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차가 온다.”
2025년 1월 선봉을 자처한 비야디에 이어 상하이자동차, 샤오펑 등도 ‘한국 상륙작전’에 시동을 걸었다. 비야디가 국내에 출시한 ‘아토3’가 가성비를 앞세웠다면, 지리자동차의 프리미엄 전기차 브랜드 ‘지커Zeekr’는 품질로 승부를 내겠단 전략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판도는 한발 먼저 요동쳤다. 2024년 비야디는 전기차 176만 대를 팔아 179만 대를 기록한 미국 테슬라의 왕좌를 넘보고 있다. 하이브리드차까지 포함하면 427만 대로 테슬라의 2.5배에 달
한다. 지리(138만 대)와 상하이자동차(101만 대)의 추격도 매섭다. 전기차 판매량 글로벌 Top 10에 중국 기업만 다섯 곳이다.
중국 전기차의 공습은 기술력으로 무장했다. 광둥성 선전의 비야디 본사 전시관 벽면엔 4만2000건에 달하는 특허증서가 빼곡히 걸렸다. ‘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爲王, 創新爲本’이란 문구도 큼지막하게 붙였다. 연구소 11곳에 연구 인력 10만 명이 포진한 비야디는 ‘세계 1위’의 경쟁력이 어디서 나오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성비 중국차도 옛말이다. 2025년 2월 27일 출시한 샤오미의 ‘SU7 울트라’는 슈퍼카급 성능을 자랑한다.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에 도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98초에 불과하다. 설계상 최고 속도는 시속 350킬로미터에 이른다. 레이쥔 회장이 “포르쉐 타이칸 터보를 능가한다”며 자신만만하게 웃은 이유다. 판매 개시 2시간 만에 한 해 목표치인 1만 대가 팔릴 만큼 시장의 반응도 뜨거웠다.
혁신은 전기차 공급망 전반으로도 퍼져나가고 있다. 세계 1위 CATL이 제패한 배터리는 물론 수소차 시장도 중국의 깃발로 붉게 물들어 간다. 14억 인구의 애국 소비와 정부 보조금 덕분이란 시각도 있다. 하지만 절반의 진실일 뿐이다. 굴지의 글로벌 기업들까지 포진해 피 튀기는 경쟁을 벌이고 있는 곳이 바로 중국 시장이다. 정글에서 살아남은 ‘무림 고수’들은 이제 넘치는 내공을 해외로 발산하고 있다.
전기차 굴기의 판을 깔아준 건 중국 당국과 관료들이다. 그 대표적인 인물이 이 책의 저자인 먀오웨이苗圩다. 내연기관 전문가 출신으로 2010년부터 10년 동안 국가산업·기술의 주무 부처인 공업정보화부 장관을 역임하며 신에너지차 정책을 진두지휘했다.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깨달은 모든 걸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았다.
“길이 차를 기다릴지언정 차가 길을 기다리게 해선 안 된다.” 먀오웨이가 말하는 전기차 기술 혁신의 핵심 철학이다. 중국의 스마트 도로와 충전소로 대표되는 인프라가 지금의 전기차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뒤
처진 내연기관 자동차 대신 전기차로 건너뛰어 새로운 경주로를 열었다. 민간 업체들은 당국이 터준 길로 하나둘 옮겨와 거침없이 질주했다.
‘자전거 왕국’이었던 중국은 어떻게 ‘전기차 강국’이 됐을까? ‘시진핑 사상’을 운운하는 중국 관료의 문법이 낯설지만, 객관적 진술을 따라 읽으면 답이 보인다. 중국의 기술 역전을 외면해선 안 된다. 베이징 특파원 9명이 이 책을 함께 읽고 번역 작업에 나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