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서준이가 눈을 끔뻑였다.
“아이들에게 젤리를 나눠 주면서 꼭 나를 뽑으라고 말해 주면 돼.”
“엄청 간단하네. 그것만 해 주면 되는 거야?”
“응. 내가 회장이 되면 너희만 특별히 햄버거를 또 사줄 게. 부탁해!”
대한이 말에 서준이, 지민이가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_13쪽
“방금 서준이랑 지민이가 젤리를 주면서 널 회장으로 뽑으라고 말하는 걸 내가 똑똑히 들었다고! 이건 공정한 선거 운동이 아니야!”
수찬이가 거세게 몰아붙이자 대한이 눈썹이 일그러졌다.
“젤리를 나눠 주든 말든 네가 무슨 상관이야!”
“무슨 상관이냐고? 나도 회장 선거에 출마할 거란 말이야. 그러니까 당장 부정 선거 운동을 멈추라고!”_18쪽
“이게 뭔데?”
“정약용이 쓴 『목민심서』! 조선 시대 지방 관리들이 백성을 잘 돌보기 위해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적은 책이야.”
“이걸 나한테 왜 주는 건데?”
“회장이 되었으니 너도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 꼼꼼하게 읽다 보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있을 거야.”_29~30쪽
질 수 없다는 듯 지민이도 가방에서 초코볼 봉지를 꺼내 내밀었다.
“이거 뇌물인 것 같은데?”
대한이 말에 서준이와 지민이가 급히 손사래를 쳤다.
“뇌물이라니, 그냥 친한 친구한테 주는 선물이지.”_47~48쪽
표지에 적힌 ‘목민심서’ 글자가 대한이의 눈을 콕 찔렀다.
(……)
“목민관이 지켜야 할 도리를 알려 주는 책이라고! 대한이 넌 어떤 목민관, 아니 리더가 되고 싶어?”
대한이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어떤 리더? 그냥 뭐…… 아이들이 모두 날 좋아하면 좋겠어.”_54쪽
“대한이 너, 내가 준 책은 읽은 거야?”
“조금……. 근데 너무 뻔한 말뿐이던데?”
“그 뻔한 말을 지키는 사람이 드물다는 게 문제지. 특히 리더들 말이야. 그러지 말고 『목민심서』를 열심히 읽어 봐. 그럼 정약용을 아주 좋아하게 될 거야.”
수한이가 싱긋 웃고는 문을 나섰다._83쪽
“암행어사! 조선 시대 각 고을 사또들의 부정부패를 감시하던 사람 말이야.”
대한이가 어이없다는 말투로 물었다.
“우리 반엔 사또가 없는데? 누구를 감시하겠다는 거야?”
정약용은 대답 대신 대한이 얼굴을 빤히 쳐다보기만 했다. 눈빛이 어찌나 강렬하던지 마치 대한이는 정약용이 자신의 속을 훤히 꿰뚫어 보는 것만 같았다.
“호, 혹시…… 나?”_91~92쪽
“왜 그래야 하냐니? 다 함께 정한 규칙이니까 따르는 게 당연하잖아.”
“한 번 정한 규칙이 절대 불변의 법칙도 아닌데, 왜 당연해? 옛날에도 지방에 잘못된 관행이 있으면 수령이 바로잡고는 했어. 우리 반의 X 리스트와 모범 수첩이 좋은 점보다는 나쁜 점이 더 많다면 회장인 네가 당장 바로잡아야 하지 않을까?”
정약용의 말에 얼음물을 뒤집어쓴 듯 교실이 조용해졌다._108쪽
“그걸 꼭 물어봐야 알겠어? 우리 반 친구들이 모두 널 좋아하지 않는다는 뜻이잖아.”
아인이가 비꼬며 말하자, 대한이 눈이 커다래졌다.
‘다들 날 싫어한다고? 지금까지 나 혼자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나 봐.’
정약용은 대한이를 보며 말했다.
“좋은 리더의 조건을 다시 한번 말해 줄게! 좋은 리더는 청렴하고 공정하고 공과 사를 구분하고 억울한 백성이 없도록 노력하고 무엇보다 백성들을 사랑해야 해.”_1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