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중심으로 서로 연결된 금융시장에서
공정한 금융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인류의 역사에서 금융의 역할이 없었다면 지금과 같은 인류문명의 발전을 이루기 어려웠을 것이다. 경제 행위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금융이 존재했다. 금융은 고대 그리스의 해상무역, 자본주의 초기의 모험사업 투자, 산업자본주의 시대의 자본형성과 위험관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금융은 인류 발전에 혁신의 에너지를 불어넣는 ‘빛’으로 작용했고, 위기 속에서는 문제 해결의 원동력이 되어왔다.
하지만 금융은 무형의 거래라는 특성과 인간의 절제되지 않는 욕망이 결합될 때 금융사고라는 ‘그늘’의 폐해도 드러낸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1980년대 이후 금융시장은 과도한 단기수익을 추구하며 위기 대응에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경제 불안의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의 공정질서 확립과 소비자 보호’의 역할을 하는 금융감독원에서 30여 년을 근무한 저자는 금융자본주의 시대에 경제문제의 핵심 원인은 금융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공정하지 못한 데 있다고 진단한다. 특히 우리나라는 금융업이 커지면서 단기수익에 집중하고 권력화·정치화하면서 이해관계자 간 연결되는 경향이 심화되었으며, 금융당국은 시장의 위험관리와 공정질서 유지에 미흡했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공정한 금융을 위해서는 금융당국, 금융업계의 책임 있는 행동 개선이 필수적이며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 금융의 바람직한 발전을 위한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는 제안을 담은 이 책이 국민이 만족스러운 금융서비스를 누리고 시장 참여자가 권한에 따른 책임을 다하는 ‘금융민주화’로 나아가는 논의의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
혁신의 주역에서 위기의 주범으로!
금융시장 실패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금융의 역사는 혁신의 여정이자 숱한 금융위기 및 사고의 궤적이기도 했다. 세계와 연결된 우리나라도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직접 영향을 받은 것은 물론이고, 2011년 저축은행 사태, 2019년 부실사모펀드 사태 등 우리만의 금융사고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당국의 정교하지 못한 금융정책, 위기관리 미흡과 금융업계의 과도한 단기수익 추구, 위험에 대한 부주의가 종합세트식으로 얽혀 있다.
책 1부에서는 금융의 효용과 바람직한 역할을 살펴보고, 금융시장 실패 사례와 시장 참가자의 행동을 분석하여 우리나라 금융의 현황과 다음 네 가지 측면에서 문제점을 진단한다. 첫째, 금융거래 규칙이 공정하게 만들어지고 환경 변화에 맞게 조정되고 있는가. 둘째, 당국은 시장의 위험과 거래질서를 잘 관리하고 있는가. 셋째, 금융업이 국민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에 걸맞은 수익을 올리는가, 또한 이익을 위해 사회세력과 연결되어 기득권화하지는 않는가. 넷째, 금융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가.
공정한 금융을 위해 금융당국, 금융회사 및 금융소비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2부에서는 더 나은 금융을 위한 금융당국, 금융회사 및 금융소비자의 역할을 살펴본다. 공정한 금융시장은 시장 참가자들이 금융업의 역할을 올바르게 이해하고 개선방안을 실천할 때 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한 고민은 국가가 우선적으로 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해 ‘국가 위험관리자’로서, 그리고 금융시장 질서가 건전하게 유지되도록 ‘공정한 심판자’로서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
다음으로 금융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는 금융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 금융은 사람의 행동이 거의 전부라 할 수 있는 업종으로 문제를 좇아가면 결국 사람을 움직이는 ‘지배구조와 내부통제’의 개선 필요성에 이르게 된다. 조직 내 견제와 균형을 이루기 위한 권력관계를 의미하는 지배구조와 그 이행 과정인 내부통제의 올바른 이행 방안이 무엇인지를 제시한다. 또한 타인의 자금을 이용해 수익을 얻고 신뢰와 공공성이 중요한 금융회사는 본연의 경제적 역할 등 사회적 책임 이행이 필수적임을 저자는 강조한다.
금융소비자는 금융거래의 주요 이해관계자이자 당사자이지만 시장 실패로 인한 피해를 입기 쉽다. 금융소비자 보호는 소비자의 권익은 물론 금융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도 당국, 금융회사 모두에 소중한 가치다. 금융소비자 역시 스스로의 권리를 정당하게 행사하고 권익 증진을 위해 금융지식 및 정보 습득을 위해 노력하는 ‘현명한 소비자’가 되어야 한다.
금융민주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열다
시장에서는 성과주의나 능력주의가 정의롭다고 여긴다. 그러나 금융업의 성취가 과연 제 역할의 실현이나 혁신에 의한 것인지, 또한 그 성과도 단순히 ‘돈’으로 표현되어 공공성 등 사회적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금융회사가 매년 많은 이익을 창출한다 해도 고객이 정당한 금융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이는 공정하지 않다.
우리는 소수가 금융의 이익을 향유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 모두가 제대로 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며, 공정한 규칙 아래 권한에 따른 책임을 지는 사회를 원한다. 저자는 이를 ‘금융민주화’라 부르고 여기에 ‘건전하고 공정한 금융업 발전’의 길이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모두가 자본으로부터 나오는 이익과 욕망을 좇는 시대에 금융민주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지만, 시장 참여자들이 쉽고 가능한 것부터 지혜를 모아 구체적 대안을 통해 성취를 쌓아가면 가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얘기하며 글을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