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공으로 시작된 그의 삶은 처음부터 구조적 불평등 위에 놓여 있었다. 그런 그가 사유를 넓히고 세계를 해석하는 힘을 얻기 위해 붙잡은 것이 바로 책이다. 그는 책을 통해 ‘왜 나는 가난한가’, ‘왜 이 고통은 구조적인가’, ‘정의란 무엇인가’ 같은 질문을 던졌고, 그 질문은 단순한 푸념을 넘어선 정치적 사고의 시발점이 되었다. 대선 후보 시절 토론회에서 그는 “저는 책에서 우리 사회의 병리를 배웠습니다. 제가 겪은 가난이 개인의 무능이 아니라 사회 구조의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죠”라고 언급하며, 책이 그의 사유를 확장하는 결정적 계기였음을 드러냈다.
그는 처음부터 정치철학이나 사회과학의 고전을 접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법학 입문서, 역사 교양서, 실용 경제서 같은 현실 밀착형 책들이 그의 사고를 견인했다. 청년 시절 공장 일과 법률 자격증 공부를 병행하면서 그는 실용적 지식을 접하고 이로부터 출발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정의란 무엇인가》, 《자본과 이데올로기》 같은 고전적 사유의 책들로 이동해 갔다. 이 책들은 그가 지지하던 감정적 분노를 이론적 언어로 변환해 주었고, 단순한 ‘옳고 그름’의 판단을 넘어선 정책적 전략과 이념적 정합성으로 확장해 주었다.
-〈009. 독서는 이재명의 사유를 어떻게 확장시켰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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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기본소득 철학은 허공에서 뚝 떨어진 돌발 아이디어가 아니다. 그것은 그가 읽어온 수많은 서적 속에서 축적된 사유의 집합체이며, 현실적 분노와 철학적 사고가 만난 접점이다. 그가 “기본소득은 복지의 진화형”이라고 말할 때, 그 문장 뒤에는 몇 권의 책이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가장 핵심적인 지적 토대는 필립 반 파레이스(Philippe Van Parijs)의 《모두에게 실질적인 자유-기본소득에 대한 철학적 옹호》이다. 이 책에서 파레이스는 기본소득을 단순한 현금 나눠주기가 아닌, 모든 사람에게 실질적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설정한다. 즉, 굶지 않기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선택할 자유’를 보장받기 위한 사회구조로서 기본소득을 제안한다.
-〈015. ‘기본소득’에 대한 그의 논리는 어떤 책에서 영향을 받았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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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에게 독서는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다. 독서는 그에게 ‘싸움의 무기’이자 ‘현실의 설계도’이며, 위기 속에서 길을 찾는 나침반이다. 그는 책에서 감정을 다스리는 방법을 배우고, 인간의 본성을 관통하는 통찰을 얻으며, 복잡한 사회구조를 어떻게 해체하고 재조립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을 수집해왔다. 즉, 독서는 그의 정치 철학을 구성하는 원천이자, 매일같이 업데이트되는 실천의 인공지능 같은 존재다.
그는 특히 위기 상황에서의 리더십, 권력의 본질, 제도 설계의 기술, 여론과 감정의 흐름까지도 독서를 통해 전략화한다. 《군주론》에서는 마키아벨리식 권력 기술을 배우고, 《21세기 자본》에서는 불평등을 관리하는 구조를, 《정의란 무엇인가》에서는 도덕이 아니라 시스템이 정의를 결정한다는 사실을 재확인한다. 그는 책에서 얻은 전략을 삶과 연결하고, 이론을 곧바로 실천으로 끌어당기는 특이한 정치인이다.
-〈030. 그는 독서를 통해 어떤 전략을 얻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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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책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려 했던 메시지는 단순하고도 근본적이다. “정치는 고상한 언어로 치장하는 일이 아니라, 당신의 삶을 구체적으로 바꾸는 기술이며, 그 기술은 책에서 시작된다.” 그는 늘 말했다. 정책 하나를 만들어내기 위해 그는 수많은 책을 읽었고, 또 그 책들 속에서 발견한 질문과 분노, 해법을 국민과 공유하고자 했다. 그에게 책이란 혼자만의 사색의 도구가 아니라, 국민과 함께 읽고 토론하며 현실을 이해하고 바꿔내는 공통의 언어였다.
