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다음 날인 4월 18일 아침, 역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오던 의사는 더욱 핼쑥해진 미셸 씨를 발견했다. 지하실에서 다락방까지, 열댓 마리의 쥐들이 계단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이웃집들의 쓰레기통은 그것으로 가득 찼다. 의사의 어머니는 놀라지 않고 그 뉴스를 받아들였다.
“이건 일어날 수 있는 일이란다.”
그녀는 검고 부드러운 눈에, 은발의 작은 여인이었다.
“너를 다시 만나니 행복하구나, 베르나르, 쥐들 따위가 이걸 방해할 수야 없지.”
그는 동의했는데, 어머니와 함께 있으면 언제나 모든 게 쉽게 여겨지는 게 사실이었다. 28쪽
《서른다섯 살쯤으로 보인다. 평균 키. 벌어진 어깨. 거의 사각형의 얼굴. 짙고, 곧은 눈이지만 턱이 돌출되어 나왔다. 견고한 코는 균형이 잡혔다. 검은 머리칼은 아주 짧게 잘렸다. 입은 거의 언제나 다물어져 있는 두툼한 입술과 함께 아치를 이룬다. 그을린 피부, 검은 머리칼과 항상 어두운 색이지만 잘 어울리는 양복이 얼마간 시칠리아 농부를 연상시킨다.
그는 빠르게 걷는다. 보폭을 바꾸지 않고 보도로 내려서지만, 세 번에 두 번꼴로 가볍게 뛰어올라 반대편 보도에 오른다. 그는 운전하는 동안 딴 데 정신이 팔려서 코너를 돈 후에도 종종 방향등을 그대로 남겨둔 채 달리곤 한다. 언제나 맨머리다. 견문이 넓어 보인다.》 49쪽
“나는 알죠. 그리고 분석의 필요성도 느끼지 않소. 나는 의료 경력의 한동안을 중국에서 보냈고, 20여 년 전 파리에 있을 때, 몇 가지 사례를 보았소. 하지만 그때는 감히 그것에 이름을 붙일 수 없었소. 여론, 그건 신성한 거요. 공황 상태가 되면 안 되죠. 무엇보다 공황 상태가 되면 안 되오. 어떤 동료 의사가 그러더군요, ‘이건 불가능하다, 이게 서양에서 사라졌다는 건 누구라도 아는 사실이다.’ 그래요, 그건 누구라도 알고 있소. 죽은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오. 자, 리외, 당신 또한 내가 아는 것처럼, 잘 알고 있지 않나요?” 56쪽
어떤 의미에서, 그의 생활은 모범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우리 도시 어디에서도 흔치 않은, 바른 의식의 용기를 가진 이 가운데 하나였다. 그가 털어놓았던 작은 진술들은 사실 오늘날에는 흔하지 않은 선함과 애정이었다. 그가 자신이 돌봤던 유일한 일가친척인 그의 여동생과 조카들을 사랑하고, 2년에 한번씩 프랑스를 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것을 밝히는 일도 낯을 붉힐 일은 아니었다. 그는 자신의 부모님을 회상하면, 그가 아직 젊었을 때 돌아가신, 슬픔이 찾아든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 동네에서 오후 5시면 부드럽게 울리는 동일한 종소리를 좋아한다고 밝히길 마다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게 단순한 감정을 떠올리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소한 말은 그에게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을 안겨주었다. 결국, 이러한 어려움이 그의 큰 걱정을 더하게 되었던 것이다. “아! 선생님, 내 자신을 표현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그는 만날 때마다 매번 말했었다. 70쪽
늙은 천식환자는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고 있었다. 그는 숨을 좀 더 편히 쉬는 듯했고, 병아리콩을 하나씩 세며 한 냄비에서 다른 냄비로 옮기고 있었다. 그는 밝은 표정으로 의사를 반겼다.
“그래서, 선생님, 이거 콜레라인가요?”
“그 말을 어디서 들으셨어요?”
“신문에서요, 라디오에서도 그러던데요.”
“아닙니다, 콜레라는 아니에요.”
“아무튼,” 노인은 매우 흥분해서 말했다. “열심히는 하네요, 흥, 관리놈들!”
“그 말은 믿지 마세요.” 의사가 말했다. 89쪽
그사이, 모든 교외 지역으로부터 봄이 시장으로 오고 있었다. 수천 송이 장미들이 시장의 바구니 속에서 시들었고, 노변을 따라, 잘 가꾸어진 향기는 도시 전체에 퍼져 떠다녔다. 외관상으로는, 변한 게 없었다. 전차는 출퇴근 시간이면 항상 가득 찼고, 낮 동안은 비어서 더러운 모습을 드러냈다. 타루는 그 작은 노인을 지켜보는 중이었고, 노인은 고양이들에게 침을 뱉고 있었다. 그랑은 그의 비밀스러운 작업을 위해 매일 밤 집으로 갔다. 코타르는 쳇바퀴 돌듯 맴돌고 있었고 예심판사 오통 씨는 여전히 그의 동물 가족들을 이끌고 다녔다. 늙은 천식환자는 콩을 옮겨 담고 있었고 때때로 침착하고 흥미로워 보이는 신문기자 랑베르를 볼 수도 있었다. 저녁이면, 똑같은 군중들이 거리를 메웠고 영화관 앞은 줄이 늘어졌다. 한편으로는, 전염병이 줄어드는 듯 보였고, 며칠 동안, 사망자는 약 10여 명에 불과했다. 그러고 나서, 갑작스레 급격하게 증가했다. 다시 사망자 수가 30명에 다다른 날, 베르나르 리외는 지사가 “저들이 두려워하고 있소”라며 그의 손에 넘겨준 전보 공문을 보았다. 급보는 전하고 있었다. “점염병 상황을 선포하라. 도시를 폐쇄하라.” 93쪽