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수련은 못 물 위에/꽃 손님 앉히려고/넓적한 푸른 방석을/참 여러 개도 깔았다.”(「푸른 방석」)에서 보듯이, 박방희 시인의 동시는 특별합니다. 그의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뿐만 아니라 깊은 감동과 여운을 줍니다. 여기에 간결하면서도 선명한 이미지, 해학적 요소가 가미되어 동시 문학의 진수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눈사람
눈 맞고 서 있다.
눈사람 눈 맞는 건
밥 먹는 것이다.
눈 오는 날
눈사람 밥 먹고 있다.
펑펑 눈 맞으며
밥 먹고 있다.
- 「밥 먹는 눈사람」 전문
이 동시는 그 제목부터 참 독특합니다. ‘눈사람이 밥을 먹는다니···’.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는 그 엉뚱함에 고개를 갸웃하게 됩니다. 하지만 시를 읽고 나면 시인이 왜 그렇게 진술했는지 곧 알 수 있습니다. “눈사람 눈 맞는 건/밥 먹는 것이다.”라는 시인의 발상과 표현이 참 인상적일 뿐만 아니라, 한겨울 펑펑 내리는 눈을 맞고 서 있는 눈사람의 모습이 선하게 그려집니다.
엄마, 떠 있는 별에 빌지
왜 떨어지는 별에 빌어?
- 「별똥별에 빌다」 전문
캄캄한 하늘에 번갯불이 번쩍번쩍 빛납니다.
"아빠, 하느님도 밤에는 안보이나 봐, 손전등을 비춰 보고 있잖아.“
- 「번개」 전문
이들 동시는 박방희 시인 특유의 동심적 상상력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표제작인 「별똥별에 빌다」는 떨어지는 별똥별을 보며 소원을 비는 엄마의 모습을 의아하게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을, 「번개」는 캄캄한 하늘에 번쩍번쩍 빛나는 번갯불을 보고 하느님이 손전등을 비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아이의 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두 작품 모두 2행으로 이루어진 소품이지만, 재미와 감동은 그 어느 작품보다도 크게 다가옵니다. 이처럼 박방희 시인의 동심적 상상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탁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