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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데자인

계몽과 광기의 역사


  • ISBN-13
    979-11-89534-61-5 (03600)
  • 출판사 / 임프린트
    이유출판 / 이유출판
  • 정가
    24,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3-27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김종균
  • 번역
    -
  • 메인주제어
    디자인 역사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디자인 역사 #디자인 이론 #모던디자인 #디자인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40 * 225 mm, 408 Page

책소개

 우리의 시선으로 읽는 모던디자인의 역사 

 『모던데자인』은 서구의 시각과 다른 각도에서 예술과 디자인의 역사를 살피는 책이다. 저자 김종균은 우리가 읽어온 모던디자인 이론서들이 한결같이 계몽주의를 예찬하고, 서유럽의 역사적 승리 과정을 정당화하고 있다는 점에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계몽과 이성을 앞세운 모더니즘의 이면에는 광기와 무의식의 전근대성이 잠재해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독교와 진화론, 정신분석학이 모더니즘 정신과 디자인을 형성하는 한 축이며, 볼셰비키 혁명이 모더니즘 조형 언어를 완성하였다고 지적한다. 이는 국내 전문가는 물론, 서유럽과 미국의 역사가들도 제대로 언급하지 않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이 변혁의 시대에서 소외되었던 우리가 모던디자인 역사를 다시 쓸 수는 없을까? 이 질문에 저자는 오랜 시간 숙고하며 연구와 강의, 읽기와 쓰기를 거듭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 과정을 기록한 보고서이자 한국 디자인의 ‘독립선언’을 위한 시론이라 해도 좋다. 저자는 예술과 디자인, 법학을 전공한 독특한 이력의 이야기꾼으로, ‘글로 말하는’ 능력을 이 책에서 여실히 보여준다. 남다른 열정과 문제의식, 비판적 사유로 한국 디자인의 현실을 돌아보는 저자의 생생한 목소리가 독자를 사로잡을 것이다.

목차

시작하며

 

I 천국의 예술

 

1. 고대 ⸱ 중세 ⸱ 근대

 빛이 있으라!

 고대 황금기

 중세 암흑기

 그로테스크한 로마네스크

 고딕과 길드

 관념적인 중세 예술

 십자군 전쟁과 종교개혁

 천국의 지구출장소 성당

 르네상스 예술

 관념적인 성화

 미켈란젤로와 매너리즘

 바로크와 로코코

 

2. 계몽과 혁명

 모던, 모더니티, 모더니즘

 계몽주의와 근대사회

 프랑스 대혁명과 민주주의

 산업혁명과 산업화

 식민지 시대

 산업의 시녀 장식미술

 1851 대영박람회

 싸구려 기계 생산품

 신고전주의

 미술공예운동과 윌리엄 모리스

 

II 계몽과 평등

 

1. 세기말의 예술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카메라 옵스큐라

 자포니즘과 우키요에

 인상주의

 마네의 고발

 모네의 빛

 로트렉의 상업미술

 낭만주의와 추상

 1884 앙데팡당전

 후기인상파

 세잔의 사과

 피카소의 분해

 인상파는 양식인가?

 혁명ㆍ근대화ㆍ근대주의

 

2. 새 시대의 새로운 장식

 1889 파리박람회와 에펠탑

 새로운 미술, 아르누보

 실존과 낭만

 장식 없는 아르누보

 최초의 모더니즘 디자인

 기계 장식 아르데코

III 합리주의와 아방가르드

 

1. 합리주의

 미국의 합리주의 

 마천루와 커튼월

 기능주의 건축

 포디즘

 1907 독일공작연맹

 페터 베렌스와 AEG

 그로피우스와 건축가들

 

2. 전쟁과 아방가르드

 신념의 붕괴

 사회진화론과 식민지 계몽주의 

 오리엔탈리즘 

 기계와 예술

 미래파

 1차 세계대전과 반이성

 붕괴 ⸱ 해체 ⸱ 부정

 아방가르드

 다다이즘

 초현실주의

 전위예술

 러시아 아방가르드

 제도화된 아방가르드, 브후테마스

 브후테마스 vs 바우하우스

 데스틸(신조형주의)

