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불안과 의심으로 위축되고 주저하기보다는 그저 더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글쓰기에 집중하자고. 파도가 멈추지 않듯 그렇게.
_「파도가 멈추지 않듯」, 34쪽
지금 나에게 주어진 시기는 무작정 달려나가기보다는 방향을 잡아야 하는 시기다. 그러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에 불안해하거나 조바심을 내지 말고, 자신을 더 깊이 바라보아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확인해 빈틈없이 채우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야 한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러한 준비의 시간이 끝났을 때 난 나에게 맞는 속도와 호흡으로 내가 정한 방향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_「준비의 시간」, 40쪽
그래도 그러한 시간을 거쳐 이야기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을 수만 있다면 난 더 바랄 게 없다. 내가 시작한 이야기를 어떻게든 내 손으로 끝냈다는 희열과 성취감은 그 어떤 것보다 크고 찬란하다는 걸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여전히 소설을 쓰는 시간과 고군분투하고 있다. 아니, 사랑하고 있다.
_「소설을 쓰는 시간」, 74쪽
나도, 그리고 오늘 만난 작가님들도 분명 글쓰기를 사랑하고, 소설을 사랑하고, 독립출판을 사랑한다. 동시에 그 모든 것을 미워하고 힘겨워한다. 그래서 최선을 다한다. 순간에 집중한다. 그러니 선택을 후회한다고 해도 비난할 수 없다. 오히려 박수를 건네고 등을 토닥여줄 것이다. 이미 그 선택을 했을 때부터 누구보다 멋졌으니까.
_「작가들의 밤」, 109쪽
글이 써지지 않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의자에 앉아있는 힘, 기대와 다른 반응을 받았을 때 좌절하지 않고 자존감을 지키며 의연함을 유지하는 힘, 그리고 외부 환경이 의지를 꺾으려 해도 글쓰기를 향한 애정을 끝까지 믿게 하는 힘. 이러한 힘이 글쓰기에 있어 버티는 힘이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조금씩 키워가고 있다. 읽고, 쓰고, 생각하고, 그리고 이 모든 걸 끝없이 반복하면서.
_「버티는 힘」, 121쪽
그래서 오늘도 여전히 나 혼자 작업 중이다. 나 혼자 수정하고, 나 혼자 편집하고, 나 혼자 고민한다. 그러면서 매우 자주 울고불고한다. 그리고 그럴 때 내 얼굴은 어느 때보다 밝게 빛나고, 심장은 기분 좋게 두근거린다.
_「나 혼자」, 145쪽
종종 그런 생각이 든다. 내 소설이, 내가 쓴 문장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모양과 색깔로 독자들에게 다가간다고. 그렇게 다가간 문장이 그들의 과거와 현재, 추억, 감정과 만나 그들만의 풍경을 펼쳐내고 그들만의 이야기로 다시 태어난다고. 이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난 더 겸허해진다. 단어 하나, 문장 한 줄 허투루 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을 다해 쓰자고 다짐한다.
_「내 소설이 누군가에게 다가갔을 때」, 229쪽
마치 나 홀로 아직도 뜨거운 여름을 통과하고 있는 듯하다. 여름이 나에게만 머물러 있는 건 아닌가 생각도 든다. 물론 그렇다고 억울한 건 아니고, 불평불만을 늘어놓을 생각도 없다.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선택한 여름, 전업 작가 생활이니까.
_「아직, 여름」, 236쪽
그래도 나는 믿고 쓰는 수밖에 없다. 팍팍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 작지만 다정한 위로의 순간을 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선명히 보이지 않는 불확실한 미래이지만 자신을 오롯이 믿으며 어떻게든 나아가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그리고 어쩌면 내 소설이 그들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는 위로와 응원을 전해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걸.
_「소설을 쓰기 위한 믿음」, 305쪽
어디에서 무얼 어떻게 하든 우리는 이미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대단한 일을 하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위해 아등바등하는 것도,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을 묵묵히 견뎌내는 것도 모두 대단하다.
_「모두 대단하다」, 325쪽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나는 내가 걷고 있는 이 길에서 벗어날 마음이 전혀 없다. 지난 1년 동안 이 길을 선택한 나의 결정을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다. 단 한 순간도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길을 걷는 동안 외롭고 불안했지만, 동시에 난 이 길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걸 확신하게 되었다.
_「내가 걸어가는 길」, 36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