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뭔가 새로운 것을 발명하려고 해요. 역사적으로 그래요. 세계 다른 국가와 차별화하려는 노력을 해왔어요. 지리적으로 유럽 한가운데 있고 바다가 없잖아요. 그래서 스스로 발명하고 팔아야 했던 거죠. 시계와 알루미늄 생산도 그래서 발달하게 된 거고. 경제를 창출한 거죠. 사람들은 스위스가 얼마나 혁신적인지 잘 몰라요. 스위스 디자인 역사를 일반적으로 잘 모르죠. 물론 스위스 사람들 자체가 대외적으로 알리는 것을 부끄러워하고 우리만의 섬에 갇혀 있어서 그렇기도 하지만요.
24쪽, 알프레도 헤베를리(제품 디자이너)
스위스의 성인 남성들은 의무적으로 군대에 가고 제대하면 총을 보관해야 해요. 그런데 집에 무기를 보관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은 무료로 경찰에 무기를 반납할 수 있어요. 그러면 경찰이 그 무기를 폐기하죠. 취리히 주에서는 매년 최대 7톤의 무기가 자발적으로 반납된다고 해요. 시민들이 그만큼 경찰과 사법부를 신뢰한다는 거죠. 저는 그 이야기를 듣고 사회를 위해서, 그리고 자유, 평화, 토론의 장을 위해서 설치 조각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시민들의 신뢰를 소중히 여기겠다는 사법부의 다짐이라는 상징적인 의미도 있고요.
55쪽, 우루술라 팔라(예술가)
21세기의 박물관은 단순히 작품을 전시하는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위한 공간이에요. 방문객이 미술작품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들과 어울리고, 수다 떨고, 쉬기 위해 올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해요. 저희 박물관은 공원이나 벤치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지금도 꽤 있지만, 새로운 건물에는 그런 공간들이 더 많아질 거예요. 사람들이 원하는 공간을 선택해 마음껏 쉬고 즐기다 갈 수 있게 될 거예요. 조용히 사색하고 싶을 땐 혼자 있을 수 있는 공간도 있고요. 그런 공간들을 더 많이 제공하며, 다양한 ‘순간들’을 만들어주고 싶어요.
74쪽, 샘 캘러(바이엘러 재단 미술관 관장)
저희는 아직도 오전 10시에 아침 식사 휴식을 하고 오후 4시에는 애프터눈 티 시간을 가져요. 이렇게 하루에 두 번 휴식 시간이 있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이건 건설 현장에서 온 전통인데, 건설 현장에서는 오전 7시에 일찍 일을 시작하니까 오전 9시에 ‘즈뉴니’라는 아침 식사 휴식을 하고, 오후 4시에 ‘즈비에리’라는 오후 간식 시간을 가져요. 저희는 이 전통을 유지했어요. 이렇게 하면 하루에 집중해 일하는 시간을 2시간 단위로 나눌 수 있어서 좋아요. 또 보통 같은 팀 사람과만 만나는데, 다른 팀을 만나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92쪽, 아스칸 메르겐탈러(헤르초크 & 드 뫼롱 시니어 파트너)
로잔은 굉장히 젊은 도시예요. 여기 있는 대학들 때문에 에너지가 넘쳐요. 상대적으로 작은 도시의 규모를 고려하면 디자인 신도 활발하죠. 로잔 예술대학교 졸업 후 도시에 남는 친구들이 신생 디자인 스튜디오를 차리기도 해요. 현대 디자인 및 응용 예술박물관(MUDAC)은 지역 디자인 스튜디오의 전시를 돕는 등 지역 디자인을 홍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요.
190쪽, 빅게임 디자인 스튜디오
이 지역은 시계에 대한 지식과 노하우가 많은 기술자들이 모여있는 지역이에요. 스위스에서는 이곳 말고도 시계 생산으로 유명한 지역들이 꽤 있죠. 발레 드 주, 라쇼드퐁, 르 로클, 그리고 제네바. 그런데 이 지역들이 상업화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면 생트크루아는 수공예가 중심이에요. 또 이곳에서는 시계만 만들지 않아요. 뮤직박스나 자동기계도 만들기 때문에 단순히 시계를 만드는 것 이상의 수공예 노하우를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이 지역에 남고 싶었어요.
221쪽, 드니 플라졸레(시계 장인, 데 베튠 창립자)
언더그라운드 신이 발달해 있어요. 굉장히 실험적이고 생동감 있죠. 198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제네바에 빈 건물이 많아서 이곳을 불법 점유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때 형성된 반(反)문화 정서가 아직도 강하게 남아있어요. 아트센터가 보통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법한 곳에 있죠. 예를 들면 입구를 찾기 힘든 어떤 학교의 옛 자전거 주차장 같은 곳이요. 이곳에 파격적인 예술가들이 오고 가장 신나는 음악 행사가 열려요.
234쪽, 필리프 슈톨(국제적십자위원회 수석 기술외교 대표)
일반적인 수영장들이 싫었어요. 스포츠 시설들이 있는 곳들요. 그래서 물의 신화로 거슬러 올라갔죠. 이슬람과 튀르키예 온천탕의 역사로요. 튀르키예 온천 분위기를 체험하려고 가족과 튀르키예에 간 것이 전환점이었어요. 그 계기로 온천탕의 풍경을 바꾸기 시작했죠. 발스 온천은 인간의 몸, 자재, 그리고 물의 전통으로부터 비롯된 거예요. 그런데 저는 자주 안 가요. 사람들이 다 저를 아니까요(웃음).
322쪽, 페터 춤토르(건축가)
건축이 아니었다면 학교를 세울 수 없었을 거예요. 티치노에는 훌륭한 건축 전통이 있어요. 이 지역에서 보로미니, 폰타나, 마데르노 등의 위대한 건축가들이 나왔죠. 이곳은 수백 년간의 역사를 바탕으로 한 재료와 문화가 풍부했어요. 중세 시대와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바로크 시대에 이르기까지 위대한 건축가가 이곳에 있었고, 그 후손들이 계속 탄탄하게 건축을 이어가고 있었어요. 저는 새로운 걸 창조한 것이 아니라 그저 있는 것을 잘 활용해 시작했을 뿐이에요.
354쪽, 마리오 보타(건축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