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과 고전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꼭 들러 보아야 할 북구의 미술관 이야기
미술관 ‘덕후’인 경제학자, 최정표가 『부자와 미술관』에 이어 『백야의 미술관』을 내놓았다. 『백야의 미술관』은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그리고 러시아의 명품 미술관들 이야기다.
1부, 덴마크 편에서는 작은 나라이지만 강력한 미술관들을 갖춘 문화 선진국, 덴마크의 미술관들을 살펴본다. 덴마크국립미술관은 스칸디나비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미술관이다. 뒤러의 최고 판화 작품으로부터 시작해서, 마티스의 〈마티스 부인의 초상〉, 놀데의 주요 작품에 이르기까지 속이 꽉 찬 컬렉션을 자랑한다. 칼스버그 맥주로 유명한 카를스베르 가문의 수집품으로 시작한 카를스베르미술관은 세계 유수의 조각 미술관이다. 마네의 중요 작품들을 포함, 여러 프랑스 작가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루이지애나현대미술관은 최첨단을 달리는 현대미술관으로, 무어, 리히텐슈타인, 자코메티 등 현대의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다. 예술품을 전시하는 개인 저택이 미술관으로 발전한 오르드룹고르 미술관, 스칸디나비아 복지국가가 선보이는 예술정책의 정수라고 할 만한 아르켄현대미술관 등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2부, 노르웨이 편에서는 뭉크로 상징되는 노르웨이의 미술관들을 둘러본다. 노르웨이는 스칸디나비아 3국 중 가장 늦게 독립했고, 미술 컬렉션의 역사도 가장 늦다. 그럼에도 현재는 뭉크와 크리스티안 달 등 세계적 미술가들을 배출했고 미술관들의 수준도 매우 높다. 노르웨이국립미술관은 최근(2022년) 새로이 건물을 지어 이전한 노르웨이의 대표 미술관으로, 〈절규〉, 〈마돈나〉 등 뭉크의 대표 작품들을 소장 중이다. 베르겐미술관은 노르웨이 독립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 정치인, 크리스티의 주도로 만들어진 미술관이다. 뭉크, 아스트루프, 킬란 등 노르웨이의 국민적 화가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아스트루프-페아른레위현대미술관은 오슬로에 위치한 현대적 미술관으로, 페아른레위 가문의 투자로 설립되었다. 데미안 허스트, 제프 쿤스, 안젤름 키퍼의 작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뭉크미술관은 말 그대로 에드바르 뭉크의 작품들을 종합하는 미술관이다.
3부, 스웨덴 편에서는 스칸디나비아 유수의 산업국가인 스웨덴의 미술관들을 조명한다. 스웨덴국립미술관은 다양하면서도 국제적인 컬렉션을 자랑하는 종합미술관으로, 특히 스웨덴 작가들의 고전 작품들의 요람이라고 할 만하다. 스웨덴의 문화적 특성을 잘 드러내는 여러 작품들을 책에서 상세한 설명과 함께 감상할 수 있다. 스톡홀름현대미술관은 〈모노그램〉 등 세계에서 가장 혁명적인 현대예술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장소다.
4부, 러시아 편에서는 제정 러시아, 소련, 그리고 현재의 러시아공화국에 이르는 정치적 격변 속에서도 세계적 수준의 컬렉션을 유지해 오고 있는 러시아의 미술관들이 소개된다. 첫 번째는 세계 최고의 미술관 중 하나로 꼽히는 에르미타주다. 예카테리나 대제의 수집품으로 시작된 에르미타주미술관은 다빈치부터 마티스에 이르는 수준 높고도 방대한 소장품을 자랑하며, 오랫동안 인류 문화유산의 보고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소련 당시 혁명과 전쟁의 위기에서 미술관을 가까스로 온존한 이야기가 흥미롭다. 상트페테스부르크에 위치한 러시아국립미술관은 세계에서 러시아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한 장소로, 문화재 복원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곳이기도 하다. 브률로프, 레핀 등 러시아 대가들의 작품들의 이야기에도 관심이 간다. 모스크바에 위치한 푸시킨미술관, 트레티야코프 미술관은 민간의 노력으로 설립된 미술관으로, 각각 국제적인 컬렉션과 국내적인 컬렉션의 그 양과 질로 역시 유명하다.
세계 주요 뮤지엄을 섭렵한 미술관 순례자,
미술을 사랑한 그 경제학자의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각을 만나다
『백야의 미술관』은 미술관의 역사, 소장품, 전시 디테일뿐만 아니라, 미술관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의 중요성, 미술관의 운영방식과 그 사회적 기능을 종합적으로 소개한다. 이는 다른 미술관 관련 서적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고유한 장점이다. 경제학자로서의 관점에 미술사적 지식을 융합하고, 그에 더해 발품을 팔아가며 전 세계의 미술관들을 직접 순례한 덕택이겠다.
전작인 『부자와 미술관』에서는 부자들의 기부와 경영 노하우로 세계적 수준에 다다른 미국의 여러 미술관들을 다루었는데, 『백야의 미술관』의 북유럽 국가와 러시아는 미술관 설립, 유지, 운영에 있어 국가의 공헌이 두드러진다.
미술관은 역사적 가치의 보존과 국민의 여가 장소 역할도 담당하지만, 순수예술을 선도하고 예술가들의 작업을 후원하며, 디자인과 패션 등 응용예술의 산파 역할도 아울러 수행하고 있다. 한국이 선진국 문턱에는 올라섰지만, 앞으로 한발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기업과 국가의 브랜드 가치의 제고가, 그리고 그를 위한 미술관 육성이 절실하다. “날로 격화되는 세계적 기업 전쟁에서는 첨단 기술뿐만 아니라 예술적 창의성 또한 매우 중요하다”라는 시몬느 회장의 추천사 구절이 울림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