이재명은 책을 ‘전문가만의 전유물’로 두지 않았다. 그는 책을 통해 국민과 눈높이를 맞추고 싶어 했다. 어려운 정치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번역하고, 철학의 추상성을 시장 한복판의 문제로 끌어내는 그의 방식은 철저히 독서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책 속 문장을 인용하기보다, 그것을 현실의 맥락에서 풀어내고 해석하는 데 주력했다. 정치란 “국민의 고통에 대한 응답”이라고 그는 말했으며, 그 응답을 가장 설득력 있게 만드는 도구가 바로 책이었다.
-〈040. 책을 통해 그는 국민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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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민주주의의 나침반’이라 표현하며 가장 자주 언급한 책은 바로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다. 그에게 이 책은 단순한 철학 입문서가 아니었다. 오히려 혼란한 시대에 민주주의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좌표계, 즉 방향과 기준을 함께 제시하는 도덕적 나침반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정치가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윤리적 판단의 연속이라는 점, 더 정확히는 선택의 순간마다 ‘공정’과 ‘정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스스로를 되묻는 작업임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는 복잡하고 논쟁적인 정의의 문제를 일상적인 사례와 철학적 논의를 통해 풀어내며,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샌델은 단순히 정의의 정의를 내리기보다, 다양한 철학적 관점들을 소개하고 그 한계를 짚으며 독자 스스로 정의를 사고하도록 이끈다. 마이클 샌델은 공리주의, 자유 지상주의, 공동체주의 등 다양한 정치철학을 풀어놓지만, 가장 중요한 메시지는 하나다.
“정의란 무엇인가를 묻는 일은 곧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고자 하느냐를 묻는 것이다.”
이재명은 이 구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049. 그는 어떤 책을 ‘민주주의의 나침반’이라 보았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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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용기’를 배운 책은 많지만, 그중에서도 그는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가장 결정적인 책으로 꼽는다. 이 책은 1961년 나치 전범 아이히만의 재판을 직접 취재한 아렌트가 쓴 정치철학적 보고서이자, “악에 맞서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덕목은 무엇인가”를 묻는 책이다. 이재명은 이 책을 통해, 용기란 대단한 담대함이나 감정적 의욕이 아니라, “생각하지 않는 세계에서 생각하려는 태도 자체”라는 것을 배웠다.
그는 말한다.
“나는 나를 구하려고 책을 읽었지만, 아렌트를 읽고 나서는, 타인을 위해 생각하려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용기는 그때 처음 의미가 바뀌었다.”
-〈059. 그는 어떤 책에서 ‘용기’를 배웠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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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공동체적 삶을 단순한 도덕적 이상이나 전통적 가치로 보지 않는다. 그에게 공동체란 ‘살기 위해 불가피하게 재건해야 하는 구조’이자, 현대 사회의 병폐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시스템적 대안이다. 즉, 그것은 감성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구조와 사회적 연대를 설계하는 핵심 원칙이다.
그가 공동체를 중시하게 된 배경에는 뿌리 깊은 삶의 경험이 있다. 어린 시절 그는 공동체의 부재 속에서 자랐다. 가난한 가족, 무너진 마을, 복지 사각지대, 무관심한 이웃들. “나는 살아 있는 사람보다 시스템을 더 많이 믿게 됐다”고 말했던 이재명은, 오히려 그 삭막함 속에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감각을 통해 공동체의 필요성을 강하게 체화했다.
그는 말했다.
“국가는 나를 도와주지 않았고, 사회는 나를 기억하지 않았다. 그때 내가 절실하게 원했던 건, 단 한 사람의 연대였다.”
