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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사는 소녀
마야
5월쯤이었어. 나랑 릴리는 연극 연습하러 아침 일찍 학교에 갔지. 얼마나 일찍 갔냐면, 복도가 어둡고 울려서 무서울 정도였어. 우리 발소리 말고는 어딘가에서 윙 하는 소리만 들렸거든.
릴리는 외모를 점검하겠다고 화장실에 들르자고 했지. 릴리가 화장실 문을 밀고 들어가는데, 갑자기 멈춰 섰어.
어떤 여자아이가 손 건조기 아래 웅크리고 앉아 머리를 말리고 있었거든.
그 아이가 휙 돌아서 우리를 보고는, 당황해서 세면대로 가더니 자기 물건을 후다닥 챙겨서 뛰쳐나가 버렸어.
릴리와 나는 벙쪄서 서로를 바라봤지.
“뭐지?”
“어……”
나는 잠시 뜸을 들였어. 그리고 말했지.
“주얼이잖아.”
주얼은 같은 7학년이야. 작년 가을에 과학 수업을 같이 들었는데, 내 실험 파트너였어. 6학년 때 전학 왔지. 말이 없는 애야.
그런데 젖은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는, 겁먹은 눈으로 뭐 특공대 기습이라도 받은 것처럼 쳐다보길래, 순간적으로 알아보지 못했어. 우리가 그 애를 놀라게 했나 봐.
릴리는 거울로 다가갔어. 릴리는 머리를 한껏 올려서 양 갈래로 묶고, 자유의 여신상 모양의 가짜 문신을 목에 붙이고 있었어.
“마야, 주얼이 도망쳤던 거 기억나?” 릴리가 말했어.
“응. 다시 돌아왔잖아.”
“그랬어? 내 말은, 집으로 돌아왔냐고?”
“무슨 뜻이야?”
릴리는 아이라인을 고치며 말했어.
“내 생각엔 걔 학교에서 살고 있는 것 같아.”
“학교에서 살다니! 그냥 머리를 말리고 있었던 거야. 비가 오잖아.”
“근데 걔가 왜 이렇게 일찍 학교에 와 있겠어? 걔가 연극이나 음악 같은 걸 하지도 않는데.”
“냄새 맡아봐, 여기.” 릴리가 세면대를 가리키며 말했어.
나는 고개를 숙여 맡아봤어. 샴푸 냄새가 났지.
“여기서 머리 감았다는 거야?”
“응. 아침 7시 12분에, 여기서 말이야.”
“아마 집에 온수가 안 나왔나 보지. 아니면 누가 샤워 중이었거나.”
“그리고 또……” 릴리가 말을 멈췄어.
릴리의 이런 행동은 명확히 날 집중시켰어.
“아침을 만들고 있었잖아.” 릴리가 마저 말했어.
“어, 아침이라고?”
“아까 급식실 지나오는데, 토스트 굽는 냄새가 나던데.”
우리는 화장실에서 나갔고, 마침 제롬이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어. 제롬도 연극부거든.
“왜 그래?”
제롬이 묻자 릴리가 설명했어.
“여자 화장실에서 머리를 감았다고? 새가 머리에 똥 싸서 그런 거 아냐?”
그러면서 릴리한테 오늘 방과 후에 집에 못 간다고 했어. 인형 작업해야 하는데 육상 연습이 있다는 거야.
“내일은 어때? 그 바비 완성해야 하잖아.”
벌써 복도에 다른 애들이 오고 있는데, 제롬은 목소리도 낮추지 않았어. 그냥 생각없이 ‘바비’라고 크게 말하니까, 딴 애들이 “너희, 바비 인형 갖고 놀기엔 좀 늙지 않았니?”라고 놀리지. 그러니 제롬한테는 뭐라고 할지 상상이 가지? 특히 트레버나 벤 같은 짓궂은 애들 말이야.
우린 바비보단 패션 인형에 관심 있는 거야. 한때는 바비와 아메리칸 걸이 전부였지. 그게 릴리와 내가 처음 친구가 된 이유이기도 했고. 하지만 지금은 인형 놀이를 하진 않아. 우린 인형 커스텀을 하지.
벼룩시장이나 온라인에서 중고 인형을 사서 커스터마이징 작업을 해. 얼굴을 새로 칠하고, 머리를 다시 심고, 옷을 입혀. 그리고 온라인에 파는 거지.
제롬은 특히 켄이나 G.I. 조 피규어에 문신 새기는 일을 잘해. 문신 있는 바비도 가격이 꽤 나가지.
아무튼 다시 주얼 이야기로 돌아가서, 젖은 머리카락과 탄 토스트 냄새만으로 주얼이 학교에서 산다고 단정할 순 없었어. 그날 공동 체육 시간에 주얼은 평소와 비슷했거든.
그래서 릴리가 점심시간에 내게 이렇게 말했을 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어.
“우리 방과 후에 주얼을 따라가 보자.”
“왜?”
“걔가 집에 가는지 확인하려고.”
나는 치과에 갔고, 릴리와 제롬은 주얼을 따라갔어.
주얼은 항상 집에 걸어갔어. 작년엔 내가 버스를 탔을 때 주얼과 앤턴이 집에 걸어가는 걸 보곤 했지. 그러나 앤턴은 이제 고등학생이라서, 주얼은 혼자 다녀. 릴리는 주얼이 학교에 살고 있다면 아예 나가지 않거나 몇 블록만 가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했어.
그런데 주얼은 학교를 나가서 계속 걸었어.
“너희가 따라가는 걸 눈치챘나 보지.”
릴리와 제롬은 눈에 확 띄는 스타일이야. 릴리는 키가 170센티미터에 긴 까만 머리를 가졌고, 제롬은 175센티미터에 금발인데 뿌리만 까맣거든. 반면에 나는 157센티미터에 갈색 곱슬머리야.
“주얼은 뒤돌아보지 않았어. 8블록이나 걸어서 집에 도착했고, 문 안으로 들어가더라고.” 제롬이 말했어.
그래서 릴리의 예상은 날아갔지.
“그 집 허름해?”
난 주얼이 가난할 거라고 늘 생각했거든.
“전혀 아니야. 작지만 깔끔하더라고.” 제롬이 말했어.
그제야 알았어.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는 걸. 그런데 점심시간에 릴리가 말했어.
“주얼이 갔던 집, 그 애 집 아니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