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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도 서글프면 흔들리며 운다


  • ISBN-13
    979-11-92837-08-6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말그릇 / 말그릇
  • 정가
    15,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4-09-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오성군
  • 번역
    -
  • 메인주제어
    에세이, 문학에세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오성군: 완도: 완도군: 삼청교육대: 예능: 사물놀이: 자서전: 오성군자서전: 달빛도서글프면흔들리며운다 #에세이, 문학에세이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5 * 200 mm, 292 Page

책소개

그 끔찍한 밤이 가고 날이 밝았다. 청량리 이발소 아저씨가 죽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아저씨 생각에 몸과 마음이 얼어붙어서 꼼짝하질 못했다. 운동장에 모이라는 호루라기 소리가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군인이 텐트 안으로 와서 엄살 떨지 말고 일어나라고 군홧발로 또 걷어찼다. 내 몸은 석고처럼 굳어버렸다. 
이후 밤마다 악몽에 시달렸다. 아저씨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집에 가고 싶다….’를 입 모양으로 남기고 떠난 아저씨. 밤마다 아저씨가 어깨 들썩이며 울던 자리는 웅덩이로 보였다. 그곳에 슬픔이 고여 출렁였다. 텐트 뚫린 총구멍으로 달빛이 들어왔다. 아저씨 누웠던 자리를 비추는 달빛도 흐느끼듯 흔들렸다. 달빛도 서글프면 흔들리며 운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 

〈본문 〉 중에서

목차

책을 내며4

1장_ 사계절 추억이 깃든 장좌리

아! 어머니 14
‘아버지’라는 이름 21
사계절 추억이 깃든 장좌리 25
새엄마가 생기다 30
완도 읍내로 이사하다 34
멀어진 것들은 그립다 36
악기 배정에 밀리는 바람에 40
‘끼’는 우리 집안의 내력 45
정든 국민학교 졸업 50
내 꿈의 후원자였던 둘째 형 52
중학교 생활 56
밴드부, 왜 나를 탈락시켰을까 62
새엄마, 떠나다 65
아버지 이마에 새겨진 글자 69
합격이 얄궂기도 얼떨떨하기도 72
셀레는 등굣길 75
성난 파도야 끝내자 77
우리들의 난장판 숲속 춤판 80
봉오리도 채 맺지 못한 83
금고에서 돈 쪼깐 꺼내 87
꿈에 그리던 서울 무대 92


2장_ 1980년 5월 서울의 봄

‘라도’라는 호칭 100
1980년 5월 서울의 봄 109
완도 촌놈이 ‘김대중 행동대원’이라니 112
‘전라도 새끼’라는 죄 115
잔인한 선고, B급 판정 117
인간이라는 걸 잊어야 살 수 있는 곳 120
죽음의 수용소 123
오죽했으면 탈주했겠는가 127
쏘지 마세요, 쏘지 마세요 132
살 떨리는 철조망에서 풀려나며 139
눈물 같은 돈, 운전면허 따다 142
평생 털어놓지 못한 낙인 144
으째야쓰까, 환장하것네 148
얘야, 어서 일어나라 152
군대, 악몽의 트라우마 156

3장_ 상왕봉에서 다짐한 약속

100원짜리처럼 둥글고 단단하게 186
상왕봉에서 다짐한 약속 189
화물차로 인생 시동 걸다 192
왜 하필 그 시간에 거기를 지나갔냐고 197
여자 조심, 도박 조심 200
사람 사는 세상 203
오합지졸 예비군훈련 206
연서는 읽기만 209
미스 리 212
운명, 운명이다 215
아버지 가시는 길에 221
행복한 밥상 223
귀 얇은 게 탈 226
바다가 보이는 아파트 229
타이어 대리점 232
나가는 복 들어오는 복 235
될 만하면 또 꺾이고 238
시련을 안겨준 택시회사 242
초저녁 별이 된 둘째 형 246


4장_ 해양 치유의 섬, 완도

피아노와 장구를 배우다 254
인순이 디너쇼 257
공연 보러 서울로, 광주로 260
모여서 놀자, 모놀 264
인생 최고의 무대, 하춘화와 노래를 268
정치인을 조문하다 270
해변음악당 공연 봉사 10년 274
송해 선생과 해수탕 토크 279
50대에 실용음악과 도전 282
카센타 정리 286
해양 치유의 섬, 완도 289

