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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한의 아메리카 탐문

피터 틸, 일론 머스크, 알렉스 카프, J.D. 밴스,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 ISBN-13
    979-11-94413-45-5 (03940)
  • 출판사 / 임프린트
    서해문집 / 서해문집
  • 정가
    18,5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6-2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이병한
  • 번역
    -
  • 메인주제어
    아메리카사
  • 추가주제어
    정치 및 정부 , 정치이념 및 운동 , 보수주의, 우파민주이념 , 정치구조 및 과정 , 행정 , 정부, 중앙정부, 연합정부 , 국제관계 , 국방 및 방위 , 기술: 일반 , 정보기술: 일반 주제 , 컴퓨터프로그래밍 / 소프트웨어공학
  • 키워드
    #아메리카사 #정치 및 정부 #정치이념 및 운동 #보수주의, 우파민주이념 #극우파정치이념 및 운동 #종교적이념, 신정주의 #정치구조 및 과정 #행정 #정부, 중앙정부, 연합정부 #국제관계 #국방 및 방위 #기술: 일반 #정보기술: 일반 주제 #컴퓨터프로그래밍 / 소프트웨어공학 #미국 #미국정치 #트럼프 #실리콘밸리 #피터 틸 #알렉스 카프 #일론 머스크 #밴스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10 mm, 272 Page

책소개

 ≪유라시아 견문≫ 이후 이병한의 10년 만의 신작!

‘전지적 미국 시점’으로 본 뉴-아메리카 견문

“미국은 무엇을 생각하는가”

21세기 미국의 정치전쟁-문화전쟁-패권전쟁의 핵심은 ‘무엇이 진짜 미국인가’라는 근본적인 정체성 싸움이다!

 

 

새로운 아메리카가 온다! 거대한 체스판―게임 체인저들은 누구인가

 

1000일 동안 100개 나라, 1000개 도시를 주유한 ‘유라시아 대장정’을 통해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던 이병한 작가가 ≪유라시아 견문≫(전3권) 이후 10년 만의 신작을 펴냈다. 이번에는 아메리카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즉 ‘마가’(MAGA)의 복음이 아메리카 전역에 울려 퍼지면서 전 세계를 온통 긴장케 하고 있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워싱턴의 정치 엘리트나 월스트리트의 경제 엘리트가 아니라, 실리콘밸리를 주축으로 한 젊은 테크노 세력이 있다. 즉 오늘날 미국은 세력 교체와 세대 교체뿐만 아니라, 자유-민주-공화국을 넘어서는 시대 교체까지 이루어내고자 하는 중대한 변환점을 맞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새 판을 짠 것인가? 트럼프는 아니다. 그는 단지 상징적인 플레이어일 뿐 설계자는 아니다. 이 책은 오늘날 미국의 심원을 움직이는 핵심 인물로 4명을 주목한다. 세계 최초의 인터넷은행 ‘페이팔’의 창립자 피터 틸(Peter Thiel),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Elon Musk),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이자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의 CEO 알렉스 카프(Alex Karp), 트럼프 2기의 신임 부통령 J.D. 밴스(James David Vance)가 그들이다. 

 미국과 나아가 세계의 향방을 알려면 이 4인방의 면면을 깊이 학습하고 탐구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 ‘탐문’의 첫 책이자, 유일한 책이다. ‘전지적 미국 시점’으로, 문명의 대전환을 맞이하고 있는 아메리카의 한복판으로 깊숙이 들어간다.

 피터 틸은 1967년생이다. 실리콘밸리에서 그는 밤의 대통령, 그림자 대통령으로 통했다.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워싱턴의 딥스테이트, 행정국가를 파괴하는 것이다. 선출되지 않은 수십만 공무원이 이 비대하고 무능한 연방기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세금을 축내고 있었다. 이제 1998년 페이팔 창업 때부터 꿈꾸어오던, 관료제 국가의 전면적인 대수술을 가차없이 집도할 수 있는 칼자루를 쥐게 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1971년생이다. 그의 심벌은 X다. 2002년 서른한 살의 나이에 스페이스X를 설립한다. 지구라는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새로운 은하문명을 건설하는 아주 먼 미래를 상상했다. 그 미지의 세계를 향해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려가는 것이 그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목적이 된 것이다. 미국의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도 궁극의 목적인 화성 개척에 복무하기 위해서다. 이 나라를 그냥 이대로 두어서는 살아생전 화성에 이르지 못할 것 같기 때문이다.

