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에게 읽어 주기 좋은 열두 편의 이야기!
저학년동화 시리즈 〈올챙이문고〉의 27번째 작품인 『잘타의 초대』가 출간되었다. 이 책은 동시인이자 동화작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김자연 작가가 새롭게 선보이는 창작 구연동화다. 짧으면서도 신선하고 울림이 큰 동화들이 저학년 어린이들에게 읽어 주기에도 좋고 구연을 하기에도 좋다. 해마다 구연동화대회에서 심사를 맡아 오면서 새로운 구연동화를 구상해 온 김자연 작가가 처음 펴내는 창작구연동화집이다.
그동안 절제된 문장으로 재미와 울림이 있는 동화를 써온 김자연 작가는 오래전 현덕의 「고양이」란 작품을 읽고 틈틈이 짧은 동화를 써왔다고 한다. 이번 창작구연동화집을 출간한 동기는 해마다 동화구연대회 심사를 맡으면서 구연용 창작동화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많은 동화구연가가 쏟아져 나오고 있는 현 시점에서 구연되는 동화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 그는 가치관도 변하고 아이들도 달라졌으니 구연하는 작품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한다
창작구연동화는 말 그대로 구연할 수 있도록 창작한 동화 작품을 말한다. 구연이라는 특성 때문에 길이와 내용 면에서 일반 동화와 다른 특성을 가진다. 3~4분 안에 소리와 몸짓 언어를 통해 동화를 들려주어야 하기에 원고 분량이 보통 10매 정도다. 동시에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해야만 하기에 형식 또한 단순하고 등장인물 역시 많지 않다. 이러한 구연동화의 특성을 살려 쓴 짧은 동화들이 어른과 아이 모두를 즐거운 이야기 세계로 이끌어 준다.
창작구연동화집 『잘타의 초대』에는 12편의 짤막한 동화가 담겨 있다. 주로 동물을 의인화해서 들려주는 주된 메시지는 가족에 대한 사랑,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이해, 타인에 대한 배려, 자아 존중 등이다.
● 자존감을 키워주는 이야기
동화집을 열자마자 처음 만나는 동화가 「까치웃음」이다. 이 동화는 남들과는 다른 웃음소리 때문에 까치 무리에서 비웃음을 사고 따돌림을 당하는 까치 까미의 이야기다. 하지만 까미는 자신처럼 웃는 콩콩이 까치 아줌마를 만나면서 새로운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남들과 다른 게 이상한 게 아니라 특별한 거라는, 나만이 지닌 특별한 개성이라고 말이다. 그동안 주눅이 들어 제대로 웃어 보지도 못한 까미는 큰 소리로 웃게 되고, 친구들은 ‘까미는 원래 저래’라면서 까미의 웃음소리를 인정하게 된다.
「너도 예뻐」는 ‘잘난’ 언니에 비해 자신이 너무 못났다고 생각하는 은하의 이야기다. 처음에는 언니처럼 되고 싶어서 언니를 따라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자 언니를 못마땅히 여기고 툴툴거리며 짜증을 내기 일쑤다. 그러나 자신에게도 언니가 부러워하는 점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자존감을 되찾게 된다.
● 다른 존재에 대한 배려
자칫 남들의 처지나 입장을 고려하지 않고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누구나에게 종종 벌어진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심을 길러주는 것은 공동체 생활을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잘타의 초대」는 그러한 배려의 의미를 잘 그려낸 동화다. 원숭이 잘타가 동물 친구들을 생일 파티에 초대한다. 친구들은 맛있는 음식을 많이 준비해 놓겠다는 잘타의 말을 믿고 기분 좋게 잘타네 집으로 간다. 그러나 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을 보고 친구들은 실망하고 만다. 맛있는 음식은 모두 잘타가 좋아하는 것들뿐이기 때문이다. 뒤늦게 친구들의 마음을 알아챈 잘타는 사과하면서 다음엔 친구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준비하겠다며 친구들이 뭘 좋아하는지 미리 알아 둔다.
「칭찬 언니」는 아이들에게 칭찬만 하는 교통 봉사 언니의 이야기다. 아이들의 사소한 것들 하나하나 찾아내 칭찬하는 언니의 긍정적이고 배려심 가득한 말은 아이들에게도 스며들어 모두가 긍정적인 마음을 품게 되고 남을 칭찬하고 배려하게 변화시킨다.
「엄마가 미안해」는 성탄절에 시내 구경을 간 엄마와 아이 이야기다. 엄마는 아이에게 예쁘고 좋은 것을 보여 주려 바삐 돌아다니지만 정작 아이는 지나는 어른들의 다리밖에 보지 못하고 있었다. 뒤늦게 이를 알게 된 엄마는 아이의 입장을 배려하지 못한 자신의 행동을 반성하게 된다.
이외에 낯선 집에 오게 된 강아지를 ‘착한 개야’라고 부르며 ‘많이 먹어라, 잘 놀아라, 아프지 마라’라고 다독이는 늙은 개 이야기인 「수염 할아버지」도 따뜻한 배려심을 느끼게 한다.
● 함께 살아간다는 것
사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의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도 있다.
「맛있는 국」은 도토리 마을의 다람쥐들이 배고파 구걸하는 청설모에게 가뭄을 핑계로 도와주지 않자, 청설모가 잔꾀를 부려 다람쥐들이 숨겨 놓은 먹거리를 하나씩 꺼내 오게 하는 이야기다. 어려울수록 함께 도와야 한다는 걸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누가 진짜 주인일까」는 시골 빈집에 갈 때마다 마주치게 되는 동물들이 마치 제가 주인 양 행세하는 모습을 재미있게 그렸다. 누구든 들어와 살게 되면 제집이 되고 진짜 주인이 되는 거겠지 하는 넉넉한 마음을 갖게 하고, 이렇게 함께 살아가는 거라는 깨달음을 주는 동화다.
이외에도 할머니의 생일선물을 준비하는 손녀 라라의 따뜻한 이야기인 「라라의 특별한 생일선물」, 어쩌다 남의 택배 상자를 가로채게 되어 곤경에 처한 강아지 이야기인 「택배 왔어요」, 옛이야기를 패러디해서 구연동화로 만든 「방귀 잘 뀌는 고양이」도 독특한 재미를 느끼게 한다. 마지막으로 제멋대로 행동하는 어린 동물들을 그린 「황소바람」은 사춘기 병을 앓는 아이들의 행동 특성을 잘 그려냈다.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어른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은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