본문인용

완도 촌놈이 ‘김대중 행동대원’이라니
숙소에서 은둔하듯 얼마간 보냈다. 문틈으로 바깥을 살피다가 어느 날 좀 조용해진 듯해서 오랫동안 영업하지 못한 가게에 다녀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얼른 청소나 하고 오려고 저녁 무렵에 나갔다. 가게에 무사히 도착하여 서둘러 정리하고 다시 숙소로 오는데 등 뒤에서 누군가 목덜미를 확 잡아당겼다.
“너, 이 새끼 이리 와 봐!”
무섭고 떨려 숨구멍이 막히는 것 같았다.
“이 새끼야, 어린 게 이 밤에 왜 싸돌아 다녀? 엉!”
“숙소로 가는 길인디라.”
“음마, 이 새끼 전라도 개새끼네? 너 ‘김대중 행동대원’이지? 그래서 밤에 돌아다니는 거지?”
“아니여라. 나는 김대중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디라. 꿈이 있어 서울 와 직장 다니는디라.”
“싸가지 없는 새끼, 꼬박꼬박 말대꾸하네.” 
군홧발이 사정없이 날아왔다. 아, 몸서리치게 무서웠다. 사람의 피맛을 알아버린 흡혈귀들처럼 달려들어 때리고 밟아댔다. 숨도 쉬지 못하게 멱살을 휘어잡더니 질질 끌어 철망 씌워진 차에 내던졌다. 차 안 바닥이 피와 눈물로 질퍽질퍽했다. 잡히는 족족 때려눕힌 걸까? 얼굴이 울퉁불퉁 붓고 멍든 사람들은 눈도 못 뜨고 고개가 부러졌는지 돌아갔는지 차 바닥에 엎어져 있기도 했다. 인간사냥이라도 해서 노예로 팔려는 것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얼마 지나서 여름철에 몰려다니는 깔다귀(하루살이) 떼처럼 주워 호송차에 싣고 어디론가 부르릉 떠났다.
도착한 곳은 청량리경찰서였다. 이미 그곳에는 많은 사람이 잡혀 와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누구도 성한 사람이 없었다. 줄줄이 포승줄에 묶인 사람들, 서울에는 다 죄지은 사람들뿐인가. 공수부대라는 군인과 경찰들 손에 쥔 곤봉은 붙잡혀 온 사람들 머리 위로 날아다녔다. 아저씨 심지어 할아버지까지도 그들에게는 호칭이 통틀어 ‘이 새끼’였다. 군인이면 나라를 지켜야지 왜 죄 없는 사람들을 때리는지 모를 일이었다. 조금 선량해 보이는 군인이 내 팔뚝을 끌어당겼다. 우왕좌왕하는 틈을 타서 쪼깐하게(작게) 말했다. “나이 어린 네가 무슨 죄가 있겠냐?” 숙직실로 데리고 갔다. 거기에는 나보다 더 어린 소년들이 붙들려 와 쪼그리고 앉아 부들부들 떨며 눈물을 닦고 있었다.
여기저기서 몸부림쳤지만 총개머리판과 몽둥이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밤마다 가족을 잃어버린 늑대 새끼처럼 울부짖었다. 울 때도 얻어맞은 몸이 결리고 살이 찢어지는 듯 고통스러웠다. 중학교 때 읽은 알렉스 헤일리의 소설 《뿌리》가 생각났다. 쿤타킨테가 겪은 고통만큼 처절한 날들이 이어졌다. 살 떨리는 밤은 그렇게 덮쳐왔고, 내 청춘도 그날 밤 어둠 속에서 거세게 저항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순식간이었다. 입도 벙긋할 겨를이 없었다. 전라도 말을 쓴다는 것 하나로 내게 ‘김대중 행동대원’이라는 죄목이 주어졌다. 김대중을 만난 적도 없는 완도 촌놈이 행동대원이라니! 기가 막힌 노릇이었다.
저마다 끌려온 사연이 가지가지였다. 청량리 이발소 아저씨는 가족과 말다툼하고 나와 술 한 잔으로 풀고 기분 좋게 노래 부르며 귀가하다가 고성방가라 여겼는지 걸리고 말았다. 어떤 이는 집에서 한숨 자고 쓰레기 버리러 나왔다가 불심검문에 걸렸다고 했다. 또 다른 젊은 남자는 이튿날 출장 갈 때 입으려고 세탁소에 맡긴 옷 찾으러 나왔다가 붙들려 왔다. 한결같이 전과가 없는 사람들인데도 억울하게 붙들려 온 경우였다.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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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저자 : 오성군
1962년 완도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노래와 악기 연주에 관심이 많았고, 청소년기에 이르러 예능의 꿈을 품고 방향을 정했지만 매번 실패했다. 완도에서 지내며 50대 늦깎이로 대학에 들어가 실용음악과를 수료했다.
2017년 장좌리 장보고 당굿전수 장학생으로 선정되어 후계자 수업 중이다. 2023년 전국국악경연대회에서 국회의원표창장과 가장 우수한 지도자상을 받았다. 현재 완도퓨전음악단 단장으로 토요일에 완도해변공원 야외공연장에서 연주 봉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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