 알렉스 카프는 1967년생이다. 프랑크푸르트학파 철학자로서 실리콘밸리의 정보혁명도 지켜보았다. 과거 68세대 선배들이 해체하고자 했던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와 서구주의를 되살려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2.0시대, 입법-사법-행정의 모든 관료체제를 팔란티어의 소프트웨어로 전환할 태세다. 빅데이터를 통하여 이 세계의 가장 중요한 과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그의 미션이 되었다. 정치인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코드를 바꾼다. 당을 택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리즘을 선택한다.

 J.D. 밴스는 1984년생이다. 러스트 벨트의 노동계급 출신으로 비록 어린 시절은 불우했으나, 해병대로 예일대 로스쿨로 실리콘밸리로, 그리고 베스트셀러 작가에서 38세에 상원의원, 40세에 부통령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칸 드림의 화신이라고 할 만하다. 자유-민주-공화국 올드 아메리카를 뒤로 하고, 디지털-기독교-제국으로서 새로운 아메리카의 향배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미국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을 묻다

 

그렇다면 이들은 미국을 어떻게 바꾸려 하는가. 즉 ‘마가’(MAGA)의 핵심은 과연 무엇인가.

 

1. 

첫째는 정치전쟁(계급전쟁)이다. 이들은 오늘날 미국이 ‘실패 국가’가 된 것은 워싱턴을 장악한 공화당과 민주당이 공모한 결과라고 여긴다. 네오콘의 보수든, 리버럴의 진보든, 세계를 종횡무진하는 이들 글로벌 엘리트가 본토의 토박이 민중을 착취해왔다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들은 공장을 중국과 아시아로 이전해 천문학적인 이익을 거두고, 국가의 경영자들은 세계 곳곳에서 끝없는 전쟁에 세금을 퍼붓는다. 그럼에도 그 대가는 오롯이 내륙에 살고 있는 평범한 백인들이 감내하고 있다. 파워 엘리트들이 지배하는 이 빌어먹을 세상, 그러니 이제 기득권 엘리트의 낡아빠진 자유민주주의가 아니라, 진짜 풀뿌리를 위한 인민민주주의를 이루어야 한다. 인민의, 인민에 의한, 인민을 위한(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 그것이 바로 새로운 미국이다.

 

2. 

둘째는 문화전쟁이다. 이들은 기존의 세계화, 자유주의, 다문화주의를 반대하고, 그 대항 항으로 민족주의, 반자유주의, 백인-기독교 근본주의의 기치를 내건다. 

‘민족주의’의 요체는 국경을 강화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하며, 미국 우선의 외교를 펼치는 것이다. 자유주의 패권국가 노릇을 하느라 골병이 들어가는 이 나라를 되살려 위대한 미국을 재건하자는 것이다. 즉 ‘세계 시민의 자유’가 아니라 ‘미국 인민의 안전’이 우선이다.

‘반자유주의’는 PC(정치적 올바름)를 집중적으로 타격한다. 환경보호, 젠더 감수성, 인종 간 평등, 성 소수자 및 이민자의 권리 등 자유와 인권을 중시하는 진보 좌파의 ‘정체성 정치’가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특히 이제까지 문화적 다수파로서 특권을 향유하던 신앙심 두터운 백인들(특히 고령층)은 커다란 위협을 느꼈다. 전통적 가치관을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다’며 부정당한 것이다. 어느새 이곳이 자신의 모국이 아닌 것만 같은 낯선 감정마저 싹터 올랐다. 이게 나라냐? 이것이 미국이냐? 토착적인 것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가정에서는 가장과 부모의 권리를 옹호하고, 학교에서는 교사의 역할을 강조하는 전통적 가치를 옹립했다. 그래야 무너진 가족을 복원하고, 무질서한 교실을 복구할 수 있다. 자유주의 기치 아래 승승장구하던 엘리트와 마이너리티로부터 미국을 구해내어,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한다.

‘백인-기독교 근본주의’는 다문화주의를 겨냥한다. 냉전 이후 다문화주의는 세계화를 지탱하는 주류 세력의 문화전략이었다. 그 시대정신의 상징이 바로 오바마였다. 그러나 오바마가 역설했던 만인들의 “약속의 땅”에 트럼프는 우리가 남이가, “America First”로 맞불을 놓았다. 이질적인 것의 융합이 아니라 본질적인 것의 수호를 앞세웠다. 어디까지나 미국의 근간은 백인이며, 미국의 근본은 기독교다. 다시 미국적인 것, 미국다움을 회복해야 한다. 국경에는 만리장성을 높이 세우고, 불법 이민자들은 몽땅 추방하여 미국을 미국답게,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자는 것이다.