 

IV 순수 기계미학

 

1. 바우하우스와 디자인

 혁명과 예술

 바이마르 국립 바우하우스

 바우하우스의 이념

 이텐과 공방 교육

 모호이너지와 시대정신

 데사우 바우하우스

 디자인학의 집대성

 하네스 마이어, 미스 반 데어 로에

 바우하우스의 유산

 울름조형대학과 애플

 

2. 모더니즘과 국제주의

 바우하우스와 ‘Modernism’

 본질과 실존

 기능+절제=순수

 “Less is More” (기능+절제=순수)

 국제주의 양식

 굿 디자인과 키치

 모더니즘은 실패인가?

 냉전과 이데올로기

 프로파간다 디자인

 소련연방 

 산업디자인연구소(VNIITE)

 

 

V. 스타일과 감성

 

1. 탈네모 감성

 1930년대 미국 대공항

 스타일링과 스트림라인 

 슬론주의

 인위적인 제품 수명 단축

 스칸디나비아의 자연주의

 유기적 모더니즘

 인간 중심의 디자인

 

2. 대중 시대의 예술

 대중과 예술

 팝아트와 포스트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 디자인

 멤피스 그룹

 포스트모더니즘 건축

 모더니즘 vs 포스트모더니즘

 

3. 디자인 비즈니스

 워크맨과 혁신

 디자인 경영

 디자인의 미래

 

VI. 한국의 모더니즘

 

  1. 모더니즘과 권력

 막사발과 이마리 도자기

 탈아입구

 식민지 근대성

 만주국과 하이 모더니즘

 문화와 위생

 

2. 한국의 모더니즘 디자인

 UN 원조와 모던데자인

 반공과 개혁

 조국 근대화와 농촌 새마을운동

 개발도상국과 모방

 오리엔탈리즘과 한국적 디자인

 

 마치며 

 디자인사 관련 용어

 참고자료

 찾아보기

 

 

 

 

 

 

 

 

 

 

 

 

 

본문인용

디자인은 온전히 21세기 민주화의 산물로 등장한 따끈따끈한 예술계의 ‘신상품’이다. 과거의 물건은 계급이 있고, 주인의 신분을 따랐다. 박물관에 가면 좀 멋져 보이는 것은 온통 교회 혹은 사찰이나 왕실에서 사용하던 물건들이다. 일반인이 사용하던 물건은 기록하고 보관할 가치가 없는 하찮은 것이라 여겨서 애당초 예술이라 부르지 않았고 미적 가치를 따지지도 않는다. - 15쪽

 

프랑스 대혁명과 함께 근대를 촉발한 또 하나의 사건은 산업혁명이다. 1800년대 초, 영국 산업혁명기에는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방적기가 등장했다. 먹지 않고 쉬지 않으며 때리지 않아도 일을 하고, 밤새 직물을 짜고도 감기조차 걸리지도 않는 마법의 일꾼이었다. 순식간에 영 국의 산업 생산력은 세계 최고가 되었다. 또 증기기관차의 등장은 그저 잘 달리는 힘센 짐꾼이 등장하는 것을 넘어서, 영국의 사회시스템 전체가 변했음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 71쪽

 

인상파는 빛을 중요시했다. 빛은 왜 중요한가? 빛은 전통적으로 신의 상징이었지만 계몽주의 사상의 상징이기도 했다. 유럽인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이나 악마를 믿던 전근대 시대를 암흑으로 표현했는데, 이 암흑을 걷어내는 것이 빛이다. 중세가 밤이라면, 계몽주의 시대는 동이 트는 새벽이다. 아침 해가 비치면, 즉 빛이 어둠을 몰아내면 비로소 꿈을 깬 사람들이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눈에 보이는 것만 믿고, 이성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것만 진실이라고 인정했다. 묻지 말고 의심하지 말고 성경 말씀이니 그냥 믿으라는 중세 사제의 압박은 어둠이었고, 자기 이성으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합리성은 빛이었다. - 111쪽

 

