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면 보이는 한 줄의 역사 현판’은 2021년에 출간한 ‘현판 역사를 담다’에 이은 두 번째 현판 이야기이다. 이 책도 전편과 마찬가지로 저자가 직접 전국을 돌아다니며 수집하고 촬영한 이야기 15편을 묶어 수록하였다.
우리는 한자로 되어 있는 현판을 읽어내기만 하여도 대단하다고 칭찬받는 시기에 살고 있다. 이는 한문(한자)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인 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판을 보고도 읽지 못해 그냥 지나치거나 웃기만 할 뿐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다.
우리 조상들은 현판에 진심이었다. 현판에는 추구하는 정신세계나 가치관을 반영하였는데, 대체로 부모에 대한 효(孝), 형제에 대한 우(友), 조상에 대한 숭(崇), 그리고 선현에 대한 존경(尊敬), 학문에 대한 신념(信念) 등을 담아냈다. 보통 현판은 짧은 글자로 함축하여 표현하였기 때문에 더욱 신경을 쓰고 소중하게 다뤘다.
하지만 현재는 전승되던 서체나, 현판에 담긴 시대정신도 사라져가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급격한 산업화로 옛 건축물이 파괴되고 전통문화가 사라지면서 현판의 생산뿐만 아니라, 기존 현판조차도 지키기 어려운 시대로 전락했다. 글씨로 표현하는 동양사회의 예술성이 망가진 것이다.
사라져가는 현판을 지키기 위해서는 먼저 독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현판이 가지고 있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서 스토리텔링을 만들었다. 특히 누구나 알만한 공민왕, 한석봉, 송시열, 박정희 등과 같은 인물들의 현판을 소개하여 독자들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서술했다.
오랜 세월이 지난 현판은 예술적 감각을 발휘한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이야기가 있고, 가치가 있는 현판의 기록을 남겨놓아야 한다. 그것이 현판이 가지고 있는 시대정신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