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 속에서
거듭 선내로 다시 돌아가려는 마음이 어디서 비롯되었느냐는 질문을 나중에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자리에선 제대로 답을 못 했지만 이젠 압니다. 수면으로 올라오면서 던진 무수한 질문들이 저를 다시 선내로 이끈 겁니다.
딱 한 번, 제가 던진 질문들이 맹골수도 그 바다를 부표처럼 둥둥 떠다니는 꿈을 꿨습니다. 엄청 많았습니다. 인도 바라나시를 다룬 여행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습니다. 새벽 갠지스강에 꽃들이 가득 떠 흘러가더군요. 제 꿈에 찾아든 꽃들은 모두 질문으로 만든 꽃이었습니다. 사람은 죽어도 질문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한, 그 사람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닐 겁니다.
-본문 85~86쪽
“잠수사 일당이 백만 원이고, 시신 한 구당 오백만 원을 더 얹어 준다면서요? 민간 잠수사가 한 달 잠수하며 시신 열 구를 건졌다고 칩시다. 그럼 얼맙니까? 월수 3천만 원에 시신 건진 값이 5천만 원이니, 한 달에 자그마치 8천만 원을 버는 겁니다. 그렇게 두 달이면 1억 하고도 6천만 원이죠. 두 달 동안 국가에서 공짜로 먹여 주고 재워 줬습니다. 생활비가 전혀 들지 않는다는 것이죠. 나야 핸들 잡는 재주밖에 없어 이러고 있지만, 잠수기능사 자격증만 있다면 당장 그 바다로 내려갔습니다. 잠수사들에겐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바로 맹골수돕니다.”
2014년 5월 25일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이 대서특필된 것은 맞다. 그러나 그 대변인은 잠수사들 사기 진작 차원에서 나온 발언이 와전된 것이라고 해명했고, 구체적인 액수에 관해선 민간 잠수사는 물론이고 수색 및 수습을 전담한 회사 관계자도 강하게 부인했다는 후속 기사까지 나왔다. 이 보도들을 상기시켰지만, 공환승 씨는 자기주장을 바꾸지 않았다. 세상이 어찌 돌아가는 줄 아직도 모르느냐며 오히려 우리를 불쌍하다는 듯 곁눈질했다.
-본문 23~24쪽
저들에겐 제가 맹골수도에서 거금을 번 잠수사로만 보이는 겁니다. 게다가 그들이 저를 돈으로 보듯, 민간 잠수사도 실종자들을 돈으로 보고 간 것 아니냐는 의심을 거두지 않는 겁니다. 처음 그 얘길 들었을 땐 너무 화가 나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습니다. 아무리 설명해도 제 말을 믿어 주지 않는 겁니다. 서러웠습니다. 잠수사들이 맹골수도에서 어떻게 버텨 왔는지 대한민국 국민은 전혀 몰랐습니다. 지구를 한 마을이라 부르며 곳곳의 특종을 실시간으로 전하는 세상에서 민간 잠수사에 대한 소식만 어떻게 쏙 빠졌을까요.
-본문 227~2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