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처럼 더욱 순수해질 때 그것은 기억으로 완전해진다.
이 소설은 그 순수에 대한 이야기다. (영문판 『Jazz Lovers』 소개에서)
『재즈 러버스』는 제목 그대로 음악, 특히 재즈와 얽히는 연인들의 이야기다. 영문판 서문에서 소개하듯, 그것은 ‘순수한 사랑에 대한 진실된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그 사랑의 매개체는, 그리고 그 사랑을 세상이 인식하고 납득하게 되는 계기는 음악이다.
주인공인 현석과 연미, 그리고 추태진과 양용주 등 주요 등장인물들은 모두 음악과 관련된 일을 한다. 현석의 아버지인 용주는 국악의 순수성을 신앙하는 독선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기 생각만큼 해금 연주에 일편단심이지 않은 현석을 통제하려고 안달이고, 심지어 심한 구타로 그에게 장애를 안기기까지 한다. 그럼에도 현석은 AFKN 등에서 흘러나오는 미지의 서양 음악에 관심을 가진다. 피아노 학원에서 그는 추태진 선생과 그의 딸인 연미를 만나고, 재즈의 매력에 빠져든다.
시간이 흘러, 어느덧 머리가 하얗게 센 현석은 사고로 병원으로 실려오고, 그것을 연미가 우연히 목격한 다음부터 두 사람의 사랑은 다시 시작된다. 소설은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 비추면서 이야기를 전개해나가고, 독자들은 하나둘씩 베일을 벗는 두 사람의 이별과 만남의 비밀을 알아차리게 된다.
무한한 자유로 펼쳐지는 재즈의 선율
순수의 감각을 일깨우는 단 하나의 사랑
소설의 가장 특징적인 점은 음악 그 자체다. 재즈에 대한 여러 많은 이야기가 오가고, 어떤 재즈곡들은 이야기에 중요한 소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이전에 이 소설에서 음악은 주인공의 영혼을 잠식하고 있는, 어떤 매질에 가까운 것이다. 현석 형제와 아버지의 부자간의 갈등은 현석이 피아노를 치고 재즈곡을 작곡하는 것으로 드러나고 또 심화된다. 양용주와 추 선생의 갈등은 실제로는 한복, 한옥, 구술적 관계로 특징지워지는 전통적 사고방식과 피아노와 근대적 법질서로 대표되는 서구적 생활양식의 대립을 전제하고 있지만, 그것은 소설의 표면에서는 국악과 양악 간의 상호 몰이해로 규정된다.
현석과 연미의 사이에서 역시 관심과 애정을 표시하고, 공감을 상징하고, 사랑을 증명하는 매개체가 되는 것 역시 음악이다. 그리고 그들의 사랑을 세간이 알아주는 것 역시 음악으로 구현된다. 실로 선율로 시작해서 선율로 끝나는 소설이다. 이 책에서는 30여 곡의 아름다운 재즈 명곡들을 만날 수 있다.
순정의 힘을 믿는 당신의 가슴에
지울 수 없는 파문을 남기는 소설
저자는 작가의 말(책머리에)에서 여러 음악들 중 재즈를 소재로 삼은 이유를 재즈 자체의 특성에서 꼽는다. 재즈는 한편으로는 기교적이고 심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롭고 순수한 장르다. 그럼에도 국내 재즈의 낮은 인기와 인지도로 인해 처음 시놉시스를 쓰고 나서 저자는 먼저 영어로 집필을 진행했다. 영어판과 일본어판(한국인들은 잘 모르는 사실이겠지만, 일본 역시 재즈가 대중적으로 깊이 뿌리내린 나라 중 하나다)이 2021년과 2022년에 각각 나온 후 한국어판은 2025년 발간이 이루어졌다.
재즈에 대한 깊은 지식과 애정이 있으면 더 깊고 세밀한 떨림을 가지고 읽을 수 있는 소설이지만, 재즈 문외한에게도 이 소설은 남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이 소설은 한 남자의 올곧은 사랑, 고전적인 순정에 관한 이야기니까. 그것은 굳이 보답을 원하지 않고,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의 가치에 공감한다면, 이 소설을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2025년 여름, 이제 한국에서 『재즈 러버스』를 한국어로 출간한다. 재즈에 있어 여전히 황폐하고 메마른 현실의 한국이기에 『재즈 러버스』라는 제목으로 출간되는 것이 다소 부담스러운 것만큼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 소설은 결코 재즈 관련 음악 소설이 아니다. 이 소설의 주제는 사랑이며 재즈처럼 가공되지 않은, 오묘하면서도 숭고한 남녀의 사랑을 전하는 러브스토리다.”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