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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관계


  • ISBN-13
    978-89-7973-649-6 (03810)
  • 출판사 / 임프린트
    도서출판 전망 / 도서출판 전망
  • 정가
    10,000 원 확정정가
  • 발행일
    2025-05-09
  • 출간상태
    출간
  • 저자
    황재학
  • 번역
    -
  • 메인주제어
  • 추가주제어
    -
  • 키워드
    #시
  • 도서유형
    종이책, 무선제본
  • 대상연령
    모든 연령, 성인 일반 단행본
  • 도서상세정보
    130 * 205 mm, 128 Page

책소개

황재학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동식물 등 자연물에 대한 애정 어린 관찰에서 비롯하는 시의 감각적 언어들은 시인이 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조용한 사색을 즐기는 시인은 일상의 소소함 속에 포착되어지는 시적 대상들을 화려한 수사 없이 담백하게 묘사하고 있다. 인간과 사물, 자연물 등의 타자들을 어떠한 위계나 선입견이 없는 시선으로 바라보며 그들과 가만히 교감하고자 한다. 자연과 인간이 자연스럽게 섞이고, 인간과 인간이 무해한 방식으로 관계하는 세계, 그러한 시공간을 보여준다. 또한 빈곤한 삶을 담담하게 견뎌내며 살아가고 있는 우리 이웃의 삶을 자신의 삶 안으로 수용하고 그런 타자가 짊어진 삶의 무게에 연대하고자 한다.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봄날

지난 날

소금쟁이

꽈리

그날

도토리 한 알

늦여름 오후

초록뱀

노란 망태버섯

해바라기 씨

앵두

오리야 오리야

두더지

가을밤

꽃모종

강아지 풀

싸락눈

병아리

호박꽃

텅 빈 들녘

개구리

기러기


 

제2부

빈구석

옆구리 운동

모과

고드름

기찻길

하늘에서 떨어진 물고기

엄마의 뜨개질

고장난 선풍기

골머리 밑에 배다리

고라니

오십견

도깨비 얼굴

고운 얼굴

순태네 방

수학여행

딱정벌레

바람

소나기

붉은 수수밭

낮달

두꺼비 집

나팔꽃

꽃 속의 꽃


 

제3부

소낙비

해삼

돼에지

진눈깨비

추운 겨울

두꺼비 눈

나븨

흰구름

소나무

숨기고 싶은 날들

바나나

앉은뱅이 민들레

너에게 간다

뻐꾸기 울음

어떤 사랑

배고픈 방

수박씨

칡뿌리

입추


 

제4부

마술사

파울 클레 씨네 방

아버지

금호동 연가

장발단속

양동 골목

명학이 형

1978년 수유리 4.19 묘지탑

예전에

아련한 생의 외침들

우철이 아저씨

여름날

돌아올 수 없는 시간들

아득한 나날들

여름 아침

마을은 잔치 중

시네마 천국

단체관람

가설극장

어떤 관계


작품 해설 덧칠하지 않은 삶의 무해한 감각들 _김지녀(시인)

본문인용

봄날 들녘 물들이는 연두빛일랑 다 줘버리고 허리 꼬며 아른대는 아지랑이만 남겨두자

봄날 종달새 날아오르는 파란 하늘일랑 다 줘버리고 저기 떠다니는 흰 구름만 남겨두자

봄날 환하게 핀 연분홍 살구꽃일랑 다 줘버리고 잉잉대며 날아오르는 벌 소리만 남겨두자

봄날 파릇파릇 돋아나는 보고 싶은 마음일랑 다 줘버리고 오직 한 점 외로움만 남겨두자

―「봄날」

 

봄날 아침 산 너머 들리는 아련한 뻐꾸기 울음 같다야

소나기 한바탕 퍼부은 뒤 마당가에 피어나는 흙내음 같다야

까마귀 떼 날아오르는 서리 내린 텅 빈 들녘 같다야

문고리 손에 쩍쩍 달라붙는 시린 겨울 아침 같다야

―「지난 날」

 

물이 고인 곳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웅덩이도 좋고 둠벙도 좋고 비온 뒤 소가 밟아 움푹 패인 곳이라도 좋다. 가느다랗고 길다란 다리로 물 위를 총총 걸어 다니는 소금쟁이. 바람 불어도 비가 내려도 건중건중 우쭐우쭐 물에 빠지지도 않고 잘도 걸어 다닌다. 마음 비웠나 물 위에 내려앉은 가랑잎처럼, 물 위에 얼비치는 흰 구름처럼

