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독이 어디에 있는지 잘 모르는 분들에게 독의 종류를 알려 드리고, 서로 섞으면 안 되는 음식과 약의 조합도 알려 드립니다. 이러한 지식은 ‘디톡스/해독’을 앞세운 공포 마케팅을 직시하고 독의 본질을 꿰뚫어 볼 수 있는 눈을 길러 줄 것입니다. 세상은 수많은 독이 깔려 있는 무서운 곳입니다. 하지만 어디에 위험이 도사리는지 정확히 볼 수 있다면 그다지 무섭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꼭 필요한, ‘독을 피해 항해해 나가는 것을 도와주는 나침반’과 같은 지식을 가져 보시길 권합니다.
_〈프롤로그〉 중에서
복어의 독은 무섭지만 복국이나 복매운탕은 먹고 싶은 사람들은 미나리를 넣어서 먹거나 식초를 두어 방울 떨어트려 먹기도 합니다. 늘 하는 이야기 있잖아요. ‘미나리에 들어 있는 성분이 복어의 독을 해독하기 때문에 미나리를 넣어서 먹는다.’ ‘복어의 독 테트로도톡신은 염기성이기 때문에 식초로 중화시키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분명하게 밝혀 드리겠습니다. 복어의 독에는 해독제가 없습니다. 미나리의 성분도 식초의 산성도 복어의 독을 해독하지도 중화하지도 못합니다. 요리에 쓰이는 복어는 독이 남아 있으면 안 됩니다.
_〈1장 11. 복어에 관한 미신〉 중에서
비타민 C나 B 등은 수용성 비타민이에요. 물에 녹기 때문에 너무 많은 양을 복용하면 소변으로 배출되지요. 하지만 비타민 D는 지용성입니다. 비타민 D는 기름에 녹는다는 뜻이고 우리 몸에 있는 지방에 차곡차곡 쌓일 수 있습니다. 너무 많은 비타민 D를 지속적으로 먹게 되면 이 성분은 우리 몸에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서 우리 몸에 영향을 끼치기 시작합니다. ‘좋은 성분이 몸에 많이 있으면 좋은 것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나요? 아쉽게도 비타민 D는 무협지 속 내공처럼 쌓아 두면 좋은 것이 아닙니다. 너무 많은 비타민 D가 몸에 쌓이면 몸에 독으로 작용하여 불면증, 변비, 설사, 식욕 부진, 탈수, 구토, 피로, 조직의 석회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일으킵니다.
_〈2장 2. 비타민 D가 독이 될 때〉 중에서
커피를 즐기시는 분들은 다 아십니다. 커피를 마시고 나서 조금 지나면 소변을 보고 싶은 욕구가 생긴다는 것을요. 커피에 들어 있는 카페인은 잘 알려진 이뇨제(diuretic)라서 그렇지요. 진한 커피를 한잔하고 나면 소변 한 방울이 생기는 속도가 빨라지지 않겠어요? 몸이 비타민 C를 다 흡수하는 데는 시간이 걸리니까 커피를 마시지 않은 경우와 비교해 보면 진한 비타민 C 소변 방울들이 좀 더 많이 생기는 것입니다. 비타민 C 알약을 먹고 나서 커피를 바로 마시면 소변으로 잃어버리는 비타민 C가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비타민을 먹고 나서 한 시간 정도는 지난 다음에 커피를 마시라는 말을 하는 것이지요.
_〈3장 3. 커피와 비타민 C를 같이 먹지 말라는 이유〉 중에서
우리는 서서히 작용하는 독인 당을 맛있다고 즐기고, 내분비계를 교란시키는 환경 호르몬이 새어 나오고 뇌 인지 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미세 플라스틱이 떨어져 나올 수 있는 플라스틱 용기를 사용하고, 생식을 하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아무것이나 생으로 섭취하고, 독이 들어 있는 음식인 줄도 모르고 많이 먹고, 무방부제면 무조건 좋은 줄 알고 상한 고기를 먹기도 하고, 짜릿함을 위해 복어알을 먹기도, 쾌락을 위해 향정신성 약물을 투여하기도 합니다. 또 몸에 좋은 것이라면 음식과 약의 궁합을 따지지 않고 먹기도 하고, 농약이 몸에 안 좋긴 하지만, 암을 유발하는 PAH가 식물의 이파리에 쌓이는 것은 모른 채 농약을 안 친 텃밭의 채소가 무조건 좋다고 생각하기도 하지요.
_〈5장 1. 독의 전달 경로〉 중에서
예금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좀 더 부유해지고, 통장에서 돈이 나가면 좀 더 가난해지지요. 인산 분자가 딱 그 역할을 하는군요. 인산이 아데노신 분자에 많이 붙을수록 에너지가 더 많이 저장되고, 떨어져 나갈수록 분자의 에너지는 줄어듭니다. ATP, ADP 분자에서 인산 분자가 떨어져 나가면 에너지가 방출됩니다. ATP, ADP 분자의 P-O 결합을 끊어 내면서 에너지를 빼내고 이걸로 체온도 유지하고 말도 하고 운동도 하고 살아가는 것입니다. 지구에 있는 생명은 모두 ATP를 만들어 쓰며 살아갑니다. 곰팡이, 박테리아조차 그러하지요. 생명을 분자 수준으로 들여다보면 볼수록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대단하지 않나요?
_〈6장 5. 생명의 에너지 교환권 인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