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대한민국은 발사체, 위성, 정보 활용 기술을 하나의 고리로 연결할 수 있는 우주산업 전(全) 주기의 기반을 갖춰 가고 있습니다. AI를 비롯한 첨단 기술 및 정보통신기술, 강한 제조업 역량, 민간의 창의성과 유연성은 이를 실현할 수 있는 강력한 자산입니다.
지금이야말로 정부와 민간이 함께해야 할 때입니다. 정부는 마중물 역할을 하고, 민간은 도전과 실증의 주체로 나서야 합니다. 민·군 기술 이전, 융합 실증 환경, 국제 진출 플랫폼 등 실질적 생태계 조성이 필요합니다. 이 모든 요소가 유기적으로 작동할 때, 대한민국은 우주 강국이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세계 무대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한때 꿈의 공간처럼 여겨졌던 우주는 이제 현실의 공간이 되어 갑니다. 이 순간에도 전 세계는 우주를 새로운 안보와 경제의 무대로 보고 치열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이 우주로 도약할 차례입니다.
-16~17쪽, 프롤로그 ‘K-방산의 대한민국, 이제 우주로 도약할 차례다_박종승 ’ 중에서
사용에 제약 없는 우리 기술로 다양한 우주 임무를 수행하고, 우주에서 쏟아지는 데이터로 가치 있는 정보를 창출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합니다. 민간산업이 혁신과 잠재력을 발현할 기회를 주고, 정부는 과학기술과 산업, 국방과 외교 각 분야를 유기적으로 고려해서 전략을 수립하고 자원을 배분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우리 마음대로 우주에 접근할 수 있는 싸고 똘똘한 발사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주에 갈 수단이 없다면 모든 우주 임무와 혁신은 상상 속에만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20쪽, 프롤로그 ‘우주로 가는 길, 정부와 민간이 함께해야_심수연 ’ 중에서
박종승 우주산업의 본질은 기술이 아니라 ‘정보 활용’입니다. 우리가 흔히 위성이라고 하면 ‘우주에 떠 있는 통신 기지국’을 먼저 떠올립니다. 실제로 통신 위성은 지상 기지국과 동일한 역할을 하며, 우주의 안테나 역할을 합니다. 지구 관측 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눈’ 또는 ‘센서’라고 하지만, 본질적으로는 정보를 수집하는 수단입니다. 과거 우주산업은 주로 발사체 개발, 위성 제작, 지상국 관제 확보 등 물리적 인프라에 집중했습니다. 우주라는 영역을 다루는 일 자체가 첨단 기술의 결정체였기 때문에 ‘뭔가를 쏘아 올리는’ 데 의미를 두던 시대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시대가 달라졌습니다. ‘어떤 데이터를 얻고, 그것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해졌습니다. 현재의 우주산업은 장비에서 정보 활용으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하고 있습니다. 위성을 통해 얻는 사진과 영상, 전자파, 기후 데이터, 감시 정보 등은 이제 하늘에서 쏟아지는 새로운 ‘빅데이터’나 다름없습니다. 우리는 그 데이터를 해석하고 조합해서 예측할 수 있는 자료로 바꾸는 역량이 필요합니다.
-51~52쪽, 1장 '1. 초연결 사회를 밝혀 줄 6G 시대와 우주기술' 중에서
심수연 인공지능을 활용한 ‘우주 상황 인식’ 능력을 강화하면, 향후의 전장 환경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박종승 지금까지는 위협이 발생하면 사람이 데이터를 해석하고 대응했지만, 인공지능 기반 우주 상황 인식은 ‘위협 감지–판단–대응’까지 자동으로 할 수 있습니다. 실시간으로 적 위성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필요시 자산을 재배치할 수 있는 수준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대한민국도 이 분야에 투자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국내 위성 체계와 인공지능 분석 플랫폼의 연동성 강화, 그리고 자체 데이터셋 확보가 중요합니다. 미국의 사례처럼 민간 상용 위성을 통한 데이터 수집도 전략적으로 검토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미래 전장은 상시 감시와 초지능 판단, 초고속 대응이 가능한 체계로 진화할 겁니다. 수백 개의 자율 군집위성이 지구 궤도에서 움직이며 전장을 실시간으로 관찰하고, 지상과 우주의 모든 영역을 통합적으로 연결해 작전을 수행하는 시대가 왔다고 봐야 합니다. 이런 시대를 잘 준비해서 맞이하려면 우리나라도 국내 생태계 안에서 기술을 발전시키고, 지속 가능한 우주 안보 역량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79쪽, 1장 ‘3.지능형 위성과 6G 통신 인프라 혁신’ 중에서
심수연 박 소장님께 미사일 지침 폐지는 어떤 의미였는지 궁금합니다.