-〈068. 그는 왜 공동체적 삶을 중시하는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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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위기를 극복하는 방식은 단순한 돌파나 인내의 차원을 넘어선다. 그는 위기를 ‘정치인의 본질이 드러나는 시험지’로 본다. 위기란 그 사람의 과거, 세계관, 성격, 사유의 깊이, 리더십의 결이 총체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이라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위기를 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맞선다. 중요한 건 ‘극복’이 아니라, 그 위기를 ‘어떻게 견뎠는가, 어떻게 말했는가, 어떻게 설계했는가’라는 태도의 문제다.
이재명은 자신이 겪은 수많은 위기—검찰 수사, 언론의 의혹 제기, 당내 분열, 대선 패배—가 단지 외부의 공격이 아니라, 자신을 내부로부터 다시 설계하게 만드는 기회였다고 말한다. 그는 이런 위기의 순간마다 두 가지 전략을 사용해왔다. 첫째는 사유, 둘째는 행동의 프레이밍이다. 사유의 방식으로 그는 자신의 감정을 거세하고, 문제의 본질만 남기는 훈련을 반복해왔다고 한다.
그는 말한다.
“정치에서 위기는 감정적으로 반응하면 진다. 내가 억울하다고 소리칠수록, 국민은 피로해진다. 그래서 나는 내 억울함을 잠시 내려놓고, 그 위기를 국민이 보기 쉽게 정리하고 설명하려 한다.”
이재명에게 위기는 고통보다 소통의 기회, 위협보다 정치적 재배열의 계기다.
-〈074. 그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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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AI에 대한 관점은 단순히 기술의 편리함이나 경제적 효용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는 AI를 “불평등을 심화시킬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도 있는 문명의 분기점”으로 바라본다. 이와 같은 인식은 단편적인 뉴스나 보고서가 아니라, 그가 천천히 읽고 곱씹은 몇 권의 책에서 비롯되었다. 특히 그가 AI의 정치적, 철학적 문제의식을 처음 본격적으로 체계화했다고 밝힌 책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카이푸 리의 《AI 2041》과 《AI 슈퍼파워》다.
먼저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는 인간이 스스로를 신격화하려는 과정 속에서 AI가 인간의 판단과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 존재로 부상하는 서사를 펼친다. 이재명은 이 책에서 인간이 더는 자유의지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데이터 알고리즘의 예측을 따르게 되는 미래를 읽으며, AI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의 구조 자체를 바꾸는 변수라는 점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가 기술에 끌려가면 민주주의는 예측 가능한 순응 시스템이 되고, 반대로 정치가 기술을 감시하고 설계하면, AI는 공공선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083. AI에 대한 그의 관점은 어떤 책에서 나왔는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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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은 책 속에서 정치를 찾는다. 현실의 정치는 늘 타협을 요구하지만, 책 속의 정치는 언제나 원칙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책은 정치의 희망을 배반하지 않는다. 책은 권력의 탐욕을 미화하지 않는다. 책은 이기적 계산 대신 정의와 공정을 거론하고, 지배의 기술이 아니라 저항의 언어를 가르친다. 이재명은, 현실에서 정치는 때로 무너지고 타락하고 유혹당하지만, 책 속에서만큼은 정치가 아직 가능하다는 믿음을 발견한다.
그는 법전보다 철학서를 먼저 들었다. 정당의 강령보다 문학 작품에서 사람의 마음을 먼저 읽었다. 경제학 개론보다 먼저 “왜 불평등은 반복되는가?”, “정의란 실현 가능한가?”, “권력은 어떻게 윤리가 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는 책들을 들여다봤다. 그에게 정치란 제도 이전의 언어이며, 책은 그 언어를 가르쳐주는 첫 수업이었다.
책 속의 정치는 계파가 없다.
당리당략도 없다.
표 계산도 없다.
오직 사람과 사람 사이의 존엄, 책임, 신뢰 같은 오래된 언어만 있다.
-〈94. 그는 왜 책 속에서 정치를 찾는가? 〉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