즉 어느덧 미국 정치의 핵심은 ‘미국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정체성 다툼이 되었다. 2019년 바이든의 대선 출마 선언부터가 그러했다. 트럼프가 연임하여 백악관에서 8년을 지내게 된다면 ‘우리가 누구인지’를 영원히 바꿔버릴 것이라고, 민주주의의 수호자이자 자유주의의 이상향이라는 미국의 핵심 가치와 보편적인 이념들이 경각에 달려 있다고 염려했다. 그래서 2020년 트럼프를 누르고 백악관에 입성한 바이든이 ‘America is Back’을 강조하며 안도했던 것이고, 4년 후 해리스를 이긴 트럼프가 재차 ‘America is Back’을 내세우며 응전했던 것이다. 

‘무엇이 진짜 미국인가?’ 양 진영이 말하는 미국이 이토록 멀어진 적은 없었다. 미국의 기원, 18세기의 건국사 논쟁까지 거슬러 올라가 양보와 타협 없는 정치적 내전이 일상화된 것이다. 이제 워싱턴의 정치는 정당 간 조율과 협상이라는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틀을 벗어나게 되었다. 전심전력으로 피아(彼我)를 식별하고, 적군과 아군이, 선과 악이 다투는 ‘영혼을 둘러싼 투쟁’이 된 것이다.

 

3. 

셋째는 세계 1위 국가를 지켜내기 위한 패권전쟁이다. 즉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레짐 체인지, 패러다임 시프트를 이루어내려는 일종의 소프트 쿠데타다.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국가 비상사태라고 여긴다. 전속력으로 테크노-차이나를 완성해가고 있는 중국과 부상하고 있는 젊은 아시아를 지켜보며 냉전 이후 처음으로 패권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공포감과 절박함마저 느껴진다. 

중국은 이미 10년 전부터 인공지능, 로봇, 전기차, 신재생에너지, 양자컴퓨터, 우주기술 등 미래산업에 전력 질주해오고 있다(2025년에 독일과 일본을 능가하고 2035년에는 미국도 앞질러서 재차 세계 1위 국가가 되겠다는 장기계획이다). 태양광은 이미 세계를 제패했다. 드론도 DJI 등 중국산이 압도한다. 전기차 기업 BYD는 테슬라를 앞질렀다. 테슬라의 옵티머스 로봇보다 중국의 유니트리 로봇이 더 화려하게 움직인다.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IT/가전 박람회 ‘CES 2025’도 중국 기업이 3분의 1을 차지했다. 그리고 화룡점정, 트럼프의 취임 시기에 맞춤하여 딥시크(DeepSeek, 深度求索)가 출격했다. 골리앗 미국의 빅테크에 중국의 스타트업 딥시크가 강력한 어퍼컷을 날린 것이다. AI 경쟁에서도 중국이 미국에 못지않음을 만천하에 과시한 것이다. 

2025년 CES의 화두가 ‘물리(Physical) AI’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2년간 대규모 언어모델에 기초한 생성형 AI 경쟁은 미국이 앞서가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오감으로 세상을 경험하는 ‘물리 AI’는 또 다른 차원이다. 시각, 청각, 촉각 등 전 감각이 동원되어 세계를 실감하고 인지한다. 이 피지컬 AI의 매개체가 될 자율차와 로봇과 드론 등에서 중국이 초가속으로 질주하고 있다. 이 인공물들에 딥시크의 인공지능이 장착되면 딥쇼크가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빅테크의 봉건적 독점체제를 붕괴시키는 오픈소스 AI의 혁명이 중국의 기술 생태계를 통해 구현되는 것이다. 특이점을 향한 AGI(일반인공지능) 경쟁에서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아편전쟁 이후 세계사의 가장 중차대한 분수령이 될 수 있다. 그러니 죽기살기로 미국을 개조하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디지털 총력전 체제를 갖추고 대약진 운동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

