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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성동 인연


  • ISBN-13
    979-11-92837-17-8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말그릇 / 말그릇
  • 정가
    17,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10-10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노은정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노은정: 칠성동인연: 노은정책: 하늘이맺어준인연: 찻잔: 공예품: 전복고추장: 요리꾼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53 * 215 mm, 232 Page

책소개

《칠성동 인연》에는 평생 ‘가정주부’라는 직업을 너무나 훌륭하게 경작해온 노은정 저자의 글이 64편 실려 있다. 여자지만 누구나 훌륭한 어머니가 되는 게 아니듯이 ‘가정주부’도 누구나 이 저자만큼 해내기는 어려울 듯하다. 미사여구 없이 담백하게 쓴 글은 조미료 한 톨 들어가지 않은, 깔끔하지만 깊은 맛이 나는 음식을 먹는 듯하다. ‘이런 게 사람 사는 거지.’ 온기를 느끼게 하는 알곡의 글을 읽다 보면 저절로 힐링이 된다. 232페이지의 책에는 글만 실린 게 아니라 50여 년 부부로 살면서 권태기를 겪지 않고 틈만 나면 손잡고 곳곳을 찾아다녀 하나둘씩 모은 공예품 사진이 실려 있다. 소박하고 따뜻하게 쓴 저자의 글에 웃음을 깨물고, 과거와 현재, 미래로 잇는 공예품을 한 점씩 보다 보면 여느 책에서 얻지 못했던 감동을 더블로 받는 듯해 옹골차다.
저자는 중학교 1학년 때 공부방에서 미래 남편을 만나 이듬해 청혼받았다고 한다. 드라마보다 더 감격스러운 인연 아닌가? 살면서 느티나무 같은 남편 덕분에 고추바람처럼 아린 시집살이도 묵묵히 견뎌낸 일화도 책에 나온다. 살아오면서 남편이 싫어할 만한 일은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는 저자의 고백은 독자를 먹먹한 감동으로 이끈다. 뭐든지 아나로그인 저자는 컴퓨터 환경이 낯설어 한 땀 한 땀 책 한 권을 손 글씨로 쓰셨다고 한다. 어머니를 응원하는 아드님이 일일이 타이핑해 출판사로 보내와 만들어진 특별한 책이다. 갈수록 가정마다 식구끼리 얼굴 마주 보고 대화하기 힘들다는데, 이 책은 부부, 자식, 손자들이 어떻게 어우러져 지내는지 꾸밈없이 보여준다. 휴먼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지는 노은정 님의 《칠성동 인연》이 오래도록 독자에게 잔잔한 울림을 줄 것이다.

목차

4 (격려의 글) 어질고 참한 마음씨 덕분에
6 (여는 글)부부 연을 맺은 지 50주년

1장

14 첫 만남
17 하늘이 맺어준 인연
22 다리 부러지다
25 화재로 얻은 병, 요붕증
32 고구마를 주었더니
33 장난기 발동
35 칠십 넘어도 손잡고
37 개구쟁이 남동생들
39 외삼촌의 선물
41 열다섯에 알아버린 세상
43 만년필과 카메라
48 새로 지은 이름
50 그리운 여고 시절
53 저축하기

2장

58 한여름 날 태어난 딸
60 작은 나눔
62 복덩이 아들 출생
65 엉뚱한 아들
67 아린 기억, ‘토토’
69 조부모님의 마음 곳간
71 유럽 여행
78 음식 만드는 기쁨
80 싸움의 기술
84 남동생이 손녀를 보다니
87 서울로 이사하다
90 면목동 주유소 소장
96 물 누룽지
98 쌀 한 가마니
99 요리 프로 출연 이후
101 나의 아버지
106 뒤섞인 종교

3장

112 화재 나던 날
114 비상금 내놓다
116 도망갈 수 없는 사주팔자
118 호방골 할머니
124 의사 사위
127 보이차 한잔의 행복
130 어려움에 처했을 때
133 순간을 사는 인생
135 사과 팔기의 달인
137 얄미운 큰시누이님
146 전복고추장
148 한바탕 웃긴 샤워 꼭지
150 누에의 일대기
152 질서
158 늘 한가위처럼
162 집밥 모임 10년


4장

164 대구 형님
170 진정한 선물
176 당뇨 전 단계쯤이야
178 큰외손자
181 둘째 외손자
183 주말농장 행복
190 뉴질랜드·호주 여행
192 유치원 무용 선생님과 바나나
194 천광 화분을 찾아
202 한 달 세 번의 천운

205 조부모님을 모신 운지사
207 맛있는 것은 나눠야
209 우주의 이치, 음양오행
211 꿈에서도 스트레스
213 가정주부라는 직업
220 시부모님 산소
222 숨이 멈춘 탁상시계
225 물건도 주인을 잘 만나야

230 (닫는 글) 고맙고 감사하다

본문인용

중학교 2학년 어느 날 편지 한 통을 건네주었다. 어른들한테 들킬까 봐서 문을 걸어 잠그고 읽어 보았다. 콩닥콩닥 가슴이 뛰었다. 편지 내용은 나랑 꼭 결혼하고 싶으니 27살 때까지 무조건 기다려 달라고 했다. 상상하지도 못한 내용이었다. 기독교 재단 학교에 다니던 남편은 결혼만 하게 해주시면 절대 마음고생시키지 않고 평생 지켜주겠다고 우리 집 대문 앞에서 하나님께 약속까지 했단다. 그 편지를 읽고 나니 세상 누구도 알아서는 안 될 비밀 하나를 품는 역사적인 순간이다 싶었다. 나는 마음을 굳혔다. 그를 믿고 기다리기로! 그때 남편 15세, 나는 14세였다.(15~16쪽)
- 〈첫 만남〉 중에서

