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화가의 이름보다 서사가 살아있는 큐레이션
고흐의 고독, 프리다 칼로의 상처, 미켈란젤로의 고뇌, 고야의 절망…. 그림 속 예술가들의 감정과 흔들림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와 닮아있다. 저자는 미술사 속 익숙한 그림뿐 아니라,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숨은 명화들까지 소개하며 독자에게 ‘삶을 비추는 거울로서의 예술’을 제안한다. 〈그림이 말을 걸 때〉에는 우리가 잘 아는 화가도 있고, 처음 듣는 이름도 등장한다. 하지만 단 한 사람도 무의미하게 지나가는 법이 없다. 작가는 그림을 설명하지 않는다. 대신 그림이 가진 서사를 길어 올리고, 화가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을 조용히 따라간다. 그렇게 30여 명의 예술가, 50여 점의 작품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곁으로 걸어 들어온다. 단지 예술사적 중요성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언어로 해석하고, 감정의 결로 화가를 고른 큐레이션 자체가 이 책의 힘이다.
30명의 화가, 50여 점의 작품 그리고 하나의 질문
1장 그림 속에 내가 있었다’에서는 고흐, 앵그르, 쿠르베 등을 통해 예술이 인간의 감정을 비치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2장 ‘예술가의 상처, 삶을 견디는 그림들’에서는 프리다 칼로, 샤갈,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들이 고통을 견디며 그려낸 인간적인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3장 ‘그림, 또 하나의 언어’는 라파엘전파를 비롯해 신화·문학과 얽힌 그림들을 다루며, 그림이 서사가 되는 과정을 살펴본다. 4장 ‘그림 너머의 모든 것’에서는 그림의 외연을 통해 그림 밖의 예술을 조명한다.
이 책은 화가들의 붓끝에 담긴 고백과 시대의 흔적을 따라가며 우리에게 단 하나의 질문을 건넨다. 예술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말에 진심으로 귀 기울여본 적이 있는가?
보이지 않는 것을 보게 하는 색다른 미술 에세이
이 책의 또 다른 특별함은 ‘그림을 보는 눈’ 너머, ‘그림을 둘러싼 세계’까지도 함께 비춘다는 점이다. 단순한 작품 해설에 머무르지 않고, 액자 하나에도 시대의 취향과 권력이 담겨 있다는 사실, 하나의 신화가 시대마다 얼마나 다르게 해석되고 재구성됐는지를 섬세하게 짚는다. 특히 ‘현대미술은 사기인가?’라는 도발적인 질문 아래, 예술성과 전략 사이에서 끊임없이 논쟁을 낳았던 미술계의 사건들도 담겨 있어, 미술을 둘러싼 사회적 맥락까지 폭넓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그림 안에만 머무르지 않고, 그림 밖을 바라보는 시선을 키워주는 책. 예술을 단순한 감상의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시대를 읽고 인간을 이해하는 또 하나의 창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깊고 흥미로운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