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면 그러나 만일 내 몸이 자신을 둘러싼 대상들에 대해 실제적이고 새로운 행동을 실행할 수 있는 대상이라면, 내 몸은 이 대상들에 대해 특권적인 위치를 차지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어떤 이미지는 이른바 자연법칙에 적합하게 하나의 결정적이고 계산 가능한 방식으로 다른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 이 이미지는 선택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주변 지역을 탐색할 필요도 없고 단순히 가능한 몇 가지 작업을 미리 시도할 필요도 없다. 필요한 행동은 시간이 되면 저절로 수행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내가 나의 몸이라고 부르는 이 이미지의 역할이 다른 이미지들에게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며, 그 결과 실제적으로 가능한 여러 단계들 사이에서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가정하였다.
74면 이 같은 감각들은 어떻게 확장을 가지게 되며 또 나는 어떻게 외면성(l’extériorité)의 개념을 획득할 수 있는 것일까? 그런데 경험이 증명해 주듯이 만일 일련의 이미지들이 [나의 몸에 대한 이미지보다] 먼저 주어진다고 인정하게 된다면, 나는 내 몸이 어떻게 이러한 총체들 사이에서 하나의 특권적인 위치를 가지게 되는지를 매우 분명하게 알 수 있다. 그리고 처음에는 다만 나의 몸과 다른 몸들로만 구별되었던 것이 어떻게 내부와 외부의 개념으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렇게 하듯이 나의 육체로부터 출발해 보자.
157-158면 만일 실제로 외부 지각이 주요 윤곽을 그려 내는 움직임을 촉발한다면, 우리의 기억은 수용된 지각과 유사하고 우리 움직임이 이미 윤곽을 그렸던 옛 이미지를 현재의 지각에 적용한다. 따라서 우리의 기억은 현재의 인식을 새롭게 창조하거나, 오히려 이 현재의 인식을 자신의 고유한 이미지로 창출하거나 혹은 같은 종류의 이미지 기억을 창출함으로써 현재의 지각을 두 배로 늘린다. 만일 소유하고 있거나 다시 기억된 이미지가 통찰된 이미지의 모든 세부 사항을 포함하지 못한다면, 다른 알려진 세부 사항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그것에 투사될 때까지 기억의 더 깊고 더 먼 영역에 대한 호출이 시작된다. 그리고 이러한 작용은 끝없이 계속될 수 있으며, 기억은 지각을 강화하고 풍부하게 하며, 결과적으로 점점 더 발전하면서, 점점 더 많은 수의 보충적인 기억을 획득해 낸다. 따라서 때로는 빛을 사방으로 퍼뜨리고 때로는 이 빛을 유일한 한 지점에 집중시키는, 나는 어떤 고정된 빛의 특징인지 알지 못하겠지만, 그러한 정신에 대해 더 이상 생각하지 말자.
216-217면 내가 나의 현재라고 부르는 것은 즉각적인 미래에 대한 나의 태도이며, 이는 나의 임박한 행동이다. 그러므로 나의 현재는 실제로 감각운동력(sensori-moteur)이다. 나의 과거로부터 이것만이 하나의 이미지가 되고, 결과적으로 이 행동에 협력할 수 있는 최소한 초기 감각은 이 태도에 삽입되고 한마디로 유용하게 된다. 그러나 그것이 이미지가 되자마자 과거는 순수 기억의 상태를 떠나 나의 현재의 어떤 부분과 합쳐진다. 그러므로 이미지로 구현된 기억은 이 순수 기억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미지는 현재의 상태이며 자신이 출현한 기억을 통해서만 과거에 참여할 수 있다. 반대로 순수 기억은 유용하지 않은 한 무기력하며, 감각과의 혼합 없이 순수하게 남아 있고, 현재와 엮이는 것도 없으며, 결과적으로 비확장적이다.