그러므로 오늘날 아메리카 전역을 뒤덮고 있는 ‘MAGA’의 물결은 단지 트럼프 현상에 그치지 않는다. 여기에는 시대전환과 문명전환을 이루고자 하는 다양한 세력과 사상의 거대한 흐름이 뒤얽혀 있기 때문이다. 그 격랑의 한가운데에서 미국의 다음 40~50년을 디자인하고 있는 네 사람을 우리가 깊이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그래야 비로소 뉴-아메리카의 행로, 나아가 세계의 향방을 짐작해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정치적․사회적 격동과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국을 산업문명의 표본으로 삼아 산업화-민주화-세계화를 이루고 선진국 “K”의 반열에 오른 우리로서는 그 어느 때보다도 AI혁명이 촉발하는 디지털 신문명의 제대로 된 청사진이 필요하다. 새로운 세계감이 절실하고, 새로운 세계관이 절박하며, 새로운 세계상이 절절하다.

 

목차

머리말

 

프롤로그

   정치전쟁: 문화대혁명 / 문화전쟁: 위정척사 / 패권전쟁: 테크노-유신

 

01_피터 틸

거대한 체스판: 마스터와 파운더

   2016 미들게임 / 2007 오프닝 / 2020 엔딩게임

다시 만난 세계: 뉴 다크 에이지

   창간: 뉴 스탠퍼드 / 창건: 뉴 실리콘밸리 / 창세: 뉴-아메리카

 

02_일론 머스크

슈퍼노바: 인터스텔라와 스타워즈

   X-MEN: 지평선 너머 / X-FILE: 중력 너머 / X-BOX: 인간 너머

넥스트 레벨: 프로그램과 패러다임 

   넥스트 미디어: X / 넥스트 파워: DOGE

 

03_알렉스 카프

천상천하 유아독존: 마이너리티 리포트 

   아웃도어: 물아일체 / 아웃사이더: 군계일학 / 아웃라이어: 보국안민

넥스트 네이처 네트워크: 사사천 물물천

   스타크래프트: 무소불위 / 스테이트 크래프트: 무위이화 / 마인크래프트: 무위도식 / 소울(Soul)크래프트: 원시반본

 

04_J.D. 밴스

돌아온 탕자: 테크놀로지와 시올로지(Theology)

   회심: 수신제가 / 회고: 금의환향 / 회개: 지상천국

디지털 로마제국: 메가-웨스트와 메타-웨스트 

   탈세속주의 / 탈자유주의 / 탈계몽주의

 

에필로그

   대반전: New Cold War? / 대분열: New Civil War? / 대부흥: New Holy War? / 뉴-코리아와 뉴-시베리아

 

본문인용

틸은 동지들과 함께 파운더스 펀드(Founders Fund) 사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침내 미국을 재건할 기회가 열리고 있었다. 틸이 정권 인수팀의 핵심 보직을 맡을 것임이 확실했다. 서둘러 그와 함께 미국을 인수하고 개조할 팀을 짜야 했다. 어느 누구도 트럼프를 진심으로 좋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보스, 틸에 대한 존경과 신뢰만큼은 무한했다. 역베팅에 올인한 역발상 베팅처럼 트럼프는 이 나라의 창조적 파괴자가 될지 몰랐다. 실리콘밸리의 혁신을 워싱턴에 주입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이단아가 8년을 집권한다면 파운더스 펀드와 틸 재단(Thiel Foundation)이 오래 꿈꾸었던 기술 친화적 신세계가 한층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_본문 36쪽

 

3분쯤 지났을까, 마침내 청중이 조용해지며 그의 말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어렸을 때는 소련을 어떻게 물리칠 것인가를 두고 커다란 논쟁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 이 나라는 누가 어떤 화장실을 사용해야 하는가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오바마 집권 8년을 거치며 다양한 성 정체성을 반영하는 화장실을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해간 것을 비꼰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실질적인 문제가 아니라며, 도대체 누가 어떤 화장실을 쓰든 그게 무슨 대수냐고 화가 난 듯이 큰소리를 내질렀다. (…) 그리고 마침내 모두가 기억하는 다음 대사가 이어진다. “물론 우리 미국인은 모두 저마다의 고유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제가 게이인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저는 공화당 당원인 것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는 제가 미국인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제발 그놈의 정체성 정치 타령은 그만두고 위대한 미국인으로 하나가 되자는 메시지였다. (…) USA! USA! USA! 비로소 대중이 크게 호응하기 시작했다. 트럼프도 벌떡 일어나 함께 USA! USA! USA!를 외쳤다. YES! YES! YES! 틸도 치아가 훤히 드러날 만큼 활짝 웃으며 화끈하게 화답했다. 실리콘밸리의 갓파더와 저학력 노동계급의 풀뿌리 민중이 애국보수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었다. (…) 지각변동, 미국의 정치판이 거대하게 바뀌기 시작했다. _본문 40쪽