―「소금쟁이」

 

여름 지나 담 밑에 주황빛 꽈리. 끝이 뾰쪽한 세모난 주머니엔 갓 시집온 색시처럼 다소곳이 얼굴 붉히고 있는 동그란 꽈리. 꼭지를 똑 따내고 고추씨 보다 작고 노르스름한 씨를 빼내어 입에 넣고 살짝 깨물면 꽉꽉 오리 우는 소리가 났다. 다른 애들은 연신 잘도 부는 데 나는 어쩌다 한번 꽉꽉 소리가 났다. 여자 애들 얼굴만 봐도 괜히 얼굴이 달아오르던 때다.

―「꽈리」

 

친구 따라 냇가에서 물장구치다 싫증나면 둑방에서 게를 잡았다. 게구멍에 팔뚝까지 손을 집어넣으면 누가 팔을 잡아당기는 것 같기도 했다. 한번은 게구멍에 손 넣고 더듬다 갑자기 서늘하고 물큰한 게 만져져 깜짝 놀라 물 밖으로 뛰어나와 파란 하늘을 보며 숨을 고르기도 했다. 하늘가엔 뭉게구름 뭉게뭉게 피어나고 불현듯 나의 전생이 궁금해졌다.

―「그날」

서평

황재학의 시집 「어떤 관계」는 여러 개의 방으로 연결되어 그 시대의 일상적 삶을 기록한 라스코 동굴을 떠올리게 한다. 이는 그가 시집에서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피투된 자기 존재와 타자와 관계하며 보이지 않게 얽혀 있는 내면의 동굴에 자신이 경험한 ‘최초의 감각’을 개성적으로 기호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황재학의 「어떤 관계」에는 훼손되지 않은 타자들과 자기 존재가 엊그제 본 것처럼 생명력 넘치게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황재학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일종의 ‘기원’을 의미한다. 그리고 황재학 시의 ‘기원’ 자리에서 우리가 가장 먼저 만나는 세계는 ‘고라니’ ‘초록뱀’, ‘꽈리’, ‘소금쟁이’와 ‘딱정벌레’, ‘개구리’, ‘두더지’, ‘노란 망태버섯’, ‘강아지풀’ 등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는 동식물들이다. 이 자연물들은 황재학이 경험한 최초의 감각과 기호이다. 동식물을 향한 애정 어린 관찰에서 출발하는 황재학 시의 감각적 언어들은 그가 이 세계와 어떻게 ‘관계’하는지를 짐작하게 한다.

황재학은 인간과 자연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가를 일상의 소소한 장면 속에서 조용히 사색하길 즐긴다. 자연물과 수평적 관계로 교감하는 황재학의 시들에서는 타자-사물이나 동식물을 포함한 외부 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의미의 타자-를 순수한 시선에서 포착해낸다. 또 다른 시들에서는 자신과 ‘관계’한 최초의 ‘얼굴들’이 “샛별처럼 돋아”(「기찻길」)나 있다. 중요한 사실은 황재학의 시선에 사로잡힌 시적 대상들에는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 사이에 특별한 위계가 없다는 점이다. 황재학은 오히려 자기 자신이 서 있는 세계에 존재하는 동식물을 화려한 수사보다는 담백하게 묘사하는 과정에서 자기 자신을 지워버림으로써 가장 인간다워지는 방식을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인의 태도는 인간의 본질을 동물과의 차이에서 발견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가 배제되어 있기에 가능하다. - 해설(김지녀 시인) 중에서

저자소개

저자 : 황재학
1956년 경기도 안성 출생
1983년 ≪삶의 문학≫으로 문학 활동 시작
1985년 ≪민중교육≫지 사건으로 교직에서 해직
2002년 시집 『당신의 물가에서』(문경출판사) 발간
2019년 시집 『검은 잎사귀의 노래』(삶창) 발간
현재 계룡산 자락에서 시 쓰고 그림 그리며 한가롭게 지냄

출판사소개

1992년 설립된 부산 소재 출판사.
* 시, 소설, 수필, 문학평론 등 문학 중심 서적 발간.
* 그 외 문화비평, 인문학, 번역서, 사진집 등 단행본 다수 발간.
* 1999년부터 시전문계간지 <신생> 발간(현재 통권 95호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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