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최고의 요리백과 〈정조지〉,
고조리서와 다양한 전통 음식에 쓰인 ‘채소’에 관한 이야기
풍석문화재단 음식연구소는 “《임원경제지》 전통음식 복원 및 현대화 시리즈”라는 큰 주제로 〈정조지〉 및 《임원경제지》각 지에 수록되어 있는 전통음식을 복원하고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조선셰프서유구의 채소 이야기》는 조선후기 대표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의 대표 저작 《임원경제지》의 여덟 번째 지(志)인 〈정조지〉 중 권2 교여지류(咬茹之類) 중 채소를 연구하여 복원한 책이다.
〈정조지〉 교여지류(咬茹之類)에는 씹어 먹는 채소 음식들을 10가지 항목으로 나눠 기록했다. 채소를 10가지 방법으로 가공해서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저장식과 일상식을 만들어 먹는 구체적인 방법들이다. 엄장채(醃藏菜),
식향채(食香菜), 자채(鮓菜), 제채(虀菜), 저채(菹菜)는 모두 절임, 담금 같은장아찌나 김치류를 만드는 법이고 건채(乾菜) 역시 모두 채소 저장법에 해당된다.
자잡채(煮煠菜)는 국을 끓이고 데쳐 나물 만드는 법, 외증채(煨烝菜)는 굽거나 찌는 조리법, 유전채(油煎菜)는 기름에 튀기거나 볶고 지지고 기름을 넣어 조리하는 법, 수채(酥菜)는 두부나 우무, 묵처럼 부드러운 고형 음식 등 일상식을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자잡채 편 총론에는 “흐물흐물하게 삶고 익도록 데쳐[爛煮熟煠] 막힌 것을 소통시키고 혈액을 돌게 한다[疏壅導血]”라는 우리가 번거로워도 채소 음식을 먹어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게 나와 있다. 땅의 정수를 머금고 서리와 이슬 가득한 향기를 품은 채소 자체는 고기의 누린내와 생선의 비린내로 어
지럽힐 수 없는 채소의 본성이요, 미덕이다. 교여지류는 채소 하나하나가 주인공인 이야기이며 가장 소중한 자연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교여지류(咬茹之類)의 내용 중 엄장채(醃藏菜), 식향채(食香菜), 자채(鮓菜), 제채(虀菜), 저채(菹菜)에 해당하는 부분은 《조선셰프 서유구의 김치이야기》로 기 출간하였다.
이번 책에서는 건채(乾菜), 자잡채(煮煠菜), 외증채(煨烝菜), 유전채(油煎菜), 수채(酥菜)를 다루고 있다.
한국인은 채소의 민족이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채소의 연금술사들이다. 서유구가 《금화지비집(金華知非集)》에서 말한 “시냇가의 물풀이나 들의 푸성귀도 어머니 손을 거쳐 데치기만 하면 모두 색다른 맛이 났다”라는 어머니 한산 이 씨에 대한 회상은 솜씨 좋고 손맛 좋은 모든 어머니들에 관한 이야기다. 한갓 풀에 불과한 푸성귀들이 사람에게 이로운 음식으로 재탄생하는 경이로움이다. 지혜롭게 채소를 이용할 줄 아는 적극성이 기아와 질병의 고통으로부터 많은 사람을 구하고 밥상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채소는 약성을 가지고 있어 병증에 따라 적절하게 음식으로 만들어 먹으며 생활 속에서 병을 치유하기도 했다. 먹고 마시고 바르는 모든 것이 채소에서 기인했다. 약채와 일상에서 먹는 소채는 밥을 넘기게 해주는 반찬과 약선식, 약재의 역할을 했다.
여러 고문헌에는 채소의 제철과 재배법, 저장법, 조리법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 기근을 대비하는 지침서의 역할을 했다. 특히 제철 과일이나 채소를 겨울까지 생생하게 장기 보관하는 방법에도 골몰했다. 채소는 저마다 알맞 은 토양이 있어 지역에 따라 생산되는 채소의 질이 달랐다. 이를 바탕으로 지역의 특색 있는 향토 음식이 만들어졌고 특산물의 거래가 활발했다. 서울의 경우 조선시대에는 소채전 같은 채소 전문 장터에서 팔았다.
《조선셰프서유구의 채소 이야기》는 우리 민족의 채소 사랑과 채소 다루기를 원형 그대로 복원하였다. 3년에 걸쳐 만들어진 이 책은 독자 여러분들에게 진정한 채소 사랑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조선셰프서유구의 채소 이야기》에서 복원한 전통음식은 〈정조지〉 표점 원문 및 번역문과 함께 이를 만드는 과정을 담은 사진 및 레시피, 음식을 복원하면서 발견한 TIP과 조리 방법, 영양 효과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복원 과정을 함께하는 듯한 저자의 잔잔한 에세이를 함께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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