 

스티브 잡스가 기술을 예술과 연결하여 프로덕트를 디자인했다면, 피터 틸은 기술에 정치를 결부하여 세상의 아키텍처를 새로이 설계하려고 했다. 돌아보면 1998년 틸의 첫 번째 창업이었던 페이팔부터가 기술과 정치의 결합이었다. (…) 페이팔을 이베이에 매각하고 손에 쥔 거금을 가지고 출범시킨 파운더스 펀드는 뼛속까지 정치적 프로젝트였다. (…) 마치 투자회사보다는 연구소나 싱크탱크에 더 가깝게 보일 정도였다. 그들이 해야 할 일이란 그저 돌연변이 같은 거친 원석을 찾는 것이지, 보석을 다듬고 닦으며 시간을 죽치는 것이 아니었다. 그래서 반골 기질의 괴짜 창업자들이 아무리 기이한 행동을 하더라도 퇴출시키지 않을 것을 결의까지 했다. (…) 페이스북, 유튜브, 스페이스X, 에어비앤비, 스포티파이, 이더리움, 딥마인드, 팔란티어 등등. 패러다임의 전환, 1955년생 잡스에서 1967년생 틸로 세대가 교체되고 마을의 권력이 넘어갔다. 틸을 페이팔 마피아의 대부라고 부를 수 있는 까닭이다. _본문 70~72쪽

 

불우한 어린 시절, 유일한 탈출구는 가상세계였다. (…) 머스크만의 독특한 문사철(文史哲)이 만들어진 것이다. 문학은 고전이 아니라 SF요, 역사는 고대-중세-근대 천 년 단위가 아니라 수십만 년, 수억 년 단위의 초장기주의요, 철학은 알파벳의 점진주의가 아니라 컴퓨터의 초가속주의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파운데이션》을 탐독했고, 로버트 하인라인의 《달은 무자비한 밤의 여왕》을 열독했으며,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애독했다. 지구라는 홈그라운드를 벗어나 달나라와 별나라에 원정 가서 새로운 은하문명을 건설하는 아주 먼 미래를 상상했다. (…) 그 위대한 첫걸음이 바로 화성이다. 인류는 반드시 화성을 딛고 더 깊은 우주로 나아가야 한다. 나는 살아생전 반드시 화성에 가고야 말 것이다. 쉴 틈이 없다. 쉼 없이 달려야 한다. 갈망이 불타오른다. 타는 목마름으로, 기술이여 만세를 부르짖는다. _본문 90쪽

 

X는 머스크의 심벌이다. 아들 이름에도 X가 들어가고, 페이팔과 합병했던 회사의 본디 이름도 X.com이었다. 우주항공 회사 이름도 스페이스X이며, 트위터의 로고도 비둘기에서 X로 바꾸고, X코퍼레이션으로 회사명도 바꾸었다. 그리고 인공지능 회사 역시 x.AI다. 그야말로 온통 X, X맨인 셈이다. (…) 이는 머스크의 사업 방식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어준다. 인터넷, 에너지, 스페이스, 인공지능 등 서로 다른 분야를 연결해 혁신적인 결과를 창출한다. (…) 고로 일론 머스크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테슬라가 아니라 스페이스X를 진득하게 살펴보아야 한다. 실제로 페이팔을 매각하고 가장 먼저 만든 기업이 스페이스X였다. (…) 엑스맨 일론의 알파이자 오메가, 엑스파일은 오롯이 스페이스X에 담겨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_본문 94쪽 

 

