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제단 위에서 민족의 혼을 읽다
권혁진 박사의 신작 《태백산의 인문학》(윤순석 공저)이 출간됐다. 이 책은 태백산의 역사와 문화, 자연과 신앙을 총체적으로 조명하며 태백산이 지닌 다층적인 의미를 인문학의 시선으로 풀어낸다. 태백산은 단순한 산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삼국시대부터 제사의 대상이 되어온 태백산은 민족의 정신적 기둥이자 구국의 성산으로 자리매김하며, 시대마다 달라진 신앙과 역사적 상징성을 품고 있다. 방대한 문헌과 유산기, 시가, 전설 등을 종합적으로 탐구하여 태백산의 진면목을 독자에게 전한다.
《태백산의 인문학》은 태백산이 국가 제사의 산실이었던 역사부터 민간 신앙의 중심지, 조선 후기 의병과 동학 신자들의 구국 기원지로서의 역할까지 다양한 시선을 담았다. 신라 시대 오악 중 북악으로 숭앙받았던 태백산은 고려와 조선을 거치며 지방 관청과 백성이 제사를 지내는 신령스러운 산이었다. 일제강점기에는 독립운동의 성지로, 동학과 신흥 종교인들의 천제단으로 자리 잡으며 민족의 정신적 구심점으로서의 의미가 더욱 강화되었다. 오늘날 태백산 천제단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어 매년 개천절에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태백산은 단군 신화와 천제의 유래, 민중의 독립운동, 민간 신앙까지 민족의 정체성과 운명을 함께해 온 산으로, 시대의 변화 속에서도 우리 민족의 정신을 지켜온 산으로 재조명하여 태백산에 깃든 신앙과 전설, 무속적 풍습을 세밀하게 분석하며, 태백산을 통해 한국 문화와 정신사를 깊이 이해하도록 이끈다.
또한 이인상, 강주호, 송병선 등 옛 선비들의 유산기와 시를 통해 태백산의 자연과 영적 풍경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눈 덮인 봉우리, 거센 바람, 하늘을 찌를 듯한 산봉우리, 천제단에서의 장엄한 제사 장면 등은 독자에게 태백산 정상에 선 듯한 감각을 안겨준다. 이인상이 태백산을 “내면의 덕을 지닌 대인(大人)”에 비유하며 그 곡선의 미학과 장엄한 풍모를 노래한 대목은 책의 백미다. 또한 태백산의 키워드를 ‘바람’, ‘덕’, ‘신령’, ‘웅장’으로 제시하며, 태백산이 단순한 산이 아닌 자연과 정신, 신앙이 결합된 거대한 상징임을 드러낸다.
《태백산의 인문학》은 태백산과 천제, 유산기, 봉화 지역 문화유산과 태백시 명소까지 폭넓게 다루며, 방대한 사료를 근거로 한 꼼꼼한 서술로 깊이 있는 독서를 이끈다. 각화사, 천천(구문소), 황지, 방외굴 등 태백산 권역에 산재한 문화유산과 명소가 상세히 소개되며, 이들 장소에 얽힌 역사적 의미와 전설, 문인들의 시적 표현이 한데 어우러진다. 하지만 단순한 산행 안내서나 역사 개론서가 아니다. 태백산과 관련한 문헌과 기록, 전설과 시가를 총체적으로 정리한 인문학적 교양서로서, 태백산을 민족 문화유산의 시각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독자에게 귀중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권혁진 박사는 책을 통해 “태백산은 지금도 민족의 정기를 품고 살아 있는 산”이라며, “이 책이 태백산의 정신과 가치를 오늘에 되새기고, 민족문화유산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는 데 기여하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