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언어로 분명하게 표현하지는 못해도, 세상을 향해 하고픈 이야기가 누구에게나 있다고 믿는다. 더 나은 삶의 방식과 세상을 향한 바람 같은 것에 관해서. 확신이 없거나 용기가 부족해서, 표현할 방법을 몰라서 그저 마음에만 담아두고 있을 뿐. 나 역시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내 마음을 대신해 주는 반가운 문장들을 만났고, 그에 기대 내 목소리를 조금씩 낼 수 있게 됐다.
당신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꼭 내 마음 같은 문장을 만난 적이 있다면, 당신도 나처럼 그 문장에 힘입어 기록을 남겨 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그 기록을 누군가와 나눠 보는 건 어떨까? (프롤로그)
언제부턴가 나는 맨눈으로 세상을 보지 않고 있다. 이미 본 것이라고, 아는 것이라며 보지 않는다. 다 알고 있어서 더 볼 것도, 생각할 것도 없다고 판단해 버린 ‘머리’로 세상을 본다. 그게 아니면 타인의 눈으로 필터링된 콘텐츠나 리뷰, 댓글을 통해 세상을 본다. 관찰을 외주 주는 게 습관이 되면서, 일상에서 직접 보며 의미를 발견할 자력을 잃어버렸다. 그러면서 일상은 지루하고 무료하다며 더 참신한 것이 필요하다고 두리번거렸다. (3. 맨눈으로 직접 보기)
한편 최근에 특별히 거절당한 일이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딱 하나, 출력집에 갔다가 너무 소량이라 안 된다고 했던 것? 아주 사소하지만 이런 거절조차 너무 오랜만이라 ‘안 된다는 말’을 들었을 때 약간 놀라기까지 했다. 승낙뿐인 일상이 이어지고 있다면 기분은 좋을 수 있다. 하지만 거절을 경험할 만한 도전적인 시도를 하고 있지 않다는 뜻일지 모른다. (20. 거절 사용법)
나를 알아 가는 일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어디엔가 꽁꽁 숨은 ‘진짜 나’를 찾아 떠날 필요도, 몇 개의 키워드로 정의할 필요도 없다. 애초에 그럴 수도 없으니까. 중요한 건 나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는 것, 그리고 새롭게 바라보는 시각을 유지하는 것이다. 새로운 환경과 경험 속에 나를 밀어넣고, 그 안에서 내가 어떻게 반응하며 변화하는지 신선한 눈으로 관찰해 보면 어떨까. 나를 알아 가는 일에는 평생 마침표를 찍고 싶지 않다. (46. 나다운 게 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