과거 NASA가 우주 사업을 주도하던 시절에는 미국 각지의 여러 회사에서 가져온 갖가지 부품을 사용해 우주왕복선을 조립했다. 시간은 더 오래 걸렸고, 비용은 더욱 많이 들었다. (…) 우주왕복선이 지구로 돌아온 다음에는 더욱 우스꽝스러운 풍경이 펼쳐졌다. 점검과 정비 작업을 위하여 미국을 횡단해야 했던 것이다. 로켓 엔진은 앨라배마주에서 정비하고, 고체 로켓 부스터는 유타주에서 점검하고, 본체는 또 캘리포니아의 LA에서 수리하는 식이었다. 커다란 왕복선 기체를 미국 각지로 싣고 다니면서 지구 유랑과 미국 방랑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장기주의의 소명을 초가속주의로 달성해야 하는 머스크는 이런 국가 주도의 우주 사업에 기겁하지 않을 수 없었다. _본문 100쪽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라기보다는 에너지 회사다. 지속가능한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안 가운데 전기차도 하나 있는 것이다. (…) 한마디로 테슬라는 세상의 모든 전기가 공기처럼 흘러 다니도록 만드는 종합 에너지 플랫폼이다. (…) 2024년 4월 23일, 테슬라는 AI 기업으로 전환한다고 선언했다. 테슬라 차량이 자율주행 AI의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전기차에서 껍데기만 로봇으로 갈아 끼우면 그게 바로 테슬라봇이다. (…) 그러나 옵티머스가 수행해야 할 가장 중요한 미션은 역시나 달 탐사와 화성 개척 등 우주 진출이다.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아가 우주생명문명을 창조하는 분야야말로 AI 로봇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인공지능을 장착한 휴머노이드 로봇이 사피엔스의 반려가 되어 우주 탐사에 함께 나서는 것이다. 즉 테슬라 또한 궁극에서는 스페이스X의 사명에 복무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테슬라 타고 화성까지 가는 것이다. _본문 104~107쪽

 

2010년대가 스티브 잡스, 2020년대가 일론 머스크라면, 2030년대는 알렉스 카프의 시대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빗질이 되지 않은 부스스한 헤어스타일 또한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 과학자의 괴팍한 외양처럼 회자될 것이다.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때를 기다리듯, 팔란티어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비밀스럽게 다양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온 과정 또한 핵무기를 만들어낸 오펜하이머의 리더십에 견주게 될 공산이 높다. 격식을 갖춘 공식 만찬장에 추리닝 바람으로 등장하거나 스키복 차림으로 투자자 미팅에 참석하는 등 그간 카프를 둘러싼 온갖 뒷담화들 또한 해프닝보다는 전설적인 일화로 기억될 것 같다. _본문 142쪽

 

[카프는] 프랑크푸르트학파의 3세대로 안주할 수가 없었다. 더 이상 문자공화국 대학은 시대정신의 총아가 아니었다. 디지털 혁명의 한복판으로 진입해야 했다. 담론 생산의 전초기지 역시 학계나 언론계, 출판계가 아니었다. 테크기업, 컴퍼니가 시대정신을 주조해간다. 그곳에서 학파를 창조적으로 계승하고자 하였다. 다시 유럽을 떠나 미국으로 돌아온다. 철학 박사가 되어 테크기업의 수장이 되기로 한다. 기술철학자, 기술사상가가 된 것이다. 그래서 2003년에 탄생한 기업이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다. 인간이 데이터의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가 인간에 복무하는 윤리적인 디지털 문명을 건설하는 것이 팔란티어의 비전이 되었다. _본문 152쪽

 

9.11 이후 10년 만에 성과를 거둔다. 파키스탄의 오지에 숨어 지내던 오사마 빈 라덴의 암살에 성공한 것이다. 테러의 수괴, 반란의 우두머리를 기어코 찾아내어 사살하는 데 활용되었던 프로그램이 바로 팔란티어의 방산용 서비스 고담(GOTHAM)이었다. 전기 소비량과 쓰레기 처리량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평소와 다른 조짐을 감지하고, 빈 라덴 일당이 잠입해 있는 집을 정확하게 알아챈 것이다. (…) 이라크 전쟁과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거치며 성능을 개선해온 팔란티어가 진가를 발휘한 전장은 우크라이나다. (…) 두 기업이 단연 돋보였다. 천상에서는 스페이스X가 스타링크의 통신망을 제공했다. 가상에서는 팔란티어가 지휘작전 프로그램을 공급했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디지털 시대의 첫 번째 AI 전쟁이라고 평가하는 까닭이다. 데이터가 미사일을 이기는 미래의 전쟁을 보여준 것이다. _본문 169쪽

 

