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특별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다만 한 사람의 삶을 천천히 들여다본 기록입니다. 누구나 겪는 하루, 누구나 마주하는 감정 속에서 내가 나를 어떻게 지켜왔는지, 그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의 저를 있게 해준 제 삶에 조용히 스며들어 있던 나무같은 사람들과의 추억을 나누고 싶었습니다. 지칠 때 기대게 해주었고, 뜨거운 햇살 아래 그늘을 만들어주었으며, 멀리서도 나를 지켜봐 줌으로써 저를 다시 걷게 해주었으니까요. 혹시 지금 당신도, 그저 살아내고 있는 하루를 견디고 있다면, 저의 소소한 스토리가 당신에게 따스한 쉼이 되기를 바랍니다.
그 쉼을 통해 나 자신과 대화를 한다면 더 좋겠습니다. 삶은 매일 우리에게 말을 걸어옵니다. 그 소리에 조용히 귀 기울일 때, 우리는 비로소 나를 조금 더 이해하게 됩니다. 이 책의 꼭지마다 그 조용한 말들을 꾹꾹 눌러 담았습니다.
당신도 당신만의 계절을 지나고 있다면, 우리 함께 걸어요.
느리지만, 분명히 자라고 있는 그 마음을 믿으며.
◆ 고마운 이들에게 글로써 마음을 전합니다
언젠가 인생을 아주 조금 알게 될 무렵, 산등성이를 오르다 이마의 땀을 식히며 이런 꿈을 꾼 적이 있습니다.
‘고마운 이들에게 글로 마음을 전하고 싶다.’
그 막연했던 꿈을 품은 채 10년의 세월이 흘렀고, 이제야 용기를 내어 그 마음을 실천에 옮겼습니다.
제가 만난 고마운 이들의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그들 모두는 ‘나무’ 같았습니다. 힘들 때 조용히 그늘을 내어주고, 지치지 않도록 곁을 지켜주며, “언제나 네 편이야.”라고 속삭여 주었습니다. 그 한마디가 제 삶에 얼마나 깊은 울림이 되었는지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들이 저에게 쉼이 되어주었듯, 이제 저도 누군가에게 그런 쉼이 되고 싶었습니다. 이 소망을 담아 제가 느낀 감사와 사랑, 그리고 배움의 조각들을 풀어놓았습니다.
책 속으로
19세기 최고의 시인 헨리 워즈워스 롱펠로. 그는 두 번이나 깊은 상실을 겪었다. 첫 아내를 병으로, 두 번째 아내를 불의의 사고로 떠나보냈다. 그런 고난 속에서도 그는 수많은 아름다운 시를 남겼다. 그에 대해 전해지는 한 일화가 있다. 어떤 이가 롱펠로에게 물었다고 한다.
“선생님은 어떻게 그런 고난 속에서도 시를 쓰실 수 있었나요?”
그는 정원의 사과나무를 가리키며 이렇게 답했다고 전해진다.
“저 나무는 해마다 새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습니다. 나도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나는 지금 새 가지를 뻗고 있는가?”
살아간다는 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배우고 성장하는 과정이다. 하지만 대부분이 변화를 두려워한다. ‘너무 늦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무는 시간을 따지지 않는다. 오직 지금 이 순간에도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를 키울 뿐이다.
나 역시 돌아보면 늘 새로운 도전을 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어린 시절에는 그러질 못했다. 피아노 학원 앞에서 친구를 기다리던 기억이 있다. 피아노 소리가 들릴 때마다 묘한 감정이 들었다.
‘나도 배우고 싶다.’
그러나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다. 너무 어렸고, 방법을 몰랐으며, 무엇보다 용기가 없었다.
어린 날의 내가 그랬듯 우리는 살면서 기회 앞에서 주저한다. ‘난 원래 그런 걸 못해.’라는 생각이 도전을 가로막는 것이다. 그런데 도전의 시작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아주 작은 한 걸음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뒤늦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손가락이 굳어 제대로 움직이지도 않았지만, 그 과정이 기뻤다. 하고 싶던 것을 해냈다는 성취감은 새롭고도 묘한 감정을 남겼다.
이 작은 성취감이 내 안의 문을 하나씩 열기 시작했다. 간호학과를 졸업했지만, 국문학과와 유아교육에 대한 미련을 쉽게 놓을 수 없었다. 결국 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문학을 공부했고, 다시 유아교육학과에도 입학했다. 배움의 길 위에서 나는 계속해서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이것도 할 수 있구나.’ ‘저것도 배울 수 있구나.’
그런 자신감이 조금씩 자라났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의 마음에 대한 관심도 깊어졌다. 그 관심은 행동을 이해하고 변화시키는 학문으로 이어졌다.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
NLP(Neuro Linguistic Programming), 교류 분석, 명리학 등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을 탐구하는 분야로도 시선을 넓혔다.
그렇게 나는 20대 후반, 아이가 태어난 지 2주 만에 야간 대학원에 다녔다.
-본문 122~124쪽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