유럽 사회는 기존의 체제와 시스템이 완전히 붕괴하고 새로운 질서로 재편되어 가고 있었지만, 대서양 건너 미국은 유럽과 판이한 변화가 일고 있었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엄청난 군수물자 생산력으로 세상에 그 위력을 과시하기 전까지 별로 주목받는 나라가 아니었다.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하고, 남북전쟁을 치르는 등 내부의 문제에 골몰하느라 세계사에 거의 등장하지도 못했다. 미국은 신생 독립 국가로 왕과 귀족이 없었고, 유럽에 비할 수 없이 역사와 전통이 짧았다. 달리 말해 민중이 싸워서 이겨야 할 역사적 억압이 없고 무너뜨려야 할 권위와 전통이 없었다. -154쪽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인 1915년, 중립국이던 스위스 취리히에 망명 온 작가들이 모여들었다. ‘카바레 볼테르’라는 카페에 모인 작가들은 다다이즘이라는 반문명, 반합리주의 예술운동을 펼쳤다. ‘다다Dada’라는 명칭에 대해선 여러 설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카페에 모인 예술가들이 장난감 목마를 가리키는 어린아이의 말 ‘다다’에서 즉흥적으로 딴 것이라는 설이 있다. 그만큼 그들은 특별히 이름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다다이즘 예술가들은 제1차 세계대전이 보여준 살육과 파괴에 지독한 증오와 냉소를 보이며, 기존의 모든 전통과 질서, 가치, 나아가 이성에 대한 신뢰를 부정한다. - 200쪽

 

20세기 초의 아방가르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시기의 많은 예술가들이 사회주의 혁명에 경도되고, 예술의 지향점으로 삼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지금이야 사회주의나 공산주의의 모순이 드러나고, 소련이 해체되면서 그것이 실패한 체제임을 확인하였지만, 혁명 초기의 사회주의 국가는 부조리한 과거의 역사를 폐기하고 노동자를 위하여 새로 세운 지상의 유토피아였다. 한편 아방가르드가 청산하고자 한 과거의 역사는 더 이상 중세가 아니라, 서구 제국주의와 천민자본주의 등 이 빚어낸 광기 가득하고 모순된 근대였다. - 230쪽

 

바우하우스는 예술과 완전히 분리된 독자적인 영역의 디자인 체계를 완성해 현대디자인의 시작을 알렸다. 관념적인 장식과 고립된 미美를 현실로 끌어내고, 디자인은 사회를 지향하고 사회를 반영하며, 사회를 변화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야 한다는 현대디자인의 기본 이념을 형성했다. 이는 사회주의 성향의 아방가르드들이 만인이 평등한 세상, 유토피아를 건설하기 위해 끊임없이 고민한 산물이다. 바우하우스는 현대디자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이념이자 사상·활동·교육으로 기록되었다. - 265쪽

 

193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에서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라는 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다이맥시온 Dymaxion’이라는 물방울 모양의 자동차를 출품했다. 이제껏 사람들은 차란 당연히 포드 모델T처럼 생기고, 실용적이고 튼튼한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지만, 풀러는 마치 비행기 같은 모습의 둥글고 매끈한 외피를 차에 입혔다. 금방 풍동시험장에서 빠져나온 것 같은 에어로 다이나믹Airo dynamic 디자인, 제트기 같은 스트림라인Stream Line을 가진 이 차는 큰 화제가 되었다. 다이맥시온 자동차는 사실 포드 모델T와 별반 성능이 다르지 않았음에도 대중에게는 마치 하늘을 날아갈 것 같은 고성능 자동차로 보였다. - 306쪽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의 과도한 엄격함과 건조함이 디자인에서 인간을 소외시킨다고 보고 역사를 긍정했다. 역사적인 장식을 인정하기 시작했고, 작품을 풍부하게 만드는 소재로 적극 활용하여 반세기 만에 장식을 다시 복권했다. 획일적인 디자인의 언어에 문화와 상징을 덧붙이고, 여기에 한술 더 떠 도발적인 장난을 쳤다. 모더니즘이 계속 무언가를 제거하는 것이었다면, 포스트모더니즘은 이것저것 계속 덧붙였다. 포스트모더니즘은 모더니즘만큼 거창하고 이념적이고, 혁명적이 거나 엄숙하지 않다. 별다른 선언문도, 슬로건도 없다. - 332쪽

