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분명 입이 떡 벌어지는 풍광을 매일 봤는데, 오래되고 유명한 건물들도 많이 봤는데, 그런 것은 생각나지 않고, 힘들었을 때 도와준 사람들, 마주치거나 지나칠 때 또는 알베르게에서 혹은 카페에서 만났던 사람들이 생각났고,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자꾸 웃게 되었어요.
마음 안에서 웃음이 나니 제 표정이 저절로 바뀌었나 봐요. 사람들이 저보고 뭔지 모르지만 느낌도 다르고 예뻐졌다네요. 뭐가 예쁘겠어요. 선크림 한번 바르지 않아서 까만 얼룩이 할매가 되었는걸요. 그런데 뭔가 다르게 느껴진다는 말에는 공감해요. 제 마음이 달라졌다는 것을 제 자신이 느끼니까요. _ P. 19
어느 날 저 자신에게 물어봤어요.
‘너 그곳에서 죽을 수도 있는데 그래도 갈래?’
어쩜 단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응, 그래도 갈래’ 였어요.
‘그럼 가야지, 죽을 수도 있다는데 그래도 가고 싶다면, 가야지.’ _ P. 24
걸으면서 나 자신에게 수없이 했던 말은 ‘오늘 감당하기 버거운 어려움이 있었더라도, 오늘의 어려움이 내일의 발목을 잡게 하지는 말자!’ 였어요. _ P. 34
오후가 되면 해를 안고 걸어야 하니 가능하면 일찍 시작해서 일찍 마무리하시길 권해요. 햇살이 장난 아니에요.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길이었지만 흐린 날씨 덕분에 거북이 발걸음으로도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자다 Santo Domingo de la Calzada 에 왔어요.
오늘 20.9km 걸어서 211.7km까지 왔어요. _ P. 81
그동안은 숙소 예약을 할 줄 모르니, 조금만 걷고 일찍 알베르게로 가서 문 열 때까지 기다렸다가 해결했는데, 길거리 잠을 잘 뻔한 저를 구제해 준 귀한 분들이 알려 준 대로 해서 처음으로 제가 숙소 예약을 성공한 날이랍니다. 또 지금껏 카페에 가면 손가락 주문으로 빵과 커피를 사 먹었었는데, 음식 주문도 해서 먹었구요. 제가 너무너무 장해서 저에게 엄지척, 굳! 칭찬했어요.
25.2km 걸어서 349km, 프로미스타Fromista까지 왔어요. _ P. 99
어두운 길을 걸을 때는 두려운 생각을 들게 하지만, 그냥 가만히 두면 두려움은 나를 어떻게 하지 못해요. 가까이 가지 않고 바라보고 있으면 두려움도 가까이 오지 않고 바라보다가 어둠이 걷히면 사라져요.
_P. 104
베드버그에 물린 줄도 몰랐는 데 몹시 가려워서 보니 얼굴만 빼고 온몸이 붉은 꽃길이 되어있 었었지만 가려움에 쓸 기운이 없어서 무시했더니 일주일쯤 불편 하게 하고는 사라졌어요.
팔라스 데 레이 Palas de Rei입니다. 11.5km 걸었고 709.4km 까지 왔어요.
어느 작가는 도보 여행을 몸으로 책을 읽는 것과 같다 했어요. 제가 읽기에는 너무나 벅차고 어려운 책을 몸으로 다 읽었어요. _ P. 1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