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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 우물에서 만나


  • ISBN-13
    979-11-6210-250-3 (74800)
  • 출판사 / 임프린트
    바람의아이들 / 바람의아이들
  • 정가
    16,8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6-3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윤수
  • 번역
    -
  • 메인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역사소설
  • 추가주제어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실화 ,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키워드
    #어린이, 청소년 소설: 역사소설 #어린이, 청소년: 소설, 실화 #어린이, 청소년 소설: 일반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유아/어린이
  • 도서상세정보
    148 * 210 mm, 248 Page

책소개

차디찬 우물가에 버려진 아이 정이

비단 댕기 반쪽을 들고 비밀을 찾아 떠나다

 

공식적으로 한국 천주교 교회가 세워진 때는 1784년(정조8년)이지만 실제 역사는 더 이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17세기 중국 사절단으로 파견되었던 지식인들이 서학을 접하고 하나의 학문으로써 관심을 가지면서부터이다. 천주교 서적을 읽던 선비들은 ‘하느님 인간의 평등 사상’에 매료되어 공부하고 토론하는 가운데 점차 신앙을 갖게 되었는데, 한국의 천주교는 선교사들에 의해 전파된 것이 아니라 자생적 신앙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특별하다. 문제는 성리학 기반의 조선 왕조에서 외래 종교가 인정받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더욱이 천주교에 대해 어느 정도 관용을 베풀던 정조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상황이 더 나빠졌으니, 순조의 수렴청정에 나선 정순왕후와 노론 세력에 의해 대대적인 박해가 시작되었다. 윤수의 역사동화 『보름 우물에서 만나』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가 본격화된 시기, 그중에서도 1801년 ‘신유박해’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보름 우물에서 만나』의 주인공 정이는 갓난아기였을 때 부모를 잃고 최씨 부부 집에 의탁하여 매일매일 구박을 받으며 부엌데기로 살아간다. 동갑내기 정우가 슬쩍슬쩍 마음을 써 주지만 천애고아의 신세가 달라질 리 없다. 정이가 유일하게 위로를 받는 곳은 자신이 버려진 장소, ‘보름 우물’이다. 망나니 딸의 저주에 걸려 한 달에 보름만 물을 마실 수 있다는 보름 우물. 정이는 보름 우물에 물을 길러 오가고, 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하고, 슬프고 외로울 때면 우물벽에 기대어 마음을 다스린다. 그러던 어느 날, 최씨 가족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열두 살 정이는 그야말로 혈혈단신 외톨이가 되고 만다. 이제 정이는 정우가 남긴 편지와 길게 찢겨 있는 푸른 비단 댕기 하나를 들고 홀로 살아가야 한다.

버려진 아기의 품에 있었다는 비단 댕기는 정이가 누구이고 어디에서 왔으며, 왜 버려졌는지 알려줄 수 있을까? 글을 몰라 읽지 못하는 편지에는 어떤 사연이 담겨 있을까? 이야기는 정이가 푸른 댕기와 정우의 편지에 담긴 비밀을 찾는 과정을 차근차근 따라간다. 어린 정이는 자신의 뿌리를 찾아야 하는 동시에 매일매일 먹고 자는 일을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조선 시대 보육시설인 ‘유집소’, 거지 아이들이 모여 사는 움막집, 북촌 양반 집의 행랑채 등을 옮겨 다니며 돌봐주는 이 하나 없는 세상에서 스스로의 힘으로 살 길을 찾아간다. 그리고 마침내 부모가 누구이고 자신이 어떤 이유로 버려졌는지 알게 되는 정이. 이제 정이는 온전한 해피엔딩을 맞이할 수 있을까?

 

 

1801년 신유박해와 한국 천주교의 역사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야기

 

일가친척 하나 없는 떠돌이 소녀에게 세상은 삭막하고 비정한 곳이다. 정이는 양반의 권세에 눌려 누명을 쓰거나 속좁은 어른들에게 배척을 받는 등 온갖 시련을 겪는다. 특히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 복순이에게 배신당하고 멍석말이를 당한 일은 깊은 충격과 상처를 남긴다. 어째서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끼리 싸워야 할까? 조선처럼 신분제가 엄격한 사회에서 천민, 고아와 거지, 병자, 정이처럼 불쌍한 이들이 사람대접 받고 사는 일은 영영 불가능한 일일까? 모든 상황이 여의치 않지만 정이가 쉽사리 좌절하지 않는 것은 기꺼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누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거지 아이들을 돌보고 이끌어주는 왕초 홍월과 구걸한 밥을 나눠주는 만이, 가난하고 비천한 자들에게 잔치 음식을 베풀어주는 북촌 마님 등은 정이에게 함께 어울리고 서로 돕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준다. 