229면 우리는 실질적으로 과거만을 지각하며, 순수한 현재란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거의 파악하기 어려운 과거의 진보이다. 그러므로 의식은 모든 순간에 그 자신의 빛으로 미래를 향해 기울여 미래를 실현하고자 노력하고, 미래에 합류하고자 하는 과거의 즉각적인 이 부분에 빛을 비추고 있다.
255면 따라서 모든 것이, 마치 우리들의 과거의 삶이 수천 개의 가능한 축소들 속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것처럼 일어난다. 이 기억들은 기억이 압축될 때 더 진부한 형태를 취하고, 기억이 확장될 때는 더 개인적인 형태를 취하며, 그리하여 무한한 수의 다양한 “체계화”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269면 육체의 역할은 기억을 저장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유용한 기억을 선택하는 것이며, 이를 통해 최종적인 행동을 위해 현재 상황을 완성하고 밝혀 주는 실제적인 효과를 의식에게 제공함으로써 분명한 의식을 가지게 하는 것이다.
305면 그러므로 힘이란 이러한 운동이 내부 진동의 형태로 질적 특성들 안에 배치되는 것이며, 이러한 진동이 표면적으로 나타나는 것보다 덜 균질한 것으로 간주되고, 이러한 질적 특성은 덜 이질적인 것으로 간주되며, 일종의 무한한 다양성을 가진 이 두 용어의 국면의 차이가, 순간을 표현하기엔 너무나 좁은 지속 안에서 수축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이미 다른 곳에서 조금 다루었던 이 마지막 관점을 지지하자. 그런데 이를 본질적인 것으로 다루자. 우리 의식이 경험한 지속은, 규정된 리듬을 지닌 지속으로 물리학자가 말하는 시간과는 매우 다르며, 주어진 한 간격에 우리가 원하는 만큼의 많은 현상을 저장할 수 있는 지속이다. 파장이 가장 길고, 따라서 진동 빈도가 가장 낮은 적색광은 단 1초 동안의 공간 안에 400조 번의 연속적인 진동을 일으킨다. 이 숫자에 대한 관념을 가지기를 원하는가?
328면 신경계의 증가하는 복잡성에 따라 생명체의 활동에 있어 점점 더 커지는 자유, 반응하기 전에 기다릴 수 있는 능력, 그리고 수용된 자극을 점점 더 다양한 운동 메커니즘에 연결시킬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것은 단지 겉으로 보이는 것일 뿐이며, 물질에 대해 생명체에게 더 큰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는 신경계의 보다 복잡한 조직은 바로 이러한 독립성 자체를 물질적으로 상징할 뿐이다. 이 독립성은 사물들의 흐름의 리듬에서 벗어나 미래에 점점 더 심오한 영향을 미치기 위해 과거를 점점 더 잘 유지하도록 하는, 다시 말해 우리가 그 용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그 기억(sa mémoire)’인 것이다. 이처럼 원시적인 물질과 가장 잘 성찰할 수 있는 정신 사이에는 기억의 모든 가능한 강도, 혹은 동일한 의미로 자유의 모든 등급이 있다. 정신과 육체를 공간의 용어로 구분하는 첫 번째 가설에서 육체와 정신은 직각으로 교차하는 두 개의 선로와 같다. 두 번째 가설에서는 선로가 곡선으로 연결되어 있으며, 그 결과 눈에 띄지 않게 한 선로에서 다른 선로로 이동한다.
360면 일반적인 이원론의 두 원리의 대립은 비연장성과 연장성, 질과 양, 자유와 필연이라는 삼중의 대립에서 해소된다. 만일 신체의 역할에 대한 우리의 개념이, 순수 지각과 순수 기억에 대한 우리의 분석을, 육체와 정신의 상호관계를 통해 명확히 [규명]해야 한다면, 이 세 가지 대립을 강화하거나 약화하는 조건 아래서만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심리학을 통해서만 취하고자 원했던 결론을 여기서는 보다 형이상학적인 형태로 제시하면서 차례로 검토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