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고쳐 한의원’이 있어서 좋은 건 물건들도 마찬가지야.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아픈 물건들도 ‘다고쳐 한의원’에서 치료를 받거든. ‘다고쳐 한의원’이 문을 닫은 밤 12시부터 새벽 5시까지 말이야. 그 시간에는 ‘맘고쳐 한의원’으로 바뀌지._8쪽
환자가 한의사에게 아픈 곳을 얘기하고 치료받는 동안, 차차와 수다는 환자의 물건을 치료했어.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마음을 치료해 주었지. 예를 들면 이런 식이야.
“에구구, 얼굴을 보니, 고민이 가득하네! 자 털어놔 봐. 여기는 어떤 마음이라도 고쳐 주는 맘고쳐 한의원이라고!”_14쪽
그날 밤 12시, 꼬부랑 할머니가 다고쳐 한의원으로 들어왔어. 그러고는 차차와 수다 앞에 딱 섰지.
“아이고, 잘됐다. 너희가 나 대신 해야 할 일이 있어.”_19쪽
얼마 후, 첫 번째 환자가 들어왔지. 완벽한 세모가 되려다 만 것처럼 한쪽 끝이 뚫려 있는 트라이앵글이야. 트라이앵글은 한눈에도 아주 쓸쓸해 보였어. 고개는 푹 숙이고, 발은 질질 끌면서 들어왔거든.
“어서 오세요. 맘고쳐 한의원에 잘 찾아왔수다!”_23쪽
“내가 정말 말을 했네. 채가 없으면 아무 소리도 못 낼 줄 알았는데…….”
“그래. 네 안에는 이미 새로운 친구를 사귈 힘이 있다는 거야. 그 힘을 꺼내기만 하면 돼. 마음을 열고 말이야. 채가 없어서 두려움의 벽을 쌓으면 아무도 네 곁에 다가올 수 없어. 그러니 마음을 열어! 용기를 내!”_30쪽
“……나한텐 아주 멋진 친구가 있어. 이름도 스타야. 그 친구는 이름만큼 반짝반짝 빛나.”
돌리는 이야기를 시작했어. 차차는 두 귀를 기울였지.
롱다리를 닦던 수다도 얼른 정리를 마치고 차차 옆에 섰어. 어느새 롱다리는 들어가고, 삼색 똑딱이도 가지런히 놓였어._43쪽
“그래, 난 맘고쳐 한의원의 한의사야! 내 임무는 환자를 치료하는 것,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는 거야!”
차차는 분홍 연필이 떨어지는 방향으로 몸을 날렸어. 최대한 손을 길게 뻗어 연필을 밀쳐냈지. 하수구에 빠지지 않도록 옆으로 말이야.
분홍 연필은 땅으로 떨어져 또르르르 굴렀고, 차차는 하수구 위로 와장창 소리를 내며 산산조각났어._55쪽
“녹아라 녹아. 마음속 얼음, 용기 에너지로 피어나라!”
차차의 몸에 쌓였던 감정 덩어리가 녹아 김을 폴폴 냈어. 그 위에 핫초코를 사르륵 뿌렸지.
“핫초코의 달달함은 긍정적인 감정을 불러오지! 오늘의 내 처방이야!”_69쪽
돌리와 스타는 새벽 5시가 되기 전에 서둘러 제자리로 돌아갔어. 차차와 수다도 책상에 걸터앉아 천천히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았지.
“차차! 넌 아무리 봐도 훌륭한 한의사가 확실해! 근데, 앞으로는 그렇게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아 줘. 오늘 내 소원은 다 써 버려서 다시는 못 쓴단 말이야. 알았지?”_7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