정이는 북촌 마님에게 글을 배우는 동안, 나라에서 금하는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느낀다. 모든 사람이 다 똑같이 사랑받을 존재라니, 이보다 더 좋은 말이 있을까. 평생 쓸쓸하고 외롭게 자란 정이에게는 국가의 이념이나 사대부 선비들의 정쟁보다 하느님의 사랑이 훨씬 이해하기 쉽다. 더 좋은 뜻을 위해 모여서 기도하는 사람들과 신앙을 가졌다는 이유로 사람들을 잡아 가두고 죽이는 국가 권력 중 정이가 어느 편에 설지는 분명해 보인다. 우여곡절 끝에 정이가 자신보다 더 어리고 더 연약한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어주기로 나서는 것은 필연적인 결말일 것이다. 

‘보름 우물’은 지금도 서울 한복판에 석정보름우물터라는 유적지로 남아 있는데, 실제로 신유박해 당시 수많은 순교자들이 발생하자 갑자기 물맛이 써졌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또한 작품 속에는 북촌과 명례방(명동)을 중심으로 비밀리에 형성되었던 신앙공동체, 주문모 신부와 강완숙, 정약용 형제 등 실존했던 역사적 인물들도 대거 등장한다. 그러나 『보름 우물에서 만나』는 천주교에 대한 박해나 정치적 탄압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이 비통하고 혼란스러운 시기, 열두 살 정이가 자신의 뿌리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중심에 놓는다. 천애고아 정이는 오직 살아남기 위해 온갖 시련을 겪으며, 비단 댕기를 쥐고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나선다. 비록 그 끝에는 신분상승을 이뤄줄 출생의 비밀도, 따스한 해피엔딩도 없지만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보편적인 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된다.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을 기억하는 이야기이자, 그 사랑과 신념이 어떻게 다음 세대로 전해졌는지 이야기하는 묵직한 작품이다. 최근 콘클라베로 주목을 받았던 가톨릭이 한국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동시에 씩씩하고 당당한 주인공과 속도감 있는 전개가 돋보이는 동화로, 고학년 어린이 독자들이 몰입해서 읽기 좋다.  

목차

1. 이별 7

2. 유집소 27

3. 억울한 누명 47

4. 수표교로 65

5. 거지골 81

6. 북촌의 삶 115

7. 재회 141

8. 불신의 시대 159

9. 밀고 179

10. 푸른 댕기의 비밀 189

11. 우물 속으로 201

12. 붉은 우물물 215

13. 보름 우물가 소녀 225

작가의 말 239

본문인용

“어, 내일부터일 줄 알았는데……. 원래 이 우물이 보름 동안은 물이 탁해지고 맛도 없어서 못 먹고요, 나머지 보름 동안은 물맛이 좋아지거든요. 그때는 늘 사람들로 붐벼요. 그래서 이 우물 이름도 보름 우물이고요.” 

“그래?” 

정이는 작은 목소리로 여인에게 말했다. 

“아주아주 먼 옛날에 양반 아들을 사랑한 망나니의 딸이 여기에 빠져 죽었대요. 예전에는 전혀 먹을 수 없었는데 임금님이 망나니 딸의 혼령을 위해 제를 지내고 나서야, 그나마 보름 동안은 먹을 수 있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아마, 망나니 딸의 화가 반만 풀렸나 봐요.” 

“참 신기한 이야기구나.” 

여인은 정이를 유심히 바라보더니 환하게 웃었다.(12쪽)

 

정이는 가만히 서서 바라만 보았다. 소달구지에 실린 짐, 최씨 아저씨, 최씨 부인, 그리고 정우까지. 그들의 모습이 덜커덩거리며 점점 멀어졌다. 

달구지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정이의 다리가 힘없이 풀렸다. 마당에 주저앉았다. 흙바닥의 냉기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손가락이 떨리고 가슴이 아팠다. 매섭게 부는 바람에 뺨이 시려 왔지만, 뜨거운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계속 흘렀다.(25쪽)

 

“저 아이를 당장 멍석말이하거라. 다섯 대만 쳐도 죽을 것이다.” 

