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숙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태양의 손길에는 자연과 연결 짓는 시인의 감수성과 현실 세계에서의 생명 그 자체의 순결성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로 유지된다. 이러한 생명의 순결성은 생명 터전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지향 의식을 보여준다. 더구나 그 지향 의식은 현실의 전개만으로 끝나지 않고 시인의 체질이 배어 있는 목소리가 담겨 있다. 그 목소리는 생명 인식으로부터 희망으로의 변화를 가능케 하며, 동시에 자연을 통한 회복 의지로 전환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이라는 영역에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관조적 자세는 인간 공통의 정서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특히 시적 대상으로서의 자연은 그의 시에서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창조의 터전으로 전환시켜 주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으며, 생명 그 자체의 순결성을 내면에서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 시집 태양의 손길의 특성이라 할 것이다. (…) 노정숙 시인이 주요 대상으로 삼는 자연은 시에서 발생하는 미의식과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자아 각성의 계기를 제공하는 의미론적인 순환의 시간을 구성한다. 즉 자연스러운 시간의 흐름 속의 인식은 단순한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전환을 유도한다. 전환 속에 함몰되거나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점진적으로 발전 가능성을 피력한다. (…) 노정숙 시인은 자연의 무한한 가치를 언어 안에서 정신의 확장과 자유로운 사상의 발현으로 취득하고 있다. 그것은 삶의 집착에서 벗어나 ‘우주’라는 넓은 공간으로 상상력이 확대된다. 그리고 사물에 대한 묘사 또한 단순하지 않은 것은 불교적 사상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는 무애의 경지에 도달함을 경험하고자 하는 시인의 지적知的 사유와 의지가 극명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성취는 자연과의 대화를 통해 인간이 느끼는 어려움이나 갈등이 해소될 뿐만 아니라 그 속에서 또 다른 세계로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시인의 시적 자각의 근원이 되는 자연의 순결성을 구가하는 노정숙 시인의 시 정신은 인간의 순수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이 같은 시인의 맑은 정신과 견고한 지성의 발로를 통해 그가 추구하는 시의 지평을 확장 시켜 나갈 것이라 확신한다.
―해설 중에서(박미정, 시인,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