 

한국에 근대 문물이 전파된 경로는 일제보다는 만주국을 통한 것으로 추정된다. 만주와 일제는 기본적으로 같은 주체였지만, 국가의 운영 방식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영국과 영국에서 독립한 미국이 같은 민족과 문화적 전통에서 출발하였지만, 환경의 차이로 인해 서로 다른 방향으로 발전한 것과 유사하다. 1905년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제는 중국의 동부 지역을 실질적으로 점령하고, ‘관동關東’이라 이름을 붙였다. 일본의 철도시설을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일제 최정예 부대 ‘관동군’을 배치했는데, 이후 관동 군은 독자적으로 1931년 만주 사변을 일으키고 청나라 마지막 황제, 선통제宣統帝(재위기간 1908~1912)를 내세워 일제의 괴뢰 국가인 만주국을 세웠다. - 363쪽

 

건축 역시 모더니즘 건축 일색이었고, 1960~1970년대를 거치며 근대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김수근의 세운상가(1967)나 김중업의 삼일빌딩(1970) 등은 국제주의 양식에 충실한 건축이었고, 마포주공아파트나 잠실주공아파트 등과 같은 대단위 아파트 단지도 기능 중심의 공간으로 지어졌다. 한국 사회의 모더니즘은 자유주의 이념이자 미국과 같은 풍요로운 사회를 약속하는 미래의 양식이었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지원을 받아 경제를 회복하고, 냉전 시대에 미국의 우방으로 남은 자유주의 동맹국에서 공통으로 드러나는 현상이다.  - 373쪽

서평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예술, 건축, 디자인 역사서

 이 책은 조금 두꺼운 편이라 만만치 않아 보이지만 그리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온갖 미학적 개념이 등장하고 다루는 내용이 광범위한데도 술술 읽힌다. 역사적 배경을 설명하는 경우엔 레미제라블, 성냥팔이 소녀, 장미의 이름, 물랑루즈, 매트릭스 등의 소설과 영화가 동원되는가 하면, 다른 서적에선 볼 수 없는 시각 자료가 수시로 등장한다. 특히 디자인 서적임에도 예술과 조각, 건축을 통합적으로 다룬다. 디자인이란 분야가 분리⸱독립된 것은 불과 100년이 되지 않았고, 중세의 예술은 건축과 분리해선 이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용어들을 사용했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은 본문에서 풀어냈고, 한자나 외래어 고유명사는 최대한 그 의미를 짚고 넘어간다. 저자는 영국 유학 시절, 한국 교민들을 대상으로 디자인사를 강의한 바 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때의 현장감을 떠올리며 쓴 것으로, 현대디자인은 물론 예술과 건축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수많은 물건의 내력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아폴로와 비너스에서 출발하는 모더니즘 

 『모던데자인』은 모더니즘의 역사를 고대 그리스의 아폴로와 비너스에서 출발하여 역사의 흐름 선상에서 파악한다. 어려운 미학 개념이나 현학적인 설명은 피하고, 역사서의 포맷을 벗어나 최대한 쉬운 언어로 말한다. 디자인 역사서인데도 간디의 물레, 세종대왕의 곤룡포, 허균의 홍길동전, 새마을운동이 마당극처럼 등장하며 걸쭉한 입담이 종횡무진 펼쳐진다. 증기기관은 서구에게 강력한 근대사회를 일구어준 마법의 일꾼이었고, 일본인에게는 만주라는 신대륙으로 떠나는 신세계 행 특급열차였지만, 조선인에겐 공출과 징병, 식민지 부채의 상징이었다. 영국에서 방적기는 자본주의와 번영을 상징했지만, 인도에선 억압의 상징이었으며 오히려 물레가 자립과 독립을 의미했다. 물건의 상징은 상대적으로 해석되는 것인데도, 그 양식인 모더니즘은 언제나 정의와 승리의 역사처럼 다루어진다. 우리는 서구의 역사에 편승하지도 못했는데, 언제나 서구의 시선으로 역사를 이해하고, 우리 사회에선 모더니즘 이론이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곤 한다. 예술과 디자인에서 모더니즘은 이론이라기보다 하나의 강력한 이데올로기이고, 해석의 여지가 분분한 근대의 현상이다. 모든 역사는 타자의 시선으로 되짚어볼 때 좀 더 명확히 규명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만의 관점으로 모더니즘을 살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 그럴 때가 되었다. 

