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여기 한 그루 나무가 있어요. 나무가 말해요. 친구가 필요하다고요.
우리는 나무에게 친구를 만들어 주기로 마음먹어요. 그 친구는 아름다운 글을 쓰면 생기는 별이에요. ‘어린 왕자’이기도 하고, ‘꼬마 마녀’이기도 하고, ‘데미안’이기도 해요.
별들의 풍경 속에서 지내다 보니 제법 많은 별들이 모였어요. 별이 쌓여 갈수록 우리들 마음도 한층 밝아졌지요. 별과 함께여서 좋은 사람들이 ‘별따라기’라는 이름으로 만났거든요.
이 글을 읽고 있는 그대도 ‘별따라기’랍니다. 지금부터 멋진 별 풍경에서 만나요.
[책 속으로]
엄마가/ 요리를 한다// 한숨 한 스푼/ 땀 두 스푼/ 고민 세 스푼// 단어를/ 끓이고/ 데치고/ 썰고/ 무쳐서// 소망 한 조각// 상상 두 조각으로/ 시를 만든다
-p. 16, 박성희 ‘요리사’
오늘 새벽에 태어난 하루살이가/ 오전 열 시쯤// 잡아먹으려 달려드는 잠자리를/ 살짝 피하고 살아남아// “휴~ 십 년 감수했네!”라고 하자// 구경하던 하루살이가/ ‘십 년 감수’가 뭔지 물었고// 그날 저녁쯤/ 온 나라 하루살이가/ ‘십 년 감수’의 의미를 알았다// 다음 날 새벽/ 천수를 다 누린/ 최초의 ‘십 년 감수 하루살이’가 죽고// 그날 저녁쯤/ 하루살이 유튜브에// 하루살이의 실제 수명은/ ‘십 년 하고 하루를 더 사는 것’이라고/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다음 날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를 증명하는 논평을 쏟아 내고 있었다
-p. 26, 배영현 ‘하루살이 나라’
꽃샘바람에/ 봄비 섞어/ 물레질 했다// 불길 약한/ 햇살 가마에/ 말랑하게/ 구워 낸 그릇// 도공이 빚어/ 공중에 걸어 놓은/ 백자 종지
-p. 39, 안경희 ‘목련꽃’
- 딱// 방망이에 얻어맞고/ 허공으로 날아간다// 제대로 맞았는지/ 아우성 소리 들린다// - 와! 와! 홈런// 여기저기 꿰맨 실밥/ 상처투성이 내 몸이지만// 딱 한 번!/ 오늘 같은 날을 위해/ 나, 살아간다
-p. 46, 오세관 ‘야구공’
이따금 가는/ 시골집에서// 마루에 살고 있는/ 까만 고양이와/ 내 눈 마주쳤다// 가늘고/ 길쭉한 눈동자로/ 이렇게 말한다// 당장 방 빼!
-p. 56, 오현희 ‘굴러온 돌’
골프도 힘 빼라/ 수영도 힘 빼라/ 테니스도 힘 빼라// 코치님은/ 모두 힘 빼라 하는데// 우리 엄마만/ 어깨 힘/ ‘팍’/ 주고 다니라 하네
-p. 67, 이미선 ‘이상한 엄마’
화사한 햇살로 웃다가// 먹구름에 어두워지다가// 빗방울 떨어지다가// 우산 펴고 걷는데// 또다시 쨍쨍// 우산 접지 못하고/ 어정쩡 걷는 나!// - 하늘아,/ 너 오늘 죽 끓이니?
-p. 78, 임우희 ‘변덕쟁이’
나는 딸// 엄마는 나를 딸기라 부르지// - 딸기야! 너는/ 나의 보배, 나의 웃음, 나의 꿈// 나는 딸기, 엄마의 딸기// 우리 엄마도 딸기, 할머니의 딸기
-p. 88, 장영미 ‘딸기’
봄 햇살은 따가워!/ 잠자는 씨앗들/ 깨워야 하니까// 가을 햇살은 부드러워!/ 익어 가는 열매들/ 감싸야 하니까// 아무도 가르쳐 준 적 없고/ 배운 적 없지만// 느낌으로 척척/ 눈치껏 척척
-p. 98, 정순오 ‘알아서 척척’
우리는 탐험가// 종이 안에 숨은/ 역사 속 인물/ 속삭이는 귀엣말/ 스토리텔링 펼치기/ 판타스틱 상상들// 눈에서 마음으로/ 마음에서 오감으로// 전달/ 전달/ 전달
-p. 107, 황상철 ‘책들의 속삭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