박종승 미사일 지침 폐지가 가져온 첫 번째 변화는 미사일 및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 개발의 제한이 사라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미사일 지침 때문에 연구개발 자체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개발이 가능해도 지침 범위 내에서만 진행할 수 있었고, 예산 확보에도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이후로는 자유로운 연구와 개발이 가능해졌습니다.
두 번째로 효율적인 발사체 설계가 가능해졌다는 점입니다. 과거에는 액체 추진 엔진에 고체연료 부스터를 결합한 발사체 개발이 불가능했지만, 이 이후로는 다른 여러 우주 선진국처럼 액체 추진 발사체와 고체 추진 발사체를 함께 사용하는 복합형 방식을 활용할 수 있게 됐습니다. 이는 대한민국이 우주발사체 연구개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 줬습니다.
세 번째로 자주국방을 위한 미사일 개발이 우주산업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국가 안보 차원에서 개발한 미사일 기술을 축적하고, 이를 민간으로 이전해 우주발사체 개발로 확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습니다. 이제 대한민국은 미사일 강국을 넘어 우주 강국으로 향할 수 있게 됐습니다.
-111쪽, 2장 ‘1. 미사일 지침 해제와 전략 자율성 획득의 의의’ 중에서
박종승 현재 우리나라 기술 이전 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국내 이전보다 해외 이전이 오히려 수월하다는 점입니다. 국책 연구기관 소속 연구원이 해외로 진출하는 데는 별다른 제약이 없지만, 국내 민간기업으로의 이직에는 여러 제한이 따릅니다. 이는 기술 유출의 관점에서도 이해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해외 유출은 국가 안보와 산업 경쟁력 측면에서 훨씬 더 심각한 사안인데도 규제는 국내 이동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등급화한 기술 정보와 보안 수준에 따라 기술 이전과 인력 이동을 구분하고, 이에 따른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민감도가 높은 기술에 대해서는 이전 심사 절차를 명확히 하고, 퇴직 전후 취업 심사 같은 제도도 강화해야 합니다. 하지만 일정 수준 이하의 기술은 더 유연하게 이전할 수 있도록 제도 정비가 필요합니다.
-170~171쪽, 3장 ‘2. 기술 이전의 진짜 조건’ 중에서
심수연 그러면 말씀하신 국방 우주 아키텍처를 잘 구축하기 위해 현재 우리나라에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능력은 무엇인지요?
박종승 국방 우주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여섯 가지 핵심 능력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 감시정찰, 통신, 항법 등 통합적이고 다차원적인 작전을 지원할 수 있는 ‘우주 정보 지원 능력’입니다. 이는 작전 환경 전반에 걸쳐 실시간 상황 인식과 명령 통제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기반입니다. 둘째, 동맹국과의 협력을 포함해 우주 내 안보 자산을 인식할 수 있는 ‘우주 영역 인식’ 능력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 감시 레이더 등 다양한 센서 기반의 탐지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셋째, 우리의 우주 전력과 자산을 신속하고 경제적으로 우주로 수송할 수 있는 ‘우주 전력 투사 능력’입니다. 발사체 능력뿐 아니라 발사 인프라, 재사용 기술 등을 포함한 종합적 수송 체계를 의미합니다. 넷째, 우리의 우주자산을 보호하는 동시에 적성국의 우주 능력을 통제하거나 제한할 수 있는 ‘우주 통제 능력’입니다. 이는 위성 보호뿐만 아니라 상대의 위성 운용을 억제하는 능력까지 포함합니다.
