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작고 사소해서 애써 외면했던 것들,
그 안에 반짝이던 기쁨의 순간들을 발견해간다면?
저자 조명연은 신부님이다. 목소리가 느끼하게 들린다며 중학생 아이들이 지어준 ‘빠다킹’이라는 별명을 25년 넘게 타이틀로 삼아 왔다. 사제의 소임을 다하고 남은 시간은 독서, 집필, 강연으로 보내는 그가 열한 번째 책,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입니다』를 펴냈다.
인생의 목표를 꼽으라면 누구나 꼽을 한 단어, 바로 ‘행복’.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로 하여금 행복의 방법을 찾아가도록 안내하는, 인문적 행복론이다. 다독가로 유명한 저자답게 심리학 연구와 언론 보도 등 다양한 정보를 통해 행복을 성취하는 가장 좋은 방법을 탐구한다.
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 ‘행복에는 크기가 아니라 빈도가 중요하다’이다. 물론 삶에서 목표의식은 중요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 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어디에 가느냐보다 그 여정에서 무엇을 하느냐다. 삶의 작은 순간을 기쁨으로 채우는 것이 행복을 얻는 가장 좋은 방식이다.
행복을 키우는 길은 두 가지,
소유를 늘리는 ‘채움의 길’과 욕망을 줄이는 ‘비움의 길’.
저자의 그 말을 삶을 쾌락으로 채우라는 뜻으로만 이해하면 안 된다. 수동적으로 얻는 감각적 쾌락은 유효기간이 짧다. 정크푸드, 스마트폰을 새로고침하는 것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쾌락은 사람을 쉽게 지루해지게 만들 뿐이다. 게다가 강한 쾌락 회로는 그에 상응하는 강한 우울 회로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대신 저자는 ‘행복=소유have/욕망want’의 공식을 제시한다. 즉 행복은 더 많이 소유하는 것으로 달성할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욕망을 줄이는 것이 더 확실한 방법이다. 저자가 소개하는 필립 브릭먼의 연구에 따르면, 복권 당첨자의 높은 행복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하락하지만, 척추 손상 환자의 낮은 행복도는 시간이 갈수록 회복되어, 나중에는 둘의 위치가 바뀐다. 소유를 채우는 채움의 삶보다, 욕망을 줄이는 비움의 삶이 더 중요하다는 예시다.
그리고 그 채움은 물질적인 채움 대신 경험과 행동으로 성취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특히 타인에게 주는 것으로 파생되는 즐거움이 오래가고 깊게 남는다. 게다가 이런 행복은 주변 사람들에게 전염되기까지 하니, 행복을 나눌 사회적 네트워크에 참여하는 것이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아우슈비츠에서도 사람들은 서로 모여 웃음을 찾았고, 그렇게 삶의 의미를 끝까지 지킨 이들이 살아남았다.
행복의 주체는 오직 ‘나’
모든 불행은 비교에서 시작된다
한때 전 세계 행복지수 1위 국가였던 부탄. 하지만 외부의 정보를 알게 되면서 이 나라의 행복지수 순위는 급하락하고 있다. 남과의 비교가 시작되자, 가장 행복하던 국민이 가장 불행한 국민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비교하는 삶은 무의미한 우월감과 불필요한 열등감을 낳는다. 따라서 행복을 얻기 위해 멀리해야 할 것 중 하나다. 비교로 소비할 시간에 나를 성장시키는 시간, 반복과 수련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필요하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는 이들에게는 비교의 불행이 다가오지 않는다. 그런 이들이야말로 자신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남의 흠에도 관대한 자세를 보일 수 있다. 삶에는 긍정성과 부정성 모두 필요하다. 하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더 많이 가지고 일상을 살아가는 것이 좋다. 3대 1, 정확히 말하면 긍정적인 정서 2.9와 부정적인 정서 1의 비율이 최적이라는 것이 심리학의 결론이다.
저자 조명연 신부는 짧은 꼭지들 사이에 행복으로 향하는 여러 비밀들을 아로새긴다. 사회학, 심리학, 문학, 철학을 아우르는 신부님의 박학다식함은 독자가 실천적 행복을 이루는 데 좋은 보탬이 된다. 행복을 추구하는 모든 이들을 위한 친절한 안내서 『행복은 크기가 아니라 빈도입니다』. 행복한 삶, 행복한 사회를 가꾸어나가려는 이들에게 커다란 선물이 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