[밴스는] 예일대 로스쿨에서 보내는 나날이 초현실적인 판타지 같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깊은 소외감도 느꼈다. 자신이 나고 자란 세계와는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명문대학답게 DEI, 즉 다양성, 형평성, 포용성을 역설하고 있었지만 학교 친구들은 전혀 다양하지 못했다. 노동계급 출신은 무척 드물었으며, 해병대를 퇴역한 군인 출신은 더더욱 적었다. 군대 4년 동안 아껴 모았던 월급만큼을 부모로부터 생활비로 받는 상층부 친구들이 훨씬 더 많았다. 특권층의 아성이었던 것이다. 아웃사이더, 흙수저 출신의 촌뜨기라는 자괴감이 일었다. 아무리 노오력을 한들 메워질 수 없는 격차가 현저해 보였다.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아비투스가 너무나 달랐다. 고급 레스토랑에서의 만찬과 사교는 어색하고 불편하여 고역이기만 했다. 밴스는 사회를 좌-우로 보지 않고 상-하로 보기 시작했다. 내부자들의 네트워크로 작동하는 견고한 엘리트 세계, 딥스테이트를 발견한 것이다. _본문 205쪽

 

2011년 밴스는 일생일대의 리더, 인생의 멘토를 만나게 된다. 피터 틸이 예일 대학교에 강연하러 온 것이다. 특별한 기대 없이 참가한 자리였지만,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는 순간이었다. 틸은 예일대 로스쿨로 상징되는 엘리트의 세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사회적 성공과 인생의 목적에 대한 전혀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지위 경쟁에 매몰된 미국의 엘리트 문화가 국가 전체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음을 역설했다. 더 높은 자리를 얻기 위해 끊임없이 경쟁하지만, 공허하고 무의미한 인생으로 청춘을 허비하지 말라고 일침을 놓았다. 이 세상을 실제로 바꿀 수 있는 원대한 꿈을 꾸고 도전하라고 부추겼다. 밴스는 번개를 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 나는 왜 태어났는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무엇을 위하여 한평생을 살아갈 것인가, 숙고하게 되었다. 생존에 급급하여 차마 던지지 못했던 근본적이고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 것이다. (…) 밴스는 틸을 따라 서부로 이주한다. 동부의 엘리트 세계를 떠나서 서부의 혁신가들과 조우한다. 실리콘밸리에 당도한 것이다. _본문 208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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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이병한
20대는 사회과학도였다. 서방을 선망했고, 새로운 이론의 습득에 골몰했다. 30대는 역사학자였다. 동방을 천착하고, 오랜 문명의 유산을 되새겼다. 자연스레 동/서의 회통과 고/금의 융합을 골똘히 고민했다. 그 소산으로 1000일 《유라시아 견문》(전3권)을 마무리 짓고 40대를 맞이했다.
개벽학자이자 지구학자이며 미래학자를 지향한다. 개벽학은 동학 창도 이래, 이 땅의 자각적 사상을 현대적으로 계승하겠다는 뜻이다. 동녘의 오래된 유학과 서편의 새로운 서학이 합류한 문명의 융합을 거대한 뿌리로 삼는다. 그러함에도 한국학, 한 나라에 한정되지 않는다. 북구에서 남미까지, 인도양에서 시베리아까지, 지구적 규모로 정보를 수집하고, 지구적 단위로 미래를 사유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특히 인간이 창조한 인공의 세계, 인공지구와 인공생명과 인공지능의 도래를 주시한다. 인간 이전의 자연적 진화는 물론이요, 인간 이후의 자율적 진화에, 인간만의 자각적 진화를 두루 아울러야, 지구의 진화에 일조할 수 있는 미래학자의 자격이 갖추어진다고 생각한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공진화, 하늘과 땅과 사람의 공진화, 생물과 활물과 인간의 공진화, 생명과 기술과 의식의 공진화, 만인과 만물과 만사의 공진화, 개벽학과 지구학과 미래학의 공진화,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깊은 미래(Deep Future)를 탐구하는 깊은 사람(Deep Self), 무궁아(無窮我)이고 싶다.
고전에 사진과 그림이 없다고?
그랬습니다. 2000년 무렵, 고전들은 한결같이 원문이 들어가고, 주가 들어가는, 말 그대로 고전이었습니다. 그때 “어떻게 하면 독자들이 읽기 쉬우면서도 제대로 이해하는 고전을 만들까?” 고민하고 또 고민한 끝에 그림과 사진, 지도가 들어가는 최초의 고전 번역서를 출간했습니다. 그 결과물이 〈오래된 책방〉 시리즈입니다. 서해문집은 독자 여러분을 위해 헌신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문명의 보존과 미래를 위해 출판사의 역량을 투입하는 출판사. 서해문집은 그런 출판사가 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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