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시인이 말하는 시의 효용과
서정의 눈으로 포획해 낸 시의 순간들
2012년 등단 후 두 권의 시집을 내며 많은 독자의 관심을 받은 이제야 시인이 7년 만의 산문집으로 돌아왔다. 오랫동안 시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온 시인은 처음으로 자신과 주변인의 이야기를 꺼낸다. 시인이 되기 훨씬 전부터 품어온 마음과 등단 무렵, 그리고 이후의 시간에 대해 그가 어렵게 꺼낸 고백은 문학을 사랑하는 이들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와도 같다.
이제야는 시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외로움과 지난함을 내내 토로하면서도 시를 쓰는 행위가 주는 내밀한 위안에 대해 말한다. 그에게 시를 쓰는 일은 소중히 포획한 단어들의 의미로 비밀스러운 사전을 엮고, 이를 독자에게 건네는 일이다. 세련된 시어로 가득한 소란한 세상에서 그는 다소 투박하고 잊히기 쉬운 서정의 가치를 끝까지 붙들고자 한다.
산문집이지만 꼭지마다 덧붙인 짧은 시와 장마다 직접 찍은 사진이 실려 있어 책장을 넘기는 독자의 손과 눈을 멈추게 한다. 동료 시인이자 사진작가인 이훤의 아름다운 해설을 읽는 것 또한 놓칠 수 없는 특별한 재미. 시인으로서의 삶이 궁금하거나 시를 써보고 싶다는 마음을 한 번이라도 품어본 독자라면, 이 책에서 엿볼 수 있는 시가 되는 순간들과 담백한 위로를 통해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