 

모더니즘의 실체와 계보

 모더니즘 디자인의 계보는 서구에 의해, 서구의 시선으로 편집되었다. 여기서 서구는 과거 식민지 제국주의 국가였던 서유럽을 말한다. 동유럽이나 러시아, 심지어 이탈리아의 관점도 거의 반영되지 못했다. 모더니즘은 계몽의 역사로만 이해되고, 야만과 광기의 측면은 철저하게 누락되었다. 모더니즘은 2차대전 이후 미국을 거치며 ‘국제주의’라는 이름에 정형화된 양식으로 고정되지만, 우리는 아직도 100년 전 서구의 이념으로 잘못 이해하곤 한다. 모더니즘과 국제주의는 세계 보편양식을 이야기하지만, 이는 식민지 계몽주의의 변형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모르거나 모른 척 해왔다. 모더니즘은 순수함을 추구하지만, 이 순수라는 개념이 서구 기독교적 세계관에서만 통용되는 것임을 말하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자유주의 이념과 함께 전파되어 제3세계 국가의 전통과 문화를 말살하는 부작용을 낳았지만 반성하지 않는다. 모더니즘은 하나의 기능에 최적화된 하나의 형태를 말하지만 이는 러시아 혁명 이후, 공산주의 혁명의 완수를 위한 슬로건이었음은 언급하지 않는다. 독일의 바우하우스는 모더니즘 디자인을 집대성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러시아 부흐테마스와 이념적으로 동조하고 인적인 교류를 가지며, 사회주의 혁명 완수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은 빠트렸다. 왜냐하면 서유럽의 시선으로 편집되었기 때문이다.

 

윤리적 측면에서 본 모던디자인

 저자는 대학에서 디자인과 건축을 전공한 독자에게도 모던디자인의 역사를 다시 살펴볼 것을 권한다. 우리나라에 전파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은 고딕이나 바로크와 같이 정형화된 양식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는 2차대전 이후 미국이 자신의 문화와 생활양식을 전파하며 세계 문화의 헤게모니를 장악하려 했던 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유주의 우방 국가들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매우 어려웠다. 이러한 현상은 오래전부터 지속되어 왔으며, 이 과정에서 예술과 건축은 늘 권력의 시녀로서 권력을 유지, 강화하며 홍보하는 프로파간다 역할을 했던 것도 부정하기 어렵다.

 양식과 권력의 관계는 시대별로 논쟁을 일으켰고, 이러한 논쟁의 역사가 모더니즘의 역사이기도 하다. 멀리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데아 논쟁에서부터 시작하여, 현대 포스트모더니즘 논쟁까지 장식은 언제나 선과 악, 빛과 어둠, 옮고 그름 등의 이분법으로 재단되어 부정적인 것으로 치부되었다. 그렇다면 늘 밝은 세상에 속한 채, 정의로운 역사였던 모더니즘이 한국의 오랜 전통까지 역사의 저편으로 보내버린 건 아닐까? 굿 디자인과 키치의 이분법적인 역사로 전개된 한국적 모더니즘의 비극이 여기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저자소개

저자 : 김종균
서울대학교에서 디자인학 박사, 충남대학교에서 법학 석사, 런던 킹스턴대학교에서 큐레이팅 전공으로 예술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특허청에서 심사관으로 근무하고 있다. 오랫동안 한국의 예술과 디자인, 시각문화에 대한 비판적인 연구를 해왔다. 저서로는 『한국의 디자인』(2013), 『디자인 전쟁』(2013), 『바우하우스』(2019), 『Encyclopedia of East Asia Design』(2019), 『History of Design and Design Law』(2022)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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