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은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것을 넘어, 감각과 경험을 자극하며 다양한 감정을 일으키는 역할을 한다. 이 책은 그중에서도 일시적이고 실험적인 건축 유형인 ‘파빌리온’에 주목했다. 파빌리온은 짧은 기간 설치되지만, 감각적 경험과 사람들 사이의 교류를 이끄는 특별한 공간이다. 특히 런던의 서펜타인 파빌리온은 매년 다른 건축가들이 빛, 재료, 공간을 새롭게 해석하며 파빌리온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크공간연구소 이덕종 건축가는 이곳에서 건축이 감각적 연결과 소통을 만들어내는 힘을 깊이 체감했다. 이러한 경험이 아크공간연구소의 제주 파빌리온 프로젝트로 이어졌고, 2023년과 2024년에 걸쳐 ‘파빌리온의 변주’라는 부제 아래 연구되었다.
이 책은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제주대학교 김태일 교수, 이타미준 건축문화재단 유이화 이사장, 아크스튜디오 이덕종 건축가의 기고를 통해 이번 프로젝트의 의미와 가치를 소개했다. 두 번째 장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건축적으로 주목할 만한 24개의 파빌리온을 선정하고, 그중 12개를 공간의 구성과 구축 방식 측면에서 자세히 분석했다. 세 번째 장에서는 제주의 자연과 문화적 배경을 바탕으로 12개의 장소에 새로운 파빌리온을 제안하며, 앞선 사례에서 나온 공간적 요소와 방식들을 제주 지역에 맞게 재해석하여 적용했다.
아크공간연구소의 파빌리온 연구는 파빌리온을 단순한 건축 유형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 시각과 미래 가능성을 담은 건축 실험으로 확장하려는 시도이자, 제주의 특별한 장소들을 위한 새로운 건축적 상상력을 이끌어 낸 창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