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들의 입을 빌려 전하는 이현주의 마음공부 이야기
"어떻게 쓰임받을 것인가로 안달하지 말게.
창 밖에 내리는 비한테 물어보라고.
너는 지금 누구한테 무슨 쓸모가 되려고 하늘에서 내려오는 거냐고.
부디 자네한테 지금 있는 것으로 오늘 하루만 사시게.
그렇게 날마다 그날 하루만 살게나." - 찻주전자와의 대화 중에서
돌, 병뚜껑, 떨어진 꽃 등 주변 사물들과 마음속 대화를 나누며 깨우친 것들
이현주 목사가 ‘사물과의 대화’를 시작하게 된 건 ‘우연’이었다. 기차 안에서 김밥 한 줄 먹고는 습관적으로 나무젓가락을 부러뜨리려는데 젓가락이 불쑥 “왜 나를 부러뜨리려는 거냐?”며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렇게 사물과의 대화가 시작되었다. 그 뒤로 재미도 있고 새로 깨치게 되는 바도 있어, 아무것한테나 말을 걸었다. 대답이 들려올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눈에 들어오는 대로 말을 걸었고, 들리는 대로 받아 적었다. 이 책은 바로 그 결과물이다.
저자는 “형식적으로는 사물들과 만나면서 실제로는 저 자신과 만나는 미묘한 여정”이었다고, “비유하자면 나뭇가지가 나무하고 말을 주고받은 것”이라고 서문에 적고 있다. “나무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는 나뭇가지와, 나뭇가지에 대해 모르는 게 별로 없는 나무 사이의 대화!” 그것은 달리 말하면 에고와 참나의 대화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저자는 “이런 연습을 통해 내가 풀이고 풀이 나라는 진실을 저리게 깨닫고 싶었다”고 고백하기도 한다.
이 책에는 돌에서부터 쓰레기통, 그네, 나무젓가락, 병뚜껑 같은 무생물과, 도토리 껍질이나 잠자리, 호박씨, 떨어진 꽃, 밟혀 죽은 개구리 등 살아있거나 혹은 죽은 생물들이 인간인 저자로 하여금 ‘작고 좁은’ 생각에서 깨어나도록 한 대화 50편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