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언제나 상상을 능가하니까.
상상조차 공상을 초과하니까.”
k포엣 시리즈 45권, 변윤제 시인 『반국가세력』
2021년 문학동네신인상을 수상하며 시를 발표하기 시작한 변윤제 시인의 두 번째 시집 『반국가세력』이 케이 포엣 시리즈 45권으로 출간되었다. 첫 시집 『저는 내년에도 사랑스러울 예정입니다』를 통해 절망적인 세상에 몸부림치면서도 연대와 희망, 사랑을 놓지 않는 의지를 단단하게 그려냈다면, 이번 시집 『반국가세력』에서도 시인은 세상에 일어난 큰 사건들이 사소한 일상들을 어떻게 변형시키는지 담대하게, 또 유머러스하게 펼쳐낸다. 때로 세계는 절망적이지만 변윤제의 시는 미래를 믿고 싶게 만든다.
『반국가세력』은 1부 ‘반국가세력’과 2부 ‘다시 만난 세계’의 2부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 이번 시집에는 동시대와 실시간으로 호흡하며 써내려간 작품이 눈에 띈다. “우리가 함께 겪었던 12.3 내란 사태(「(반)국가세력」)와 서울혁신파크 재개발(「요크셔테리어의 불안과 미래」), 저출산 현상(「늙은 유물론자와 병원의 오이 한 그루」), 점차 심화되는 생태계 문제(「아끼는, 섬」, 「사랑의 실타래」), 부당 해고나 사기 취업(「사악한 간장의 시」) 등 쉽게 해결되지 않는 일”(송현지 문학평론가)을 변윤제만의 언어로 써내려간다.
변윤제 시인은 「시인 에세이」에 “시에 특별한 힘이 없다”고 인정할 때에나 “시엔 비로소 무언가 힘이 깃든다”고 쓰기도 했는데, 그의 시를 따라 읽어가다보면 그의 시 속에는 담대한 힘이 깃들어 있다는 기분이 든다. 그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그가 세상을 응시하는 태도, 거기서 맞닥뜨린 악에 맞서는 자세, 그런 악을 극복하는 연약한 존재들을 위해 노래하는 방식에서 배어나오는 것인지도 모른다.
『반국가세력』의 수록작 중 일부는 영역되어 영문판 『Anti-Nationalist』(줄리 위 번역)으로 출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