : 나에게 주어진 과업에 충실하면 외로움을 느낄 새가 없어.
⑥ 지리학자의 전략 : 정서나 감정보다는 팩트에 초점을 맞추어서 세상을 살자고.
어떤가요. 여러분은 어떤 전략을 사용하고 있나요.
_「Part 3. 일상에서 비일상으로의 점프」 중에서
일상의 외로움을 다독이는 손길은 어디서 올지 모릅니다. 심리 에세이를 쓰는 작가의 손길일 수도, 오은영 박사의 손길일 수도 있고, 서장훈 씨나 이수근 씨의 조언의 손길일 수도 있습니다. 그 손길은 운전하며 듣고 있는 FM 라디오 프로그램 진행자의 따뜻하고 뭉클한 멘트 속에, 스치듯 지나가는 영화 속 캐릭터의 대사 속에, 스마트폰 플레이 리스트에 담긴 노래 속에, 오랜만에 방문한 미술 전시회의 캔버스 속에서 발견할 수도 있습니다. 그 손길의 힌트는 MBTI 검사 결과에, 커피를 함께 마시는 친구의 눈에, 신문 구석의 기사에, 광고판 문구에, 인터넷의 유머 코너에 숨어 있을 수도 있죠.
이런 손길과 힌트는 그것이 학문적 심리학이든, 대중심리학이든, 상식심리학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건 외로운 일상을 다독이는 힘이 있고, 그걸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으면 되니까요. 모든 심리학을 뛰어넘는 슈퍼 심리학이 외로움을 토닥여 줄 거라는 믿음이 있다면, 일상은 변하기 시작할 겁니다.
_「Part 4. 슈퍼 심리학, 외로움을 토닥이다」 중에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외로움은 가장 큰 사회적 문제는 아닐지 몰라도 분명히 해결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그래서 소비사회는 팔을 걷고 나서서 어떻게 하면 소비자의 외로움을 케어할지를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상황적 외로움에 대처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혼자인 상황을 만들지 않을까를 고민하고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인식적 외로움에 대처하기 위해 심리 카운슬링 콘텐츠와 같은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외로움을 잠시라도 잊을 수 있도록 영화, 음악,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소설 등의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며, 비일상으로 떠날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마련해 주기도 하죠.
_「Part 5. 소비사회, 토탈 외로움 케어 시대를 꿈꾸다」 중에서
세상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관계가 중요한 것은 아직도 변함이 없지만, 혼자가 된다는 것이 더는 생존의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가 된 거죠. 함께 있어야 생존에 안전한 시대는 이미 오래전의 일이 되었고, 인간이 소속되어 안전감과 행복감을 느끼는 집단의 의미와 성격, 종류도 다양해졌습니다. 인간 대부분은 이제 국가, 지자체 등의 공적인 거대 집단에 속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고, 행복감을 부여하던 집단도 가족을 벗어나 친구, 지역, 동료, 지인의 범위로 넓어지다가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취미와 취향이 같은 사람들과의 관계로까지 넓어지게 되었죠. 그래서 많은 사람은 외로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관계의 양을 일단 줄여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발적으로 관계를 끊고 외로움을 선택하는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제 외로움은 관계의 결핍에서 발생하는 부정적 정서가 아니라, 관계의 단절을 통해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하는 정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_「Part 6. 자발적 외로움으로 진화하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