“아니, 저 아니에요!” 

정이가 소리쳤다. 마지막 기대를 담아 복순이를 바라보았지만, 복순이는 정이를 외면했다. 정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사, 살려 주세요!” 

정이의 억울한 외침이 멍석과 함께 말려 들어갔다. 

순식간에 시야가 어두워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허벅지에 불타는 듯한 고통이 전해졌다. 목이 바짝 마르고 손끝이 싸늘해졌다. 정이는 정신이 아득해졌다. 두 번째 퍽 하는 소리에 등은 화끈거리고 차가운 공기가 폐 속으로 스며드는 것 같았다. 온몸이 점점 굳어졌다. 세 번째 매질에 점점 의식이 희미해졌다. 눈꺼풀이 스르르 감겼다.(63쪽)

 

“그래도 일단 데려가는 게 어때? 여기 있다간 금세 떠내려갈지도 몰라. 왕초가 사람은 서로 돕고 살아야 한댔잖아. 서로 사랑하면서 말이야. 천치님의 뜻이라고 알려 줬잖아.” 

“이 바보야! 천치님이 아니고 천주님! 그리고 너! 왕초가 사람 많은 데서 천주님 소리 하지 말랬지. 머리에 돌이 들었냐!” 

개똥이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 

“아, 천치든 천주든. 우리 왕초라면 당연히 얘를 데리고 갔을 거라고.” 

“안 된다고 분명히 말했어. 너 자꾸 내 말 안 들을래?” 

“그게 아니고……. 왕초가!” 

만이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개똥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나머지 아이들도 떨떠름하게 그 뒤를 따랐다. 정이는 수표교 아래에서 점점 멀어지는 아이들을 바라보다가 무언가를 결심한 듯 벌떡 일어났다.(78쪽)

 

“너도 믿을 거야?” 

복순이의 목소리에 특별한 감정이 묻어나진 않았다. 장터에서 신기한 물건을 구경할 때처럼, 그저 가벼운 호기심인 듯했다. 

정이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잘 모르겠어. 여기 오는 사람들 보면 천주학에서는 서로 도우며 착하게 살아가라고 가르치는 것 같거든. 우리 마님이 나 같은 아이 글공부도 알려 주고……. 그런 거 보면 천주학이 나쁜 것 같지 않은데 왜 나라에서는 금지하는 걸까?” 

복순이가 피식 웃었다. 

“못 하게 해서 그래. 하지 말라니까 사람들이 몰래몰래 믿고, 몰래몰래 이 집에 오는 거지. 우리 마님이 양반인 데다가, 남편도 없이 혼자 살고. 게다가 여긴 여인들만 사는 곳이라서 관아에서 함부로 뒤지지 못한대. 그래서 이 집으로 천주학을 믿는 사람들이 점점 더 모이는 거라더라.” 

정이는 말없이 복순이의 말을 곱씹었다. 천주학은 나라에서 금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마님은 다른 어떤 양반보다도 자유로워 보였다. 오히려 거리낌 없이 자신의 신념을 지켜 나갔다. 정이는 그 모습이 우러러보였다.(136쪽)

 

“정이야, 어떻게 왔니? 다치진 않았니?” 

“저는 괜찮아요.” 

홍월이 정이의 손목에 묶인 푸른 댕기를 바라봤다. 홍월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정이야. 잘 들어. 그 댕기에 대해 말해 줄게.” 

정이의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온몸이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않았다. 

“너를 찾으려고 내가 거지골 왕초가 된 거야. 혹시 널, 어디선가 마주칠 수 있을까 싶어서…….” 

“설마…… 제 어머니세요?” (196쪽)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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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윤수
2021년 경상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동화 작가가 되었다. 2023년 서울문화재단 첫 책 발간 지원 사업에 선정되었으며, 장편동화 『요괴 수호자』를 지었다. 『펭귄의 파란 조끼』에 단편동화 「아슬랑 캠프- 단 한 줄의 편지」가, 『친구가 좋아하는 아홉 가지 이야기』에 단편동화 「코딱지 나무」와 「라벤더」가 실렸다. 아이처럼 상상하고 이야기 나누는 일을 좋아한다. ‘윤수’는 필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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