다섯째, 우주로부터 생성한 데이터를 통합하고 분석해서 고부가가치 정보로 재가공하고 활용할 수 있는 ‘우주 정보 활용 능력’입니다. 이는 작전 지휘는 물론 전략적 의사결정의 기반이 됩니다.
여섯째, 국방 우주력의 운용을 위한 합리적 보안 체계 수립과 적성국의 사이버 공격에 대비한 ‘우주 사이버 보안 능력’입니다. 이는 정보기술과 우주기술이 융합하는 시대에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요소입니다.
-178~179쪽, 4장 ‘1. 우주 아키텍처, 통합이 중요하다’ 중에서
심수연 우리나라에서 뉴 스페이스라는 단어는 언제 등장했고, 지금 우리나라의 뉴 스페이스는 어디까지 왔다고 생각하시나요?
박종승 우리나라는 여전히 국가 주도 체계에 머물러 있습니다. 뉴 스페이스 기업이 속속 등장하고 일부는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지만, 여전히 과기정통부 중심의 정부가 주도하는 올드 스페이스 프레임을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중략) 다만, 최근 몇 가지 변화의 조짐이 보입니다.
첫 번째는 국방의 우주 진입입니다. 2020년 7월 고체 발사체 개발 제한 해제와 2021년 미사일 지침 완전 폐지 이후, 국방 분야에서도 우주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급격히 확대됐습니다. 고체 발사체 발사 성공과 군용 정찰 위성 발사 성공은 그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국산화’ 기조와 함께 기존 방산기업들이 우주 분야로 진출하고 있으며, 민간 뉴 스페이스 스타트업에 대한 국방 분야의 민·군 협력 과제, 미래도전 기술 과제 등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이중 용도 기술을 민간으로부터 구매하려는 움직임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우주항공청의 출범입니다. 2024년 공식 출범한 우주항공청은 민간 중심의 우주산업화를 목표로 출범했으며, 2025년에는 ‘민간 주도 재사용 발사체 체계 모델 연구’도 추진 중입니다. 아직 구체적인 성과가 가시화되지는 않았지만, 뉴 스페이스에 관한 정책적 공감대가 확산하고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215~216쪽, 5장 ‘1. 기술에서 산업으로, 산업에서 국가 전략으로’ 중에서
심수연 대학 및 중소기업의 체계 개발 역량 강화를 통한 기술의 선순환 구조 정착과 관련된 해외 사례, 그리고 우리의 나아갈 방향 등을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박종승 유럽 우주청과 NASA에서는 자국 우주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기술 가속화 명목의 보조금 제공 등 우주 스타트업을 육성하기 위한 정책을 활발히 시행 중입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나라에서도 체계 개발 역량을 보유한 중소·중견기업 육성이 위성·발사체 핵심 체계 기술 확보 및 세계 우주산업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를 위해 필수입니다. 기술 실증부터 상용화까지 많은 비용과 인력이 투입되는 우주 사업의 특성상 경쟁력 있는 선도기업을 육성하려면 기술 개발 단계에서 필요한 사업비 증액, 세액 감면, 물량 보장, 우주에 특화된 별도 연구개발 예산 트랙 마련 등과 같은 정부 기관의 다양한 제도적·기술적·사업적 지원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특히 핵심 기술 개발에 대한 실패 부담을 완화하고, 공격적인 기술 개발이 가능한 프로그램 운영이 중요합니다. 기존 기초 연구의 틀을 유지한 상태로 대학과 중소·중견기업이 연계해 신속 개발 및 궤도 검증을 통한 기술의 선순환 구조를 정착화하면, 획득한 혁신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발굴 및 체계 사업으로 확장에 기여하는 등 자생적 우주산업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습니다.
-260~261쪽, 5장 ‘2. 글로벌 우주 시장을 향한 담대한 발걸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