사월 봄날도 화창했고 하객도 많았다. 축하 속에서 결혼식을 치르고 신혼여행은 부산 해운대로 떠나기로 했다. 기차 떠날 시간이 두세 시간 남아서 신랑·신부 친구들이랑 어울려 놀다 가기로 하고 근처 호텔에 갔을 때다.
“당장 머리 감고 화장 지와뿌라. 낯설어 신혼여행 못 가겠다.”
황당했다. 연애할 때도 화장이라곤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손톱에 매니큐어 한 번 바른 적 없었다. 결혼식하느라 미용실에서 한 신부화장을 지우라니! 좀 별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신부화장까지 지우라 해서 참 희한하다 싶었다. 어쩌겠는가. 얼굴이 낯설어 도저히 신혼여행을 갈 수 없다는데… 그렇다고 남편 혼자 신혼여행을 보낼 수는 없는 일이었다.(18쪽)
-〈칠성동 인연〉 중에서

베풂과 희생, 사랑과 봉사는 세상을 비추는 따뜻한 단어들이다. 늘 우리 가까이에 둬야 하는 것들이다. 행여 자랑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남편이 싫어하는 일은 해본 적이 없다. 백 년 천 년 살 것도 아닌데 싫어할 행동이나 말을 해서 얼굴 붉히게 할 일이 뭐가 있을까.
부부는 얼마나 귀한 인연인가. 존중하는 마음만 있으면 TV를 볼 때 손을 놓는 게 이상한 일이다. 평생 손잡고 왔으니 남은 날도 서로 싫어하는 일은 하지 않으며 아껴주며 지내려 한다.(36쪽)
-〈칠십 넘어도 손잡고〉 중에서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나?”
한참 망설이다 할머니께 이실직고했다.
“이름을 새로 짓고 싶은데 철학관에서 200원이나 있어야 한대요.”
“쯧쯧쯧, 이름이 마음에 안 들었구나.”
할머니는 속곳 쌈지에서 200원을 꺼내 주셨다. 혼내시지도 않고 인자한 미소만 지으셨다. 이튿날 철학관으로 달려가 200원을 드리고 새로 지은 이름을 받았다.
“노은정.”

새 이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그때는 개명이 어려워 오랫동안 그냥 부르다가 늦은 나이에 호적에 올렸다. 할머니의 200원이 아니었으면 지금 내 이름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할머니 덕분에 귀한 이름을 얻었다.(49쪽)
-〈새로 지은 이름〉 중에서

할머니에게서는 배울 게 넘쳤다. 일하는 아주머니들이 종일 앉아 누에고치를 칼로 자르다 보니 피곤하고 졸음이 쏟아졌다. 어떤 때는 손가락을 베어 핏방울이 맺히기도 했다. 그럴 때도 ‘왜 일하며 조느냐?’고 언성 한 번 높인 적이 없었다. 오징어 사촌인 한치 속에 있는 뼈를 갈아 만든 하얀 가루를 발라주며 크게 안 다쳐 다행이라고 다독여 주셨다. 할머니는 인자함뿐만 아니라 손끝도 야물고 지혜로우셨다.
(중략)
할아버지 또한 마음이 아주 넉넉하신 분이었다. 일 년에 두 번씩 아래채 사시는 분들에게 고기를 구워주셨다. 성당동 도살장에서 쇠고기와 양곱창을 엄청 사 오셔서 숯불 피워놓고 마당에서 고기를 구우셨다. 며칠 동안 고기 냄새 맡는 게 싫어질 만큼 실컷 먹게 하셨다.(69~70쪽)
-〈조부모님의 마음 곳간〉 중에서

여기저기에서 맛있다고 하면 비상금 주머니가 더 홀쭉해진다. 그래도 받은 분들이 모두 맛있다고 메아리를 보내오면 기쁨이 차오르고 내가 행복해져 돈이 아깝지 않다. 맛있는 건 나눠 먹을 때 더 맛있고 어우렁더우렁 사는 맛이 난다.
이촌 시장 건어물 가게 구운 김 한번 맛보면 헤어나지 못한다. 밥도둑이 따로 없다. 단백질 덩어리인 총각네 구운 계란도 맛이 일품이다. 내 눈에는 희한하게도 먹거리가 잘 보이고 고루고루 보인다. 마치 성능 좋은 센서가 장착된 듯 신선하고 영양 좋고 맛 좋은 것을 척척 찾아낸다. 보일수록 돈 쓸 일이 많아진다. 이 사람도 생각나고 저 사람도 생각나고…. 과일을 사러 가도 손으로 만져보지 않는다. 눈으로만 봐도 맛있는 것은 어지간히 다 안다. 이참에 맛 감별사로 나서볼까나?(208쪽)
-〈맛있는 것은 나눠야〉 중에서

경매가 끝나고 화병을 차에 실으려는데 가게를 하신다는 분이 다가왔다. 너무 갖고 싶으니 사신 화병좀 양보해 달라고 했다. 웃돈까지 주겠다고 하시면서…. 통 크게 질렀지만 그분의 표정을 읽으니 그건 우리 집으로 데려올 물건이 아니었다. 물건도 주인을 잘 만나야 제 가치를 발휘한다. 어디 물건뿐이랴. 사람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운명이 뒤바뀐다. 더 시간 끌지 않고 그분께 드렸다.(224~225쪽)
-〈물건도 주인을 잘 만나야〉 중에서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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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노은정
1952년 따뜻한 봄날 대구에서 7남매 맏딸로 태어났으며 슬하에 1남 1녀를 두었다.
음식을 맛깔스럽게 만들어 남들과 나누는 걸 좋아하다 보니 입소문이 나서 방송에도 몇 번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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