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 잔의 온기와 시 한 스푼의 언어로 일상에 작은 쉼표를 건네는 시집이 찾아왔다. 시인이자 서예작가 안혜영의 네 번째 시집, 『차 한 잔, 시 한 스푼』은 춘천의 사계절을 배경 삼아 삶의 소소한 순간들을 시조라는 그릇에 담아낸 작품이다.
봄의 꽃길, 여름의 청량한 냉면, 가을의 단풍길, 겨울의 눈꽃 뜰. 시인은 늘 우리 곁에 있으면서도 미처 눈여겨보지 못했던 풍경과 감정들을 단아하고 정제된 언어로 길어 올린다. 시를 통해 마치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 풍경화처럼, 바쁜 일상 속 잠시 멈춰 서서 숨 고를 수 있는 여유를 선사한다.
이 시집의 특별함은 시뿐 아니라 시인의 아크릴화와 초등학생 딸 소현 양의 그림 작품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글과 그림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따뜻한 감성은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또한 『차 한 잔, 시 한 스푼』은 제목에 걸맞게 차와 커피를 테마로 한 시편들로도 독자들의 미각과 후각을 자극한다. 모과차, 우엉차, 루이보스차, 카페라떼, 코코넛커피 등 한 잔의 음료가 가진 고유의 향과 이야기가 시의 언어로 녹아들며, 독자에게 마치 실제로 따뜻한 찻잔을 손에 쥔 듯한 기분을 전해 준다.
춘천의 역사와 풍경을 담은 연시조들 또한 이 시집의 빼놓을 수 없는 매력이다. 출렁다리 위의 설렘, 정동진 해변의 고요함, 설악항의 활기, 청평사에 얽힌 전설들은 시조라는 전통적 형식 안에서 새로운 빛을 발한다.
『차 한 잔, 시 한 스푼』은 시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차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시인의 섬세한 시선과 차분한 언어가 선물하는 따뜻한 순간들이, 독자들의 일상에 